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오디오 역사에는 불후의 명기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명제품들이 있다. 젊은 세대는 이런 표현을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불후의 명기라니?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뛰어난 성능의 하이엔드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확실히 옛 명기를 뛰어 넘었다는 제품은 가격이 천문학적이다. 그에 비하면 당시의 그 제품들은 보통 가격대에서 조금 더 비싼 수준이었다. 주로 매킨토시, 마란츠, 탄노이, 바이타복스 등에서 한두 기종이 그런 명기로 남았다.
쿼드에서도 그런 기종이 있다. 쿼드 Ⅱ 파워 앰프가 대표적이다. 1을 개량한 자그마한 제품인데, 이 파워 앰프가 먼저 나오고 같은 시리즈로 프리앰프도 나왔다. 1940년대부터 앰프를 생산한 쿼드가 1953년에 내놓은 이 모노럴 파워 앰프 쿼드 Ⅱ는 쿼드 특유의 캐소드 회로 방식이 적용되었음은 물론이다. 출력이 15W에 불과했던 이 제품이 아직까지도 쿼드의 대표 모델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뛰어난 성능 때문이었다. 지금 들어도 소리가 좋고 소장하고 있는 애호가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시장에서 찾기도 어렵다.
이 제품은 절찬을 받아 15년간이나 내부 개선 없이 롱런을 하더니 쿼드가 반도체 앰프로 주력기가 바뀐 탓으로 자연히 생산이 줄어들고 단종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근래 들어 쿼드가 진공관 붐에 기인한 듯 리바이벌을 시도하면서 그 추억의 명기가 재탄생했는데, 시청기는 그런 오리지널 쿼드 Ⅱ와는 약간 달라졌다. 우선 옛 제품이 모노럴 파워 앰프였던 것과 달리 한 덩어리의 인티앰프로 태어났다. 시청기는 오히려 쿼드의 초기 명기였던(1949년 제작) QA12/P와 유사점이 많은데, 이 QA12/P는 쿼드가 내놓은 최초의 인티앰프로 KT66을 사용한 것이다. 앞에 QA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Quality Unit Amplifier’의 약자인데, 이 제품의 설계 방식은 이후 쿼드 앰프의 기본으로 남았다. 그래서 이 제품은 쿼드의 옛 고향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사운드는 미국 앰프의 호쾌함과 달리 검소함, 조용함을 자랑하며 자연스러운 영국 사운드의 귀감이 되었고 브리티시 사운드라는 명칭이 이때로부터 시작되었다
근래 리바이벌된 제품은 이 제품 외에도 쿼드 Ⅱ 클래식, 쿼드 Ⅱ-40, 쿼드 Ⅱ-80 모노 파워 앰프와 QC 24 프리앰프 등이 있으며, 유명한 진공관 앰프 설계자 팀 드 파라비치니가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티앰프 기종으로는 시청기가 유일한데, 새롭게 설계된 부분은 본질적으로 진공관 정류가 아닌 실리콘으로 정류를 택했고, 출력은 순수한 클래스A로 실행된다. 회로 설계자들에게는 잘 알려진 ‘Walker's Acoustical’ 회로를 모델로 한 것이며, 특징은 출력 트랜스포머 1차 권선이 5극 출력관인 KT66의 캐소드에 연결된다는 것이다(요즘 제품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스크린 그리드와 다름). 출력 트랜스는 팀 드 파라비치니가 설계했고 영국에서 만들었다. 자동 바이어스이며, 또한 포노단이 포함되어 있고 이 포노단은 ‘채널당 5개의 트랜지스터가 있는 간단하고 우아한 회로’라고 소개되어 있다. 게인은 MM 모드에서 42dB이고 MC 모드로 전환하면 62dB이다. 부품은 4개의 PCB에 내장되어 있는데, 하나는 입력 스위칭 릴레이용이고, 다른 하나는 작은 신호용 진공관 및 다양한 전원 공급 장치용 부품이 부착된 메인 보드이며, 나머지는 2쌍의 출력 진공관용이다. 컨트롤은 고전적인 쿼드 22 프리앰프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똑같이 크고 아름다운 볼륨 컨트롤을 사용한다.
80-90년대까지 ‘당신은 아메리카 사운드 파인가, 브리티시 사운드 파인가’라는 그런 질문이 성행했는데, 시청기를 들어 보면 이해가 된다. 지금도 그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들 국가의 분위기나 취향이 그대로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앰프로 클래식 음악을 듣고 불만이 있으면 알려 주시오’ 이것이 그 당시 쿼드 앰프의 광고 문구였다. 이 점에 대한 이해 없이 쿼드 앰프를 받아들이면 약간 당황하기 마련이다. 정장을 한 우아한 귀부인에게 ‘음악회에 갑시다’가 아니고 ‘나이트에 갑시다’ 라고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생생하며 펀치력이 강한 그런 취향하고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처음에 이번 호 시청기인 차리오 에비에이터 기블리 스피커와 매칭을 했다. 그 스피커의 감도는 87dB이며, 생생해 단박 귀를 사로잡는 맛은 다소 떨어진다. 그 대신 오래 느긋하게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맞는다. 자연스러움과 음악의 중용이 무엇인가를 아는 스피커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피아노의 저역이 좋다. 파워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금관 악기가 많은 그렌 밀러 악단의 연주는 기대보다도 훨씬 좋다. 부드럽고 깊은 맛이지만 처음에는 그 맛을 잘 모르는 루악 커피와도 같은 제품이다. 잡식성 음악보다도 골고루 클래식 위주로 음악을 듣는 분에게는 역시 명기로 자리 잡을 소지가 다분하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750만원 사용 진공관 KT66×4, 12AX7×4, 6922EH×2 실효 출력 25W(8Ω) 주파수 응답 20Hz-20kHz(+0dB/-1dB) 입력 감도 275mV, 2mV(MM), 200㎶(MC) THD 0.06% 험 & 노이즈 -98dB 이상 크로스토크 75dB 이상 전압 게인 34dB 크기(WHD) 31×20×38cm
<월간 오디오 2017년 9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