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편
아폴론과 오데온 조합이 들려준 사운드는 한마디로 호방하고 진했다. 솜(SOtM)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sMS-1000SQ에 노르마(Norma) DAC HS-DA1을 붙여 룬(Roon)을 통해 타이달(Tidal) 음원을 들었는데, 번스타인·뉴욕필의 말러 교향곡 2번 1악장은 진한 초콜릿 향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중·저역이 압권.
조합이 솔깃하다. 직열 3극관 838을 모노블록으로 싱글 구동해 우드 혼 스피커를 울린다. 게다가 프리앰프는 전원부 분리형이다. 대한민국 진공관 앰프 제작사 아폴론(Apollon)의 플래그십 프리앰프 노블 프리앰플리파이어 2와 모노블록 파워 앰프 노블 838, 그리고 독일 오데온(Odeon)의 3웨이 우드혼 스피커 No.28 시리즈 2의 매칭이다.
먼저 파워 앰프 노블 838. 뒤쪽에 트랜스를 집어넣은 계단형 섀시 디자인에 출력관이 꽂힌 바닥 주변을 원목으로 두른 점이 눈길을 끈다. 스테인리스 섀시와 목재의 결합을 통해 진동을 잡으려 한 설계다. 출력관은 845처럼 보이지만 직열 3극 송신관인 838이다. 1929년부터 생산된 역사적인 진공관으로, 50에 달하는 높은 전압 증폭률(Mu. Amplification Factor)이 특징. 845의 전압 증폭률이 5.3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다. 하지만 이는 핸들링 주파수가 20-100MHz나 되는 송신관의 탄생 배경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스펙이다.
아폴론에서는 왜 송신관 838을 출력관으로 썼을까. 필자가 아는 한 송신관은 대체적으로 내부저항이 높아 음질적으로 여러 불리한 점이 많다. 이에 대해 제작자 최장수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211과 845를 갖고 개발에 착수했지만 아폴론의 인터스테이지 트랜스로 컨트롤을 하면 수명이 너무 짧아졌다. 수명이 보장되고 출력도 2배 높은 838이 정답이었다. 더욱이 838을 일반적인 커플링 커패시터로 컨트롤하면 클래스A 작동이 안 된다. 소리도 838이 더 맑고 투명했다.’
맞다. 45W 출력을 뿜어내는 노블 838의 숨은 비기는 인터스테이지 트랜스(Interstage Transformer)다. 커플링 커패시터 대신 트랜스포머로 출력관을 드라이빙함으로써 더 강력한 구동력과 함께 ‘저항-커패시터 결합’에서는 얻을 수 없는 여러 음질적 이득을 챙겼다. 초단관에는 12AX7과 E80CC, 드라이브관에는 1626을 썼으며, 정류(80)와 정전압 회로(OC2 2개)에도 모두 진공관을 투입했다. 이 밖에 출력관 뒤쪽에 마련된 디지털 미터와 후면의 험 밸런스 노브로 스피커 험을 낮출 수 있는 점, 전면의 아날로그 미터와 후면의 커런트 조절 노브로 출력관의 전류를 조절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도 눈길을 끈다.
프리앰프 노블 프리앰플리파이어 2는 전원부 분리형이다. 컨트롤 및 증폭부의 경우 상판이 투명 아크릴이어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매력적인 설계. 좌우 채널에 가지런히 정리된 입출력 트랜스와 가운데에 박힌 큼지막한 프리아웃 출력관 UX245의 짜임새가 대단하다. 30여 년 동안 직접 트랜스를 제작해온 아폴론의 자신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입출력 트랜스포머의 코어는 모두 니켈 아모퍼스(Nickel Amorphous)를 썼는데, 이는 니켈이 철 코어보다 초 투자율이 높아 스피드와 주파수 응답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테뉴에이터도 직접 제작했다. 5% 카본 저항을 0.02% 오차 범위에서 선별해 36스텝으로 초정밀 작동한다. 스텝별 오차 범위는 0.2%이며, 접점 부위는 황동과 아연 합금 소재를 투입했다고 한다. 내부 배선은 모두 하드와이어링이며 99.999% 은선과 주석 도금선을 썼다. 입력단은 언밸런스(RCA) 3조, 밸런스(XLR) 3조로 풍부하다. 입력 감도를 최소 0.01V에서 최대 2V, 출력 전압을 최소 4V에서 최대 12V까지 조절할 수 있는 점도 유저 친화적이다. 물론 각각 소스기기와 파워 앰프와의 최적의 매칭을 위한 배려다.
