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audio Rebel Two - 펜틸라 대령의 극적인 승전보!
한은혜 2017-12-13 18:31:44

글 이종학(Johnny Lee)

 


지금부터 30여 년 전, 정확히는 1984년, 노년의 펜틸라 씨가 손자와 함께 아내가 치는 피아노를 듣고 있었다. 일종의 음악 가족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이 가문에는 여러 음악인을 배출한 바 있다. 그러므로 집안에서 누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었다. 문득 손자에게 펜틸라 씨가 이렇게 물었다.
“사람이 만든 물건이지만, 왜 피아노의 음이 아름다운지 아니?”
“글쎄요?”
“이 안에 자연의 소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체 조작이나 왜곡이 없어. 나는 이런 음을 들으면 우리의 아름다운 숲이 생각난다.”
사실 펜틸라 씨는 1944년,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를 때, 격렬하게 독일군과 싸운 경험이 있었다. 당시 대령일 정도로 계급이 높았으므로, 부하들을 이끌고 숱한 포격을 적진에 가했다. 그러다 문득 정적이 오고, 멀리서 바람에 휘날리는 숲의 움직임을 듣는 사이, 조용히 적군은 퇴각해갔다. 이 얼마나 극적이고, 아름다운 소리일까?
바로 그 음을 손자인 새미는 태생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후,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그러나 다른 가족과 달리 그는 듣는 데에 더 관심이 많았다. 어느 여름,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스피커를 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상 음을 듣고는 실망감이 밀려왔다. 어릴 때부터 익히 들어온, 자연의 소리. 깊고, 생생한 음과는 거리가 있었다. 나중에 다른 스피커를 들어도 마찬가지. 이때부터 흥미를 갖고 스피커를 연구하고 나중엔 오디오 전반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 후, 펜오디오를 창설한 것은 당연한 수순. 이때 펜은, 펜틸라 가문의 ‘Pen’에서 따온 것이다.

 


본 기는 2웨이의 콤팩트한 사이즈를 가진 제품이다. 모델명은 레벨 2(Rebel Two). 지극히 심플한 작명이다. 외관도 심플하고, 인클로저의 형상이나 유닛 배치도 심플하다. 그러나 제대로 울리려면 절대 심플하지 않다. 우선 양질의 스탠드는 필수고, 설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30W 이상의 앰프로는 쉽게 울리니, 이 부분에 대한 부담은 덜하다고 하겠다.
유닛 구성을 보면, 미드·베이스는 시어스를 썼고, 트위터는 웨이브코(Wavecor)의 모델을 사용했다. 각각 14.6cm, 2.2cm 구경이니,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전체 프런트 쪽의 사이즈는 그리 크지 않다. 단, 48Hz-26kHz라는, 북셀프로는 양호한 스펙을 갖춘 데다가, 중역대의 농밀하면서 밀도감이 넘치는 음은 상당히 매혹적이다. 특히, 보컬과 어쿠스틱 악기에 탁월하다. 이 부분은 설계자가 가문 대대로 이어온 DNA를 그대로 스피커에 투영한 탓이 클 것이다.
한편 크로스오버의 설계는 간략하게 꾸미되 최상의 부품을 투입했다. 공심 코일의 인덕터를 비롯해서, 폴리프로필렌 계통의 커패시터 등을 동원했고, WBT 단자로 스피커 터미널을 완성했다. 특히, 내추럴 버치 플라이우드는 단단하면서 음악성이 높아, 인클로저를 만들기에 무척 용이하다.
 


사실 우리네 시청 환경을 고려하면, 그리 부담이 없는 사이즈에 충실한 중역대를 갖춘 북셀프가 좋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본 기가 앞으로 주목받을 부분은 많다고 하겠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빈센트의 SV-237MK, CDP는 야마하의 CD-S2100을 각각 사용했다. 첫 곡은 안네 소피 무터의 카르멘 판타지. 당당한 인트로 후, 뜨거운 스패니시의 열기를 간직한 바이올린이 흘러나온다. 약간의 마성을 포함한,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연주는 여기서도 생생히 살아있다. 작은 몸체에 2웨이에 불과한 북셀프지만, 무터의 기백과 테크닉을 담기엔 전혀 부족하지 않다. 특히, 음색 면에서도 약간의 달콤함을 포함하고 있어서, 계속 듣게 만든다.
이어서 건즈 앤 로지즈의 ‘Patience’. 오버 더빙을 통해 무려 세 대의 어쿠스틱 기타가 왼쪽, 중앙, 오른쪽에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그 위로 보컬이 등장하는 편성이다. 그 포지셔닝이 또렷하고, 음 하나하나에 명징함과 에너지가 가득하다. 중간에 기타 솔로가 나올 땐, 줄 하나하나를 피킹하는 느낌이 기분 좋게 표현된다. 그야말로 귀가 호강하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 초반에 활로 더블 베이스를 긋는 대목이 있는데, 희한하게도 양감이 풍부하다. 이보다 더 스펙이 좋고, 큰 스피커로도 여러 번 들어봤지만, 이렇게 에너지가 죽지 않는 경우가 드물었다. 확실히 태생이 좋구나, 직감하게 된다. 스네어를 긁는 브러시의 느낌이나 단아한 피아노,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 등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수입원 샘에너지 (02)6959-3813   가격 221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4.6cm, 트위터 2.2cm   재생주파수대역 48Hz-26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4000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크기(WHD) 16.5×28.5×31.5cm   무게 6.5kg

 

<월간 오디오 2017년 1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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