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현모

헤드폰은 머리에 장착하는 작은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이어폰, 헤드폰 시장이 홈 하이파이 시장을 넘어선 지 오래며, 헤드폰도 점차 고급화되어 수백만원이 넘는 하이엔드 헤드폰 브랜드가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하이엔드 헤드폰 시장의 추세는 오랫동안 주류를 이루었던 다이내믹 헤드폰에 더해 평판형, 정전형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평판형 헤드폰은 다이내믹 헤드폰과는 차별화된 음질로 애호가들의 관심을 사고 있는 반면 정전형 헤드폰은 몇 백 볼트에 달하는 고전압을 거는 전용 앰프까지 있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개발 회사가 많지 않다. 일본의 스탁스는 정전형 헤드폰을 주력으로 해 온 회사로 유명하며, 과거 필자도 스탁스의 플래그십 모델인 오메가 2를 사용한 적이 있는데 뛰어난 음질에 매료된 기억이 있다. 그리고 젠하이저에서는 정전형 헤드폰인 오르페우스 2를 소개했는데 고가의 하이엔드 스피커 가격과 맞먹는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으로 새롭게 시장에 나타난 회사가 있다. 바로 이번에 소개할 소노마 어쿠스틱스다. 필자가 시청한 M1HP 헤드폰과 M1AMP 헤드폰 앰프 시스템은 영국에 거점을 두고 미국에서 제작되는 소노마 어쿠스틱스에서 만든 것으로, 소니 SACD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이 주축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다른 정전형 헤드폰과 다른 특별함이 있어 관심을 끈다.

이 제품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전형 드라이버로 영국의 워릭(Warwick) 오디오 테크놀로지스에서 개발한 HPEL(High Precision Electrostatic Laminate)이라는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는데, 세계 최초라고 한다. 기존의 정전형 드라이버는 진동판 좌우로 전극을 배치하지만, 이 HPEL 정전형 드라이버는 전극 하나와 진동판을 전극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소리가 출력되는 방향에 소리를 가로막는 전극이 없어 음질에서 유리하다고 한다. 즉, 진동판에서 출력되는 소리를 전극이 다시 내부로 반사시키는 기존의 정전형 드라이버의 단점을 개선한 것이다. 그리고 HPEL 드라이버는 가벼워서 기존의 정전형 헤드폰에 비해 무게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 그 덕에 M1HP 헤드폰의 무게(케이블은 제외)가 303g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정전형을 떠나서 거치형 헤드폰치고 상당히 가벼운 것이다.
 

M1HP 헤드폰에 사용하는 2m 길이의 헤드폰 케이블은 은도금된 OFHC 동선으로 제작했고, 발포 폴리에틸렌을 절연체로 사용했는데, 케블라로 보강하고 있어 강도 면에서도 안심할 수 있겠다. 또한 고급스러운 소재의 패드와 세련된 디자인에 시청 시 착용감이 편했고, 이어 패드가 귀를 충분히 덮었고, 안정감이 있었다.

필자는 소노마 어쿠스틱스의 M1HP 헤드폰의 가벼움뿐만 아니라 M1AMP 헤드폰 앰프의 세련되고 날렵한 모습에도 매료되었는데, 크기 190×57×290(mm, WHD), 무게 2.45kg의 작은 사이즈로 제작되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USB 입력은 PCM 32비트/384kHz, DSD 128에 대응한다. 그 외에 디지털 입력으로 코액셜 1개가 있고, 아날로그 입력으로 RCA 1조, 3.5mm Aux 1개가 있다.

소노마 어쿠스틱스의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의 성능과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이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3악장 장송행진곡(Hyperion)을 들어 보았다. 정숙한 배경 속에 달콤한 피아노 소리가 울린다. 미세한 배음 처리를 잘하니 소리가 무척 자연스럽다.

정트리오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피아노 트리오 ‘위대한 예술가를 회상하며’(EMI)의 앞부분을 들었다. 해상도가 높아서 사실적인 첼로와 가냘픈 바이올린의 음색과 질감을 고급스럽게 표현해 낸다.

조수미가 부른 비발디의 ‘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RV630’ 중에 나오는 ‘라르게토’(Warner Classics)에서는 저음 반주 악기의 연주가 생생하며, 조수미의 목소리는 청아하게 들린다.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EMI) 제4악장 합창 부분에서는 정교한 입체 음향 무대가 펼쳐지며, 타악기의 강력한 울림, 다양한 악기 소리를 정확하게 그려 낸다. 합창대와 솔로 가수의 목소리도 자연스럽다.

정전형 헤드폰 시장에 새롭게 도전하는 소노마 어쿠스틱스의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은 정숙한 배경에 매우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주며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다른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에 비해서 상당히 가벼운 것도 장점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날렵하면서도 작은 크기의 헤드폰 앰프는 협소한 공간에서도 쉽게 운용할 수 있어서 좋다. 새로운 정전형 헤드폰의 도전을 적극 환영한다.

수입원 (주)다미노 (02)719-5757   가격 650만원
 

M1HP   트랜스듀서 HPEL, 싱글-엔디드 일렉트로스태틱   주파수 응답 10Hz-60kHz   무게 303g  
 

M1AMP   디지털 입력 Coaxial×1(24비트/192kHz), USB B×1   USB 입력 PCM 32비트/384kHz, DSD 64/128   아날로그 입력 RCA×1, Aux(3.5mm)×1   디스토션+노이즈 0.05% 이하   대역 65kHz 이상   인클로저 CNC-Machined 6063 알루미늄   크기(WHD) 19×5.7×29cm   무게 2.4kg  

<월간 오디오 2017년 11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