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바야흐로 스트리밍 오디오가 대세다. 이전까지 다운로드한 음원을 듣는 것이, CD 다음 세대의 흐름이었다면, 지금은 스트리밍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케이블 없이 와이어리스로 신호를 보내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마치 튜너도 메이커마다, 모델마다 음이 다르듯, 네트워크 플레이어 역시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다. 그런 와중에 만난 가격 대비 성능도 좋고, 다기능으로 무장한 본 기 NA6005는 여러모로 반갑다. 전통의 마란츠 오디오 제품에서 쌓아올린 음질과 음색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DAC, 인터넷 라디오 등 다양한 소스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네트워크 플레이어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오로지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역할에만 충실한 제품이다. 이 경우, 프리앰프 혹은 DAC/프리를 별도로 갖춰야 한다. 약간 번거롭다. 편의성을 위해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들였는데, 랙에 여러 기기가 자꾸 쌓이는 모습이 영 보기 좋지 않다.
본 기는 DAC를 겸하고 있어서, 여기에 CDT 정도를 추가한다면 기존 시스템의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별도로 오디오 랙을 늘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인터넷 라디오 등 여러 부가 기능이 있어서, 이제 아날로그 튜너를 치울 때도 되었다. 참으로 신통방통한 기기라, 아무래도 몇 가지 설명이 필요할 듯싶다.
우선 일반 튜너라면, 방송국에서 보낸 전파를 캐치해서 듣는 것이 골자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도 이와 유사한다. 다른 점이라면 이더넷이나 와이파이를 통해 일종의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자신의 라이브러리는 물론, 스트리밍 오디오 쪽도 아울러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포티파이로, 무려 3천만 개의 곡이 런칭되어 있다. 이것을 아무 때나 꺼내서 들을 수 있으니, 바로 딴 세상이다. 어디 그뿐인가? 인터넷 라디오! 전 세계에 무려 3만 개가 넘는 채널이 존재한다. 하나하나 검색만 해도 1년은 후딱 지나갈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제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효과적으로 신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은 수많은 EMI, RFI로 가득 차 있고, 그밖에 핸드폰이니 뭐니 수많은 채널이 전체 주파수 대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겹겹이 피복이 된 케이블을 동원해도 노이즈가 타고 오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을 와이어리스로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여기서 동사는 듀얼 안테나를 동원해서 커버하고 있다. 당연히 듀얼 밴드도 동원하고 있다. 또 붐비는 도시 환경을 전제로 해서, 최적의 채널을 찾고 또 이게 여의치 않으면 다른 채널로 변환하는, 이른바 자동 밴드 스위칭 기술이 뛰어나다. 이를 위한 듀얼 밴드의 도입도 믿음직스럽다. 블루투스를 통해 본 기와 페어링할 수 있는 디바이스는 기본적으로 8개. 이것을 일단 기억하고 나면, 언제든 접속이 가능하다.
한편 DAC로 말하면, 실제 공연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CS4398 DAC 칩을 쓰고 있다. 이를 통해 고해상도 음원을 받아들이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PCM의 경우, 24비트/192kHz까지, DSD는 2.8MHz 및 5.6MHz까지 커버한다. 한편 DAC부는 독립적으로도 작동해서, CDT를 연결해서 CD를 들을 수도 있다. 심지어 헤드폰 단자까지 부속된다.
이렇게 복잡한 기기를 만들려면, 내부의 정리 정돈이 잘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개의 전용 회로 기판을 보기 좋게 구분해서 상호 간섭을 피하고 있다. 거의 모듈에 가까운 개념으로 설계한 것이다. 거기에 마란츠 전용 어플을 다운받으면, 핸드폰 등으로 손쉽게 디바이스와 PC, NAS에 저장된 음원을 들을 수 있다. 참, 세상 많이 좋아졌다. 매칭 스피커는 엘립손의 프레스티지 파셋 24F, 앰프는 플리니우스의 카이타키 프리와 P10 파워 세트.
첫 곡으로 들은 것은 배드핑거의 ‘Come And Get It’. 베이스 라인이 우선 강력하다. FLAC 파일의 신호 정도는 마치 CD를 듣는 듯 명료하고, 정교하다. 내장된 DAC가 우수해서, 마란츠의 고급 CD 플레이어를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마란츠의 톱 모델을 주의 깊게 들은 터라, 그 연장선상에서 파악이 된다. 흥미롭다.
이어서 위시본 애쉬의 ‘Everybody Needs A Friend’. 이것은 FLAC이 아닌 MP3. 일부러 재생했는데, CD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DAC 내부의 업샘플링을 통해 거의 근접한 음질을 들려준다. 두 대의 기타가 좌우 채널을 점유한 가운데, 육중한 베이스와 드럼의 어택이 생생하다. 보컬의 노스탤직한 느낌도 잘 살아 있다.
마지막으로 롤링 스톤즈의 ‘Angie’. 이번에는 FLAC. 왼쪽 채널의 어쿠스틱 기타가 그야말로 선명하게 포착된다. 오른편의 피아노는 우아하고 또 아름답다. 보컬은 다소 거친 맛을 갖고 있으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잘 연출한다. 듣고 있으면 통상의 CD 플레이어를 건 듯하다. 또 마란츠 특유의 진공관과 같은 따스한 분위기도 여전히 살아 있다. 어차피 대세를 피할 수 없다면, 본 기는 좋은 선택이 될 듯싶다.
수입원 D&M코리아 (02)715-9041
가격 70만원
디지털 입력 Optical×1, USB A×1
아날로그 출력 RCA×1
DAC/디지털 필터/노이즈 셰이퍼 CS4398
로우 패스 필터 스테이지/출력 버퍼/헤드폰 앰프 HDAM SA2
네트워크 지원
인터넷 라디오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블루투스 지원
크기(WHD) 44×10.4×32.9cm
무게 6kg
<월간 오디오 2018년 2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