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MA-80 Multi KT90 KT90으로 무장한 케인 MA-80 멀티의 진가
한은혜 2017-09-03 18:32:06

글 이종학(Johnny Lee)

 


아마 케인이라는 브랜드를 모르는 분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최고의 가성비를 가진 제품으로 널리 알려진 덕분에 곳곳에 애호가가 많다. 음악성과 내구성, 디자인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서, 중고 장터에서도 물건이 귀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그 와중에 나온 MA-80 멀티는 이미 여러 차례 본지에 소개된 바가 있어서, 특별한 관심이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버전 업을 하면서, 출력관을 과감히 KT90으로 교체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몇 가지 개선 사항이 추가되었다는 점에서,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본 기의 핵심 콘셉트는, 오로지 음악성 그 자체를 위해 여러 편의성을 과감히 포기하고, 되도록 심플하게 구성한 데에 있다. 따라서 제품의 외관도 그리 크지 않을뿐더러, 섀시나 디자인도 일체 멋을 배제했다. 덕분에 양호한 가격표를 획득했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말 겉만 보고는 판단할 수 없는 제품인 셈이다.
그럼 여기서 KT90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사실 새천년에 들어와 5극관을 쓴 앰프들이 조금씩 변모해간다. 원래 6550, KT88 등이 터줏대감이었지만, 이즈음에 들어서 KT90이라는 신참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사실 이 출력관은 이미 예전에 몇몇 애호가와 메이커에서 주목한 바가 있지만, 갑작스럽게, 심지어 KT88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조금씩 조금씩 영역을 확장하면서, 지금은 KT88을 대체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미 자디스나 오디오 리서치 같은 정평 있는 진공관 앰프 메이커가 KT90을 도입한 지 오래다. 이와 더불어 그 후에 나온 KT120, KT150도 서서히 주목을 받는 상황이니, 5극관의 세계에도 일대 회오리바람이 부는 형국이다.

 


참고로 KT90은, 구 유고연방, 정확히는 세르비아에서 개발되었다. 연방 시절, 무척 잘 나가던 회사가 하나 있었는데, 약자로 Ei NIS라고 한다. 정확히는 ‘Elektronska Industrija Nis’이며, 1948년에 창업되어 라디오 및 뢴트겐 머신을 주로 생산했다. 발칸 반도를 상당 부분 차지할 정도로 연방 자체가 컸으므로, Ei NIS는 내수만으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했고, 전성기에는 종업원 수가 1만이 넘었다고 한다. 이후, 연방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나토군의 공격으로 공장 일부가 파괴되는 등, 여러 굴곡을 겪었다. 한데 해체 이전에 수석 엔지니어가 개발한 것이 바로 KT90이다. 그 시절에 생산된 것은 구관에 속하고, 이후 시스템을 정비해서 다시 만든 것이 신관이라 하겠다. 아무튼 이런 사연 덕분에 뒤늦게 KT90의 진가가 알려져서 지금은 5극관 시장을 장악할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KT90은 오디오용으로 개발되어, 그 음이 매우 특출나다. 이에 대한 평을 두루두루 검색해보면, 전체적으로 KT88보다는 EL34의 성향이 강하다고 되어 있다. 또 KT88보다 출력을 약 15% 더 낼 수 있고, 이런 풍부한 헤드룸을 바탕으로 여유 있는 설계가 가능하다. 특히, 저역이 한 옥타브 더 떨어지고, 밝고 상쾌한 고역이나 충실한 중역의 재생은 정평이 나 있다. 따라서 이번에 본 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에 KT90을 채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빅 뉴스는, EL34와도 호환이 되도록 한 점이다. 이를 위해서 아주 간단한 절차를 거치면 된다. 바로 스위치 하나를 눌러주는 것. 즉, 출력관을 교체하기 전에 스위치를 조정한 후, 관을 교체하면 된다. 무척 심플하다. 아무래도 EL34 특유의 미음을 좋아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KT90의 당당하고 강력한 음을 좋아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혹은 장르에 따라 두 개의 관을 번갈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런 폭넓은 활용성은 본 기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한편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자비안의 조이, CD 플레이어는 플리니우스의 마우리를 각각 사용했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야니네 얀센 연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일단 유연하고, 시원시원하며, 빠르다. 중간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일체 없는 야무진 재생이다. 저역은 역시 펀치력이 뛰어나고, 양감도 풍부하다. KT90의 능력 아닌가. 전체적으로 단정하고, 꾸밈이 없으며, 양호한 밸런스를 갖고 있다. 확실히 업그레이드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이어서 로스트로포비치의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2악장. 차분하게 첼로의 풍부한 음이 시청실을 사로잡는다. 지판을 짚는 손가락 하나하나, 조심스러운 보잉 등 여러 모습이 디테일하게 펼쳐진다. 그 배후의 은은한 피아노 음향은 연주의 격을 훨씬 더 높여준다. 진공관 특유의 따스함이 가미되어, 시대의 명연주를 더욱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마지막으로 조수미의 ‘도나 도나’. 나일론 기타의 부드러운 질감, 더블 베이스의 튼실한 백업에 클라리넷의 환각적인 음색까지 골고루 가미되어, 소박한 편성이지만 오소독스한 구성을 뽐내고 있다. 보컬 자체는 약간의 뱃심을 넣어 은은하고, 고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독일어 발음의 격한 부분도 상당히 순화되어 들린다. 장시간 시청에도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184만원   사용 진공관 KT90×4, 12AX7×2, 12AU7×2   실효 출력 40W(KT90), 35W(EL34)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39.5×18.5×29.5cm   무게 16.5kg  

 

<월간 오디오 2017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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