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ktail Audio CA-X50D , 음악적으로 평등한 시대에 스마트하게 음악을 즐기는 방법
한은혜 2018-02-03 18:40:44

글 월간오디오

 

 

클래식? 그건 옛날 유럽에서 귀족이나 부르주아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잖아. 그런 걸 좋아하는 건 사대주의야. 아니면 허영심이거나. 클래식은 오래전에 이미 죽은 예술이고 우리 정서하고 맞지 않는 부분도 많은데 뭘 그렇게 열심히 들어?


실제로 내 친구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다. 요즘에는 이 친구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사실 친구 이야기가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하이든이 30년간 음악을 연주하며 ‘종살이’를 했던 에스테르하지 가문은 우리나라 면적의 절반 가까운 크기의 영토를 소유하고 있었고, 그 영토에는 무려 50만 명의 농노가 살았다. 농노들이 뼈 빠지게 일을 하면서 착취당함으로써 에스테르하지 가문은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한 ‘에스테르하자’라는 멋진 궁전을 지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유력 귀족들을 초청해 화려한 음악회를 즐길 수 있었다. 유럽에서 귀족이나 성직자라는 특권 계층은 2% 내외이기에, 내가 그 시절에 태어났다면 아마도 농노였을 확률이 높다. 그랬다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지금은 옛날이 아니고, 세상은 크게 변했다.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를 생각해 보자. 자동차는 서양에서, 그것도 극히 부유한 특권층만이 소유할 수 있었다. 어디 자동차뿐인가? 전화나 TV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부유한 부르주아들만이 소비자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누구나 핸드폰을 갖고 있고, 일부러 TV를 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TV가 없는 집을 찾기 어렵다. 자동차를 갖고 있는 것은 자랑거리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법 앞에서 평등한 존재였지만, 인터넷의 발달은 우리에게 - 정보 앞에서 평등한 - 한 단계 진보한 평등을 가져다주었다. 물론 이것은 클래식 음악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어떤 장르든 최소한 음악을 듣는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누구나 평등하다. 이미 음반들은 사라지고 있고,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하면 한 달에 CD 한두 장 값으로 수십, 수백만 장의 라이브러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다. 연주회? 안 가도 된다. 유튜브나 케이블 TV에서 웬만한 음악은 다 들을 수 있고, 공연도 충분히 볼 수 있다.


아마 본지의 독자라면 턴테이블과 카트리지에 따라 음질이 얼마나 크게 변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지독한 가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오디오의 음질 격차를 현저하게 감소시켰다. 이제는 음반을 재생하는 소스 플레이어 대신 컴퓨터를 소스기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즉, 예전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급의 오디오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클래식을 감상하기 위해 예전처럼 경제적인 부담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며 오로지 마음의 준비만이 필요할 뿐이다. 이와 같은 시대에 클래식 음악을 놓고 ‘특권 계층’ 운운하는 것은 분명한 시대착오다.


다만 이렇게 엄청난 양의 음악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것을 골라 들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나는 이 시대에 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음반 업계, 나아가 오디오 업계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음반 업계는 좋은 연주를 엄선해서 훌륭한 음질로 녹음하고, 오디오 업계는 이를 편리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기기를 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아직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히도 몇몇 오디오 메이커에서 디지털 기술의 진입 장벽을 낮춰 주는 훌륭한 기기들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주자로는 자랑스러운 우리 메이커 - 칵테일 오디오를 꼽을 수 있다. 이미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하드 디스크 뮤직 서버, 그리고 앰프와 CD 플레이어, 튜너 등을 일체화시킨 CA-X30으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는 앰프를 배제하고 포노앰프를 포함시킨 올인원 프리앰프 CA-X40으로 다시 한 번 애호가들에게 칵테일 오디오의 브랜드를 각인시킨 바 있다. 그리고 CA-X50D는 X40에서 DAC를 배제한 순수 디지털 기기로서, 이미 하이엔드 오디오를 사용하고 있는 애호가들을 겨냥한 제품으로 출시되었다.
CA-X50D는 CA-X30, CA-X40과 같은 1세대 제품이 아니라 CA-X35, CA-X45와 같은 2세대 제품이다. 1세대 제품보다 클록 속도가 50% 빠른 듀얼 코어 프로세서와 대용량 메모리가 사용되었고, 시원한 7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것도 CA-X50D부터다. 칵테일 오디오는 CA-X50D의 대범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던지 CA-X35와 CA-X45도 똑같은 모습으로 출시했다. 모델 이름이나 뒷면 단자를 보기 전에는 제품을 구별할 수 없다.


CA-X50D는 칵테일 오디오 디지털 기술의 핵심만을 담은 기기이지만, 그래도 기능은 여전히 엄청나게 많다. 먼저 CD 트랜스포트로 동작하며 USB 케이블이나 광 또는 동축, AES/EBU(XLR), I2S 단자를 통해 DAC로 신호를 전송할 수 있다. I2S 단자는 필립스에서 디지털 음성 신호 전송용으로 개발된 포맷으로 신뢰도가 매우 높아 프로용 기기에 자주 사용되며 하이엔드 제품에도 간간이 사용된다. 게다가 일반적인 RJ45 형식(랜 단자)과 요즘 부쩍 많이 사용되는 HDMI 형식의 I2S 단자를 모두 사용함으로써 호환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점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음성 출력용 USB 단자는 특별하게 고안된 것으로, 일반적인 USB 접속이 전원 공급 라인이 포함되어 음질을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원을 차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음질을 향상시키려는 섬세한 노력은 CA-X50D의 섀시가 모두 비자성체인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것 외에도 고급 단자나 엄선된 부품 등으로 철저하게 구현되어 있다.
 


CA-X50D은 2.5인치 또는 3.5인치의 하드 디스크를 두 개 장착할 수 있으므로 최대 저장 용량은 무려 12TB가 된다. 레이드를 적용해 두 개의 하드 디스크를 하나처럼 크게 사용할 수도 있고, 하나는 늘 다른 하나를 백업하도록 할 수도 있다. 물론 두 개를 독립적으로 사용하면서 하나를 음원용으로 사용하고 다른 하나를 NAS처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드 디스크에 담긴 음원들은 디지털 출력을 통해 오디오의 DAC로 보낼 수 있고,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또는 일반 PC로 전송할 수 있다.


한편 CA-X50D는 네트워크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컴퓨터나 태블릿 PC,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원들을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CA-X50D는 하나의 몸체로, 음원을 저장하고 공급하는 서버이면서, 외부의 음원을 받아 재생하는 ‘렌더러’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CA-X50D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지원은 매우 뛰어난데, 무손실 음원을 공급해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타이달(Tidal)과 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포티파이(Spotify), 디저(Deezer) 등을 지원한다. 인터넷 라디오 기능은 물론 무선 전송 - 에어플레이도 지원한다.


칵테일 오디오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이 쉽다