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시청실에 놓인 작은 박스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외관이 심플하면서 세련되었고, 눈에 확 들어올 만큼 존재감도 있다. 단, 사이즈는 매우 작아서, 휴대용 사전 크기만하다고나 할까? 그리고 엘락이라는 로고를 봤을 때, 아마도 엘락에서 만든 액티브 스피커용 수신기가 아닐까 잠시 상상을 했다. 그러나 이것은 EA101EQ-G라는 형번을 가진, 정식 인티앰프다. 심지어 디지털 입력을 가능하게 하는 DAC도 내장되어 있다. 또 EQ가 모델명에 들어간 만큼, 뭔가 심상치 않은 내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대체 이 제품은 뭐란 말인가?
개인적으로 몇 년 전에 엘락을 방문한 바 있다. 덴마크가 멀지 않는 킬(Kiel)이란 곳에 소재하고 있는데, 상당히 현대적인 빌딩에 전 공정이 일사불란하게 돌아가고 있고, 다양한 R&D 또한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무슨 첨단 산업 시설을 둘러보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회사 연혁도 상당히 오래되어 저 멀리 192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 오래된 회사가 최근에 상당한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원래 소형 북셀프를 많이 만들었는데, 갑자기 한 덩치 하는 플래그십 대형기도 만드는가 하면, 턴테이블이며 앰프 쪽도 손을 뻗고 있다. 단, 이 제품들의 가격대는 정통적인 소형 스피커와 연계성을 염두에 둔 듯하다. 따라서 본 기 역시 소형 북셀프 정도를 상정한 후, 거기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
 

우선 출력부터 살펴보면 8Ω에 40W를 낸다. 단, 4Ω에 80W, 2Ω에 170W 등, 정확하게 저 임피던스에도 대응하고 있다. 매칭되는 스피커의 임피던스가 계속 변해도 얼마든지 적응할 수 있는 내용을 갖고 있는 셈이다. 단, 작은 몸체에 어느 정도의 출력을 내야 하는 만큼, 전원부는 스위칭 파워로 꾸미고 있다. 그러나 최신 사양인만큼, 1초에 40만 회라는 스위칭을 자랑한다. 그리고 증폭단 자체는 전통적인 클래스AB 방식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 이것을 동사는 ‘BASH Amplification’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당연히 자사만의 특허가 포함되어 있다.
본 기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서브우퍼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소형 스피커를 전제로 할 때, 부족한 저역 쪽은 서브우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선호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공간이 작고, 예산도 부족한 실정에서 풍부한 저역을 만끽하려 한다면, 우리의 주거 형편상 어려움이 많다. 또 스피커도 스피커지만, 이를 구동할 수 있는 앰프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저역 쪽을 서브우퍼에 양보하면, 앰프는 오로지 2웨이 북셀프, 즉, 중·고역에 집중할 수 있다. 이 경우 많은 출력도 필요 없다. 바로 이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본 기의 콘셉트에 적응할 수 있는 첫 번째 스텝인 것이다.
 

둘째는 룸 커렉션 기능. 사실 본 기는 아이폰 혹은 안드로이드폰을 통해 어플을 다운받아서 쓸 수 있다. 그게 단순히 리모컨 기능만 하지 않는다. 본 기와 매칭된 스피커와 서브우퍼의 음을 분석한 후, 정확히 서브우퍼의 어느 지점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알려주고(말하자면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다), 동시에 적절한 룸 커렉션 기능도 수행한다. 이 부분은 자사가 고안한 DSP로 해결하고 있다.
세 번째는 내장된 돌비 디지털 디코딩 시스템의 활용이다. 이를테면 TV의 아웃풋을 이용해서 본 기에 연결하면, 이 기기가 입력 신호를 분석해서 2채널 혹은 2.1채널분의 음성 신호로 변환한다. 다시 말해, 집에서 TV로 영화나 콘서트를 볼 때 매우 유용한 기능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헤드폰 앰프 기능. 그렇다. 요즘과 같은 시기에 헤드폰을 쓸 수 없으면 그 가치는 상당히 반감이 된다. 그밖에 다양한 디지털 입력단이 있고, 블루투스 입력도 있으며 특히 USB단도 있으니 PC나 스트리밍 디바이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요즘 시대에 필요한 기능과 내용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마그낫의 템푸스 77을 사용했다. 첫 곡은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행진. 우선 템푸스 77은 꽤 사이즈가 크고, 더블 우퍼 사양인데, 구동에 그리 힘이 들어 보이지 않는다. 고역이 시원시원하게 뻗으면서 상쾌한 바이올린 음이 나오고, 음색 자체도 예쁘다. 총주 시 저역의 리스폰스도 빠르고 깊다. 제대로 앰프를 만들었다는 인상이다.
 

이어서 레이 찰스의 ‘I Can't Stop Lovin' You’. 오른쪽에 코러스가 등장하고, 왼쪽에 스트링스가 위치한 가운데, 레이 특유의 흐느적거리는 듯한 보컬이 중앙을 점하고 있다. 충분히 정보량을 전달하고, 별 왜곡 없이 사실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디테일도 이 정도면 훌륭하다. 보컬 자체가 참 맛깔나게 나온다. 결코 작다고 깔보면 안 되는 제품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리모와 가베타가 함께 한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1번 1악장. 우아하게 피아노가 배후에 펼쳐지는 가운데, 중앙에 첼로가 멋지게 포진하고 있다. 음 하나하나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충분히 파악이 되며, 다양한 부대음이 사실적인 느낌을 배가시킨다. 또 스피드 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어서, 힘없이 축 처진 것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싱싱하고 또 알차다. 이 정도 클래스면 두루두루 다양한 스피커를 구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고 하겠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가격 110만원   실효 출력 40W(8Ω)   디지털 입력 Coaxial×1, Optical×2, USB B×1   아날로그 입력 RCA×2   헤드폰 출력 지원   블루투스 지원(apt-X)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서브 아웃 지원   주파수 응답 20Hz-40kHz(±1.8dB)   S/N비 101dB   크기(WHD) 21.2×5.3×29.5cm   무게 2.2kg

<월간 오디오 2017년 8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