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시청기는 2017년도 독일 이파쇼에서 첫 선을 보인 제품이다. 진공관 하이브리드 스테레오 리시버이며, 전 세계 스테레오 리시버 중에서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제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기능이 그만큼 다채롭다는 뜻인데, 주요 기능은 DAB+/FM 튜너, 블루투스 4.0 입력, USB B·옵티컬·코액셜 입력을 지원하는 24비트/192kHz D/A 컨버터, MM 포노, 진공관 프리까지 지원하고 있다. 엄청난 다기능이다. 블루투스는 고음질의 apt-X 코덱을 지원하며, apt-X가 지원되는 경우 앰프 액정 화면에 연결된 기기의 이름과 함께 apt-X 지원이 되는 표시가 생기고, 재생하면 샘플레이트와 곡명도 표시된다. 게다가 블루투스로 재생되는 음악에서 차가운 성향을 완전히 잊게 만들어 줄 만큼 음감 표현이 근사하다는 해외 평가가 있다.
마그낫은 독일의 풀하임(Pulheim)에 거점을 두고 개발을 시작, 1973년에 창립해 연혁 면에서는 크게 길지는 않지만, 견실하고 독창적인 제품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독일제는 비싸다는 평판을 잠재우고 가격 대비 훌륭한 성능의 제작사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때문에 마그낫은 독일 오디오 산업에 큰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증폭부에 작은 진공관을 투입하는 것은 이제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하이엔드 제품에서도 자주 보이며 CD 플레이어에 그런 방식을 쓰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반도체가 진화를 거듭하지만 거의 100년 전 개발된 진공관의 성가를 능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현대 기술로도 3, 4천년 전에 만들어진 세계 각처의 피라미드 구조와 기능을 완전 파악하지 못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인가?
이런 다기능과 묵직해 보이는 외양에도 불구하고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다. 새삼 오디오 세계의 거품에 도전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럴 때 제품의 리뷰가 항상 어렵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한단 말인가. 하이엔드 기준으로 보면 이건 저가, 염가 모델에 불과하다. 그런데 하이엔드와 동등하다? 물론 그럴 수는 없지만, 어떤 점이 기준선인가 하는 그런 애매한 평가 항목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사람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괜찮은 인간이라고 해 줄 수 있는가? 그런 복잡한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다소 곤란한 제품을 만난 느낌이 든다.
어느 영화감독은 시사회장에서의 긴장도에 관해 글을 한 편 써 놨다. 시사회장이니만큼 영화평론가, 기자들이 참석한다. 그 감독은 그 전문가 그룹의 표정까지도 지켜봐야 하는데, 그들이 박수를 치고 기립까지 한다면? 성공이라는 생각이 아니라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박수를 치는 영화는 거의 흥행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징크스 때문이다. 그 반대로 영화 도중 따분해 하며 옆 사람과 잡담을 나누고 건성건성 볼 때 오히려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고 하니…. 원래 그런 말이 있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책, 영화, 음악은 안 읽고 안 보고 안 듣는 것이 좋다! 전문가 집단이란 지(智)적으로 항상 열등감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차별성을 가지려는 본능으로 타인이 잘 모르는 것을 들고 나와 과시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은 2번이 아니라 3번이 훨씬 더 명곡이고, 슈베르트 교향곡 역시 8번 미완성이 아니고 9번 그레이트가 명곡이라고 열변을 토하는 전문가들도 심심찮게 있다. 대중적인 곡은 싫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본성이니 나무랄 수만은 없고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면 투명한 창 안으로 진공관(ECC81) 2알의 불빛이 붉게 표시되는 시청기는 프리부에는 진공관이 사용되며, TR 파워부는 75W(8Ω)의 출력을 제공한다. 고용량 전해 콘덴서와 차폐 처리된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 채용되어 있고, 고가품들이 채용하는 독립적인 전원부 설계가 되어 있다. 이런 설계는 불필요한 노이즈를 감소하기 위해 하이엔드에서는 자주, 인티앰프에서는 가끔 적용된다. 자잘한 편의 장치도 남다르다. 좌·우 밸런스 조절은 물론 저음, 중음, 고음 조절도 가능해 음악 장르에 따라서 원하는 사운드로 튜닝할 수 있다.
플리니우스 CD 플레이어로 소리를 들어 본다. 스피커는 이번 호 시청기인 쿼드 S1. 스피커 매칭이 좋다. 이럴 때는 작은 행운이 느껴진다. 좀더 원숙해지고 어른스러워지는 소리가 난다. 해상력도 수준급이고 진득한 현 독주의 음감이 감동적. 피아노는 깨끗하고 알맹이가 있다. 보컬도 느긋하지만 자연스럽다. 원숙한 소리이다. 전문가적인 평가 기준을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하지만 괜찮다. 상당 수준의 제품이다. 가격을 알고 나서 다시 한 번 눈여겨봐지는 제품이다. 오디오가 이런 쪽으로 진보가 되면 참 좋을 것 같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가격 170만원 실효 출력 75W(8Ω), 100W(4Ω) 사용 진공관 ECC81/12AT7×2 디지털 입력 Coaxial×2, Optical×2, USB B×1 S/N비 104dB, 82dB(MM) 입력 감도 470mV, 5mV(MM) 튜너 지원(FM) 블루투스 지원(Ver4.0, apt-X) 포노 지원(MM) 크기(WHD) 43.3×13.2×31.7cm 무게 8.9kg
<월간 오디오 2018년 1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