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5-6년쯤 전.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처음 접했다. 내 주위에 ‘앞서 나가는’ 몇몇 지인들이 태블릿을 손에 들고 컴퓨터에 저장된 음원을 오디오로 보내는 모습이 굉장히 ‘있어’ 보였다. 쉽지 않을 것 같았지만, 지금부터 따라잡지 않으면 영영 뒤처질 것 같은 기분. 참을 수 없었다. ‘나도 할 수 있어!’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생전 처음 다뤄 보는 기기.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매뉴얼을 들춰 보면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잠시 후 내 아이패드에 음원 파일의 재킷 사진이 예쁘게 떠올랐고 음악도 순조롭게 흘러나왔다. 첨단, 아니면 ‘있어’ 보이는 그들 사이에 동참했다는 기분에 참으로 뿌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을 듣는데 불편한 점이 하나둘 거슬리기 시작했다. 우선은 앱 문제.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참는다고 하더라도, 당시에는 앱 자체의 동작이 불안정한 것들이 많았다. 음악을 재생하는 중에 접속이 끊어지거나 앱이 저절로 종료되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앱은 PC보다 성능이 약한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될 것을 전제로 개발되므로, PC에서 동작하는 프로그램에 비해 기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조건 검색은 말할 것도 없고 다중 검색도 지원하지 않으며 심지어 검색창이 없는 것들도 많았다. 결국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몇 곡의 음원을 재미삼아 듣기에는 충분할지 몰라도, 수만 곡 이상의 음원 파일을 ‘제대로’ 감상하고픈 애호가들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아직은 기술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고,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시기상조’ 시절은 불과 한두 해 뒤에 칵테일 오디오라는 국내 신생 브랜드가 출현하면서 급격히 막을 내리게 된다. 칵테일 오디오의 데뷔작 X30은 실로 놀라웠다. 하드 디스크 뮤직 서버, 네트워크 플레이어, CD 플레이어, FM 튜너, DAC와 디지털 녹음기, 게다가 앰프마저 포함한 엄청난 올인원 기기라니…. 하지만 칵테일 오디오는 이렇듯 모든 요소들을 통합한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칵테일 오디오가 다른 경쟁 제품들을 압도할 전략은 하드웨어보다는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에 있었다.
첫 번째로 X30은 애호가들이 컴퓨터에 설정해야 하는 부담을 없앴다. 사실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사용하려면 푸바(또는 다른 UPnP 서버 프로그램)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고, 네트워크 접속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X30은 자체에 하드 디스크를 장착하고 음악을 저장해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프로그램이 필요 없다. 물론 X30에 등록된 음악은 태블릿 PC나 모바일 기기에 예쁘게 나타나므로 ‘스마트’하게 조절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X30이 당시 앱들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점이다. 칵테일 오디오는 당시 UPnP 앱의 한계를 분명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앱을 개발하는 대신 ‘웹 서버’를 개발했다. 앱이 모바일 기기에 설치되고 동작되는 것에 비해, 웹 서버는 프로그램을 칵테일 오디오의 하드 디스크에 저장한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익스플로러나 크롬, 또는 사파리와 같은 웹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하게 한 것이다. 안정적인 웹 브라우저를 통함으로써 끊김이 없고, 운영체제를 신경 쓸 이유도 없어졌다. 주소창에서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는 모든 기기에서 칵테일 오디오를 컨트롤할 수 있으며, 단지 모바일 기기뿐만 아니라 노트북이나 다른 PC에서도 가능하다.
프로그램이 용량이 작은 모바일 기기에 설치되지 않고 칵테일 오디오의 내부 하드 디스크에 저장되는 이점은 훨씬 강력해진 기능이다. 다중 검색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음원 파일의 정보를 수정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비로소 수많은 음원을 가진 애호가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애호가들도 편리한 네트워크 세상을 경험할 기기가 세계 최초로, 그것도 국내에서 탄생했던 것이다.
X30의 충격적인 데뷔 이후 칵테일 오디오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앰프 부분을 배제한 소스-프리 올인원 X40이 출시되었고, 고급 사용자를 고려해 앰프와 DAC를 배제한 순수 하드 디스크 서버 - 네트워크 플레이어인 X50이 뒤를 이었다. 디지털, 전자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므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더욱 빠른 프로세서나 최신 DAC 칩, 메모리 용량의 증가와 같은 개선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용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소프트웨어도 꾸준히 개선시켰으며 최근에는 (웹 서버보다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칵테일 오디오의 전용 앱 - ‘Novatron Music X’도 개발해 구글 플레이나 애플 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꾸준하게 기술의 변화에 주목하고, 시장의 상황 변화에 주목하는 칵테일 오디오에서 발매된 지 4년이나 지난 X30을 ‘현대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은 당연한 시도다. 그리고 그 제품은 이제 X35라는 모델명으로 발매되었다.
