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개인적으로 프라하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간 수차례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기분이 좋다. 거리 곳곳엔 악사가 즐비하고, 여기저기 밝은 미소를 띤 관광객들의 행복한 얼굴을 만날 수 있으며, 전혀 훼손이 되지 않은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다. 도시 자체도 그리 크지 않아, 2-3일 정도 도보로 다녀도 웬만한 것은 다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이 도시 한복판에 자비안 스피커의 본사가 있다. 만일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한 번 들러 볼 만도 했으리라.
그런데 자비안을 주재하는 로베르토 바를레타라는 분이 꽤 흥미롭다. 왜냐하면 체코인이 아니라 이탈리아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그 자신은 토리노에서 태어났지만, 가계 자체는 남부 쪽이다. 나폴리와 시실리 등을 포함한 이 남부 지역을 특별히 마그나 그레치아(Magna Grecia)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인의 자기 고향 사랑은 유별나지만, 이 지역이 유별나다. 하긴 여기서 아르키메데스, 피타고라스와 같은 철학자가 나왔고, 파르메니데스, 카루소 등 예술인이 나온 것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비록 본인은 프라하에 둥지를 틀고 스피커를 만들지만, 그 전통은 저 찬란한 이탈리아 남부에서 시작한다는, 아니 그 기원이 그리스에 있다는 점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
일례로 동사의 브랜드 명인 자비안(Xavian)만 해도 그렇다. 이것은 그리스 신화에서 음악의 요정들이 사는 곳이며, 영감이나 창작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 뜻을 알면, 정말 대단한 작명이 아닐까 싶다. 이런 연유를 알고 나니, 작은 사전 크기만한 본 기 조이(Joy)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본 기는 두 모델의 장점을 적절히 계승했다. 우선 페를라(Perla)라고 있는데, 여기서 인클로저의 제조 기법을 이어받았다. 즉, 딱딱한 원목을 능숙한 장인의 솜씨로 다듬는 것이다. 사실 프라하에 가보면 알겠지만, 거리 곳곳에 즐비한 다양한 자기류, 보석류 등의 화려한 자태는 체코가 얼마나 다양한 장인을 보유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본 기의 인클로저는 바로 그 솜씨를 단단히 발휘한 결과물인 것이다. 또 하나는 본보너스(Bonbonus)에서 가져왔는데, 바로 콤팩트한 사이즈로 설계하는 부분이다.
인스톨레이션 쪽을 살펴보자. 본 기의 뒤편을 보면 금속 걸이가 달려 있다. 이것은 벽에 달기 쉽게 만든다. 즉, 벽걸이 스피커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본 기로 홈시어터를 할 경우, 벽에 못 몇 개만 박으면 된다는 뜻이다. 이 부분 또한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한편 본 기에 투입된 유닛들은, 다소 고전적인 색깔을 가지면서도, 신기술이 적절히 투입되어 있다. 이 드라이버들은 오디오바를레타(AudioBarletta)에서 제공받는데,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 로베르토가 별도로 운영하는 드라이버 전문 회사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드라이버의 제조 과정에서, 본 기 인클로저의 콘셉트에 맞게 철저하게 특주했다고 하니, 이 점에서 인클로저와 유닛의 멋진 하모니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참고로 미드·베이스는 15cm 구경으로, 페이퍼 진동판을 쓰고 있다. 단, 더스트 캡의 기능을 잘 살려서, 분할 진동과 같은 원치 않은 악영향을 적극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한편 트위터는 실크 돔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제시되는 음은, 쨍하고 밝은 쪽은 아니고, 오히려 진득하면서 차분하다. 보다 자연스럽고, 일체 가공되지 않는 음을 들을 수 있다.
한편 본 기가 커버하는 대역은 55Hz-20kHz. 약간 더 밑으로 뻗으면 어떨까 싶지만, 인클로저의 사이즈를 보면, 상당히 양호한 스펙이다. 또 입력 감도가 85dB이지만, 8Ω의 상태를 잘 지키고 있어서, 파워는 30-140W 정도면 충분하다. 아마 70-80W 내외의 인티앰프로 충분하다고 본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케인의 MA-80 멀티 KT90, 소스기는 플리니우스의 마우리를 각각 동원했다.
첫 곡은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중 행진. 서서히 큰 북의 울림이 커지면서 악단이 진격해온다. 순간순간 공간을 가르는 현악군의 단호한 움직임이나 다채로운 관악기들의 포효. 확실히 작지만 맵고, 단단한 음이 나온다. 해상도에도 문제가 없고, 대역 밸런스도 양호하다. 왜 모델명이 조이인지 알게 해주는 순간이다.
이어서 안네 소피 무터가 연주하는 사라사테의 카르멘 판타지. 정말 집시처럼 자유분방한 연주가 이어진다. 마구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맨발로 뛰어다니는 듯하다. 빠른 패시지와 다이내믹한 어택. 이 부분의 묘사가 절묘하다. 미묘한 비브라토까지 포착하는 데엔 할 말을 잊었다. 물론 ‘쾅쾅’ 투티에서의 임팩트도 에너지가 전혀 죽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폴리스의 ‘Every Breath You Take’. 젊은 날 스팅의 싱싱한 목소리가 살아 있고, 드럼과 베이스의 단단한 저역도 일품이다. 스네어의 당찬 타격감도 괜찮다. 록 음악 특유의 활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좋고 안정적이다. 오래 들어도 별로 피곤하지 않은 음이다.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는 제품이라, 두루두루 사랑받을 것 같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가격 145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5cm, 트위터 2.6cm 재생주파수대역 55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500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5dB/2.83V/m 권장 앰프 출력 30-140W 크기(WHD) 20×30.5×17cm 무게 6.9kg
<월간 오디오 2017년 9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