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오디오 쇼 취재나 공장 탐방 등을 곁들여 외국에 다니다 보면, 우리가 아는 스피커 브랜드 외에도 상당한 강자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데에 놀라게 된다. 즉,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것은 하이파이 전문인 반면, 홈시어터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거함들도 무척 많은 것이다. 야모(Jamo)도 그 경우에 해당한다.
야모의 역사는 저 멀리, 덴마크의 작은 어촌 글린고레에서 시작한다. 때는 1966년. 약 50여 년 전이다. 평소 오디오에 흥미가 있고, 스피커 제조를 취미로 삼아왔던 프레벤 야콥센 씨가 창고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스피커를 만든 것이 바로 그 시기다. 이후 조금씩 주변에 입소문이 나자, 2년 후에 매형 율리우스 모르텐센을 끌어들여 경영을 맡기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여기서 야모는 야콥센과 모르텐센에서 야(Ja)와 모(Mo)를 각각 따와서 만든, 일종의 작명이다. 이 회사가 얼마나 성공했는가 하면 본격적인 창업 후 10년이 지난 1978년에 누계 판매량이 1백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이 된다. 이후 본격적인 월드 와이드 마켓에 뛰어들면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러므로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혹시 야모하면 덴마크의 어느 작은 공방 정도로 생각하는 분도 있을 듯싶은데, 정말 큰 코 다칠 것이다.
이번에 야모는 스튜디오 8 시리즈를 런칭하면서, 하이파이와 홈시어터 둘 모두를 아우른다는 야심찬 계획을 선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하이파이용으로 제작이 되었지만, 최근의 돌비 애트모스라는 사양에도 부응하는 콘셉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것이 S8 ATM이라는 모듈이다. 쉽게 말해, S8 시리즈의 상부에 이 모듈을 얹어서 돌비 애트모스를 커버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돌비 애트모스의 가장 큰 특징은, 천장에 별도의 스피커를 설치해서, 마치 현실에서 음을 듣는 듯한 효과를 준다는 데에 있다. 이를테면 비행기가 이륙하거나, 비가 내리거나, 헬리콥터가 이리저리 움직일 때, 천장에 설치된 스피커가 매우 중요한 일을 한다. 이것은 기존의 5.1 내지 7.1채널이 평면적인 재현에 그쳤다면, 드디어 애트모스에 와서 완전 입체적인, 3차원의 홀로그램과 같은 음향을 이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천장에 스피커를 따로 달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는다. 리어 스피커를 벽에 붙이는 것만 해도 쩔쩔 매는 판국에 무슨 천장? 바로 그 애로 사항을 극복하기 위해, 별도의 모듈을 스피커에 얹는다는 발상을 한 것이다. 만일 기회가 된다면, 꼭 ATM을 탑재한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듣고 싶다.
이번에 만난 S809는 이 시리즈의 톱 모델로, 당연히 전문적인 하이파이용이다. 본 기는 트위터 하나에 무려 세 발의 미드·베이스를 장착하고 있는 바, 덕분에 37Hz-26kHz라는 양호한 스펙을 갖추고 있다. 이 정도면 나중에 홈시어터를 꾸며도 별도의 서브우퍼가 필요 없을 것 같다.
한편 1인치 구경의 소프트 돔 트위터 주변으로 웨이브 가이드가 설치되어 있어서, 좀더 다이내믹하고, 사실적인 고역을 보장한다. 5인치 구경의 우퍼는 폴리파이버 계통의 진동판을 탑재하고 있는데, 무려 3발을 갖춤으로써 저역의 양감과 펀치력이 상당해졌다. 인클로저는 MDF를 사용, 전형적인 톨보이 방식을 지향하고 있지만, 대신 전면 하단에 작은 슬롯으로 덕트 역할을 대체함으로써, 더 정교한 저역 컨트롤을 실현시키고 있다. 또 설치 시 뒷벽의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장점도 아울러 갖고 있다. 수려한 마감은 모던한 북구 스타일의 인테리어에 훌륭히 부합된다.
첫 곡은 안네 소피 무터의 카르멘 판타지. 과연 우퍼 3발은 그냥 장식품이 아니었다. 오케스트라가 치고 올라갈 때, 저역의 양감과 펀치력이 놀랍다. 또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한 고역의 질감도 깨끗하고, 힘이 있다. 전체적으로 중립적인 성향이며, 약간 차가운 느낌도 있다. 하지만 상당히 투명해서, 기본적으로 해상도와 다이내믹스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서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행진. 오래전 녹음이지만, 여기선 매우 싱싱하게 재현된다. 현악군의 움직임이 일목요연하며, 위로 치고 올라갈 때의 에너지도 일품이다. 오케스트라의 풀 사이즈가 넉넉히 재생되고, 투티에서도 별로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계속 음악을 듣고 싶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머라이어 캐리의 ‘My All’. 탱탱한 기타 줄의 텐션, 강력한 킥 드럼, 서정적인 신디의 배경 등, 여러 악기의 어우러짐이 자연스럽다. 보컬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 뜨거운 에너지가 가감 없이 재생된다. 경이의 하이톤 재생 땐 같이 소리치고 싶을 정도. 정교하고, 정확하게 만들어진 제품이라 하겠다.
수입원 (주)씨제이에스 (02)715-4345 가격 75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3) 12.7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37Hz-26kHz(±3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0dB/2.83V/m 파워 핸들링 120W/240W 크기(WHD) 19.1×104.2×25.2cm
<월간 오디오 2018년 1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