X35는 X30과 비슷한 기능들을 갖고 있지만, 하드웨어를 찬찬히 살펴보면 전혀 다른 기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변경된 부분이 많다. 중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세밀한 부분을 더 세심하게 다듬었고, 무엇보다 디스플레이 화면이 7인치로 대폭 커져서 더욱 쉽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음질에 있어서 가장 큰 개선은 앰프 부분에서 이루어졌다. 출력을 X30의 두 배인 채널당 100W로 증가시켰으며, 디지털 앰프 모듈을 일체형이 아닌 모노 모노 구성으로 장착해 좌우 간섭을 배제시켰다. 주 전원 트랜스도 전작의 EI형이 아닌 오디오용 토로이달 트랜스를 사용하고 철저히 댐핑시켰으며, 스피커 단자 역시 고급형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X40에 처음 적용된 MM형 포노 앰프가 내장된 것도 환영할 만한 일인데, 이 포노 앰프는 고급 부품과 함께 독립된 전용 전원 회로로 동작하는 수준급 모듈이다. 턴테이블을 직결하면 24비트/192kHz의 고해상도로 디지털 녹음을 할 수 있다.
핵심 부품인 DAC 칩은 버브라운의 PCM1792a에서 ESS 사브레32 ES9018K2M으로 교체되었는데, 이와 함께 전작에서는 지원되지 않았던 DSD를 256까지 지원하게 되었다. 또한 X35 디지털 기능의 전반을 책임지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더 빠른 듀얼 코어로 교체되었고, 주 메모리도 클록 속도와 용량이 증가했으므로, 더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타이달이나 스포티파이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 지원은 기본. 고해상도 음원의 새로운 포맷인 MQA 파일의 지원도 눈에 띄는 변화다. MQA 파일은 고해상도 음원의 크기를 최대 1/10 수준으로 줄여 주는 혁신적인 압축 기술로, 메모리 용량이 크지 않은 모바일 기기나, 데이터 전송량이 제한받는 스트리밍 서비스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훨씬 더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높여 가고 있는 음악 재생 프로그램 룬(Roon)을 지원하며 룬 레디(Roon Ready) 인증을 받았다. 룬 레디 인증을 받으려면 하드웨어를 룬에 맞도록 최적화시켜야 하므로, 룬을 X35를 통해 재생하면 음질적인 향상이 이루어진다.
오디오 기기로서 가장 중요한 음질은 전작에 비해 확연히 좋아졌다. 앰프 출력을 증가시킨 효과는 압도적이며 넉넉하고 묵직한 저음을 기반으로 스피커의 구동 능력이 확연히 좋아진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고역은 섬세하고 해상력이 좋지만 결코 나대지 않고, 음장도 낮은 저역을 중심으로 넉넉히 펼쳐진다. 웬만한 중급 하이파이 인티앰프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잊지 말자. 이 기기는 CD 플레이어, FM 튜너, DAC, 하드 디스크 뮤직 서버, 네트워크 플레이어, 인터넷 라디오, 디지털 녹음기, 게다가 포노 앰프가 딸린 인티앰프까지 한 몸체에 집약된 기기다. 적당한 스피커만 연결하면, 실로 음악을 듣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디지털 및 네트워크, 전자 기술을 자랑하는 메이커들은 결코 적지 않겠지만, 이를 오디오의 형태로 멋지게 구현하고, 게다가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통섭한 칵테일 오디오에 경의를 표한다.
문의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가격 245만원 실효 출력 100W(8Ω) 디스플레이 7인치 TFT LCD(1024×600) CPU 듀얼 코어 ARM Cortex A9 메인 메모리 DDR-1066 1기가 EMMC 8기가 디지털 입력 AES/EBU×1(24비트/192kHz), Coaxial×1(24비트/192kHz), Optical×1(24비트/192kHz), USB A×3 디지털 출력 AES/EBU×1(24비트/192kHz), Coaxial×1(24비트/192kHz), Optical×1(24비트/192kHz), USB×1, HDMI×1 아날로그 입력 RCA×1, Aux×1(3.5mm), Phono(MM) 헤드폰 출력 지원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CD 재생 지원 지원 DSD 64/128/256, DXD 24비트/352.8kHz, HD WAV(24비트/192kHz), FLAC(24비트/192kHz) 등 온라인 뮤직 서비스 Tidal, Deezer, Qobuz, Spotify 튜너 FM, DAB+ 크기(WHD) 44.1×11.1×33cm
<월간 오디오 2017년 9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