오데온의 No.28 시리즈 2 스피커는 중역대를 책임지는 직경 42cm의 커다란 우드 혼이 트레이드마크(드라이버는 13cm 콘형 유닛). 고역대는 인클로저를 파고들어간 16cm 직경의 원추형 혼에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달린 구조다. 저역대는 26cm 우퍼를 독립된 인클로저에 수납했고, 이를 백로드혼으로 받아 저역을 보강했다. 포트는 바닥면에 나있다. 전면 배플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것은 음의 회절을 줄이기 위한 것. 감도는 93dB, 재생주파수 대역은 34Hz~21kHz(±3dB), 크로스오버는 620Hz, 2.2kHz에서 이뤄진다. 공칭 임피던스는 8Ω이다.
아폴론과 오데온 조합이 들려준 사운드는 한마디로 호방하고 진했다. 솜(SOtM)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sMS-1000SQ에 노르마(Norma) DAC HS-DA1을 붙여 룬(Roon)을 통해 타이달(Tidal) 음원을 들었는데, 번스타인·뉴욕필의 말러 교향곡 2번 1악장은 진한 초콜릿 향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중·저역이 압권. 그러면서 노이즈 관리가 잘 돼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의 섬세한 표현력도 대단했다. 악기 간 분리도와 선예도가 뛰어난 것은 DAC와 프리앰프의 내공이 상당하다는 증거다.
빌 에반스 트리오의 ‘Waltz For Debby’에서는 업라이트 베이스의 탄력감이 쫄깃했고, 드럼 사운드는 파도처럼 확 밀려왔다. 확실히 300B나 845와는 결이 다른 음이다. 다이애나 크롤의 라이브 음원 ‘A Case of You’는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보컬의 아티큘레이션이 하나하나 잘 전해졌다. 싱글 엔디드 진공관이 클래스A로 만들어낸 45W 출력이 우드 혼 스피커를 만나니 한마디로 날것 그대로의 사운드가 터져 나왔다. 어디 하나 옹색하거나 막힌 구석이 없는 속 시원한 음의 세계다.
수입원 SP-오디오 (02)2156-7590
Odeon No.28 Series 2 가격 2,240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재생주파수대역 34Hz-21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620Hz, 2,200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3dB 크기(WHD) 37×115.5×47cm 무게 42kg
판매원 21 SOUND (02)2217-8667
Apollon Noble 838 가격 1,280만원(VAT 별도) 실효 출력 45W 주파수 응답 20Hz-20kHz(±0.3dB) S/N비 -95dB 입력 임피던스 600Ω, 100㏀ 입력 감도 800mV 출력 임피던스 4/8/16Ω S/N비 -95dB 무게 34kg
Apollon Noble Preamplifier Ⅱ 가격 2,700만원(VAT 별도) 사용 진공관 E80CC/UX245, GZ34 아날로그 입력 RCA×3, XLR×3 주파수 응답 20Hz-30kHz(±0.5dB) S/N비 -103dB 험&노이즈 -108dB 입력 임피던스 47㏀(RCA), 600Ω(XLR) 입력 감도 2V(최대) 출력 임피던스 47㏀(RCA), 600Ω(XLR) 크기(WHD) 48×16×35cm, 48×16×35cm(전원부) 무게 60kg(Net)
<월간 오디오 2017년 8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