글 이종학(Johnny Lee)
아마도 달리(Dali)라는 이름을 들으면, 스페인 출신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연상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처음에 이 화가와 스피커가 무슨 관련이 있나 싶었다. 아마도 유명인의 이름을 채용해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보자는 뜻인가 착각할 만도 했다. 그런데 정식 명칭이 ‘Danish Audiophile Loudspeaker Industries’의 약자라는 것을 알고 약간 놀랐다.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가? 그러나 제품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
그간 달리는 하이브리드 트위터라고 해서, 일반 돔과 리본 두 가지를 섞어서 독자적인 고역의 이론을 확립해왔다. 사실 고역은 매우 델리케이트하고, 또 센서티브한 에어리어다. 개인적으로 고역에 무척 민감한 편이어서, 여기서 재생되는 음으로 스피커의 성격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달리를 처음 봤을 땐 약간 생소하게 다가왔지만, 직접 들어보고는 그 음에 상당히 납득했던 기억이 있다. 또 우드 파이버 계통의 우퍼도 빠른 반응과 펀치력으로 좋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그러다 우연찮게 달리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모든 공정을 인-하우스로 한다는 원칙하에, 목재 가공부터 어셈블리, 마감 등 모든 공정을 자사 내에서 처리하고 있었다. 특히, 고도로 숙련된 여성 기술자들도 많아, 저 무거운 스피커를 아무렇지도 않게 드는 장면에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 가운데 달리는 드라이버 개발에 몰두한 바,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모든 스피커에 자사 유닛을 탑재하는 성과를 올리기에 이른다. 이번에 만난 미뉴에트라는 제품 역시 자체 개발한 드라이버를 쓰고 있다. 즉, 이제 달리는 완전체에 다다른 스피커 메이커인 셈이다.
한편 본 기의 외관은 지극히 평범하다. 흔히 북셀프 스피커라고 할 때 연상되는 이미지를 그대로 현실화시켰다고나 할까? 전형적인 2웨이 타입으로, 커버하는 대역도 그리 넓지 않고, 인클로저 사이즈도 아담하며, 대신 아무렇게나 설치해도 음을 들을 수 있게 했다. 즉, 그간 쌓아올린 다양한 기술력을 넣되, 너무 내세우지 않고, 철저한 원칙에 따라 세심하게 가공한 것이다. 여기서 달리만의 남다른 내공을 짐작하게 한다.
우선 드라이버를 보면, 트위터는 1.1인치짜리 소프트 돔을 채용했다. 통상 1인치 구경인데 반해, 사이즈가 좀더 큰 편이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25kHz까지 뻗는 고역은 상당히 개방적이고 또 시원시원하다. 또 본 돔을 제조할 때 일반적으로 쓰는 복합 소재의 돔보다 30%가량 무게를 절감했다고 한다. 그만큼 반응이 빠르고, 방사각도 넓다고 보면 된다. 한편 이와 커플링되는 우퍼는 4.5인치 구경. 역시 우드 파이버 계통으로, 단단하면서, 정확한 재생력을 자랑한다. 한편 크로스오버는 3kHz에서 끊고 있다. 미드·베이스 유닛에서 중요한 음성 신호를 다 담당하면서, 트위터는 일종의 슈퍼 트위터 역할까지 맡도록 한 구성이라 하겠다.
사실 외관상 그리 크지 않고, 저역의 커버 범위도 59Hz에 불과해 약간 시시한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만듦새를 꼼꼼히 살펴보면, 수려한 목재 가공에 빈틈이 없는 피니싱, 고품위한 바인딩 포스트 등, 역시 메이커의 이름에 걸맞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음을 들어보면, 저역에 관한 갈증도 그리 심하지 않다. 과연 오랜 기간 스피커를 제조하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듬뿍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여러 종류의 마감을 제공하고 있어서,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점도 장점에 속한다. 요즘 소형 스피커의 경우 화이트를 찾는 분들이 많은데, 본 기 역시 화이트를 제공한다. 게다가 벽에 설치할 수 있는 브래킷도 있는 만큼, 경우에 따라서 홈시어터까지 겨냥할 수도 있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케인의 신작 A-88T MK2 골드 라이언, 소스기는 나드의 C516BEE CD 플레이어를 동원했다. 첫 곡은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액트2. 바이올린의 트레몰로가 위태롭게 전개되는 가운데, 우아한 발레리나의 몸짓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엮어진다. 그런데 그 스케일이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중간에 브라스가 폭발할 땐 흠칫 놀랄 정도. 게다가 위로 쑥 뻗는 현악군의 움직임은 지극히 세련되고 또 개방적이다.
이어서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 개인적으로 더블 베이스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편인데, 여기에 그리 큰 불만이 없다. 의외로 깊고, 에너제틱하게 내려간다. 또 본격 연주에 들어갈 때, 베이스 주자가 가볍게 흥얼거리면서 질주하는데, 그 워킹 라인이 상당히 명료하다. 특히 간결하면서, 흥겨운 피아노의 유려한 움직임. 절로 발장단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샤데이의 ‘No Ordinary Love’. 킥 드럼의 펀치력이 놀랍다. 청감상 50Hz 이하의 대역을 듣는 듯하다. 또 환각적인 신디사이저의 무브먼트라던가, 진한 커피 향의 보컬, 다양한 이펙트 등이 섞여, 스튜디오에서 심혈을 기울여 가공한 녹음 예술의 진수가 잘 살아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본 기를 이런 곳의 니어필드 모니터용으로 써도 좋을 듯하다. 거기에 가격대도 합리적이어서 상당히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라 하겠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15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1.4cm, 트위터 2.8cm 재생주파수대역 59Hz-25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000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권장 앰프 출력 20-100W 크기(WHD) 15×25×23cm 무게 4.1kg
<월간 오디오 2017년 7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