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엘립손 하면, 개인적으로 상당히 친숙한 브랜드다. 저 멀리 1990년대 초, 한참 해외 오디오가 우리나라에 밀물같이 소개될 무렵부터 만났기 때문이다. 하얀 색으로 호리호리하게 서 있는 엘립손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일단 생김새가 남다르다. 기묘하리만치 길쭉하고 또 날씬하다. 유닛 구경은 작고, 그야말로 독특한 모양새였다. 과연 이런 스피커에서 무슨 음이 나올까? 문득 흥미가 생겨서 이 제품을 직접 시청하기까지 했다. 이윽고 엘립손이라는 이 낯선 브랜드에서 나온 음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아하고, 감촉이 좋으며, 반응이 빨랐다. 우려했던 저역도 잘 컨트롤이 되었다. 마치 유럽의 귀족 저택에 온 듯한 엘레강스한 느낌은 확실하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즈음, 파리를 방문하고, 이곳 샹젤리제에 있는 <버진>이라는 레코드 숍을 방문하면서, 역시 한쪽 오디오 코너를 장식하고 있는 엘립손을 만났다. 그렇다. 당시 이 스피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였던 것이다.
이후 시간이 지나고, 한동안 뇌리에 잊혀졌다가 무슨 비행 접시처럼 생긴 앰프에 동그란 스피커를 만나게 되었다. 무척 반가웠다. 음을 들어보니 예전의 느낌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프리스티지 파셋 14F라는 모델명을 가진 제품을 만났다. 사실 개인적으로 엘립손의 리뷰는 처음인데, 최초의 시청 이후 햇수로 거의 30년만에 이뤄진 순간이라, 이래저래 마음이 설렌다. 그 당시 구입한 엘립손에서 편집한 CD를 지금도 듣는 상황이라, 언제 기회가 되면 본 기로 그 CD를 다시 듣고 싶다
각설하고, 본 기는 외관에서 보이듯, 플로어스탠딩 타입이다. 맨 위에 트위터가 나 있고, 그 밑으로 두 개의 드라이버가 장착된 구성이라 일반적인 2웨이 또는 3웨이로 판단할 수 있는데, 실은 2.5웨이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
우선 트위터는 25mm 구경으로, 25kHz까지 양호하게 뻗는다. 한편 그 아래에 있는 것은 17cm 구경의 미드·베이스. 정확히 크로스오버 포인트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대략 2-3kHz 내외에서 트위터와 만나고, 그 밑으로 38Hz까지 내려가는 스펙을 갖고 있다. 이것은 상당한 광대역으로, 이 드라이버가 상당히 유능함을 알 수 있다.
한편 그 밑에 역시 같은 17cm 구경의 우퍼가 한 발 더 있는데, 이것은 오로지 저역부만 담당한다. 즉, 미드·베이스에서 저역의 펀치력과 양감만을 덧붙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두 발의 우퍼에서 재생되는 듯한 다이내믹한 저역을 만끽할 수 있다.
사실 본 기는 예전에 만난 제품에 비해 훨씬 몸체도 커졌고, 다소 평범해진 느낌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직한 사각형 디자인이 아니라 라운딩을 교묘하게 처리해서 어딘지 모르게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다. 또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이면서 덕트를 전면에 달아 설치 공간에도 비교적 자유롭다. 하이파이뿐만 아니라 홈시어터에도 유능함으로, 이래저래 팔방미인이라 하겠다. 가격적인 메리트도 상당해서, 이 부분이 크게 어필할 듯싶다.
동사가 처음 창업한 것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스피커 제조의 외길을 걸어온, 프랑스 오디오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브랜드다. 작은 몸체에 광대역을 구축한 점이나, 6Ω에 92dB라는 양호한 감도를 확보한 부분 등이 상당히 유저 친화적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페록스의 신작 225i에다가 소스기는 노르마 오디오 레보 DAC-1을 중심으로 들었다. 첫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액트2. 우아하게 트레몰로하는 바이올린을 따라 메인 테마가 조용히 흘러나온다. 눈을 감으면 흰색 옷을 입은 무희의, 아슬아슬한 발놀림이 연상된다. 우아하고, 기품이 있으며 또 아름답다. 그런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그려질 만큼, 이 곡이 갖는 엘레강스한 느낌이 잘 살아 있다.
이어서 카산드라 윌슨의 ‘You Don't Know What Love Is’. 일단 무겁지 않다. 그러나 확실하게 베이스를 커버한다. 단, 듣는 이를 압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음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보컬은 강한 카리스마 대신 여성적인 농밀함으로 승부하고, 배경의 어쿠스틱 기타는 디테일한 표현으로 다가온다. 이런 고매한 재생음도 나름 매력적이다. 확실히 이 스피커는 뭘 걸어도 고급스러운 음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카우보이 정키스의 ‘Southern Rain’. 일체 부담이 없다. 그렇다고 애매한 표현을 내는 것은 아니다. 풍부한 베이스 라인과 강력한 드럼 어택 등이 살아 있으면서도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단아하다. 따라서 듣다가 가볍게 졸아도 좋고, 독서를 해도 좋다. 그래도 음이 솔솔 귀에 들어온다. 많은 스피커가 듣는 이를 강요하는 반면, 이 제품은 듣는 이를 편하게 한다. 역시 엘립손의 오랜 전통은 괜히 이뤄진 게 아니다.
수입원 다담인터내셔널 (02)705-0708 가격 150만원 구성 2.5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7cm, 미드·우퍼 17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38Hz-25kHz(±3dB)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92dB/W/m 크기(WHD) 23.8×101.1×35.1cm 무게 20.5kg
<월간 오디오 2017년 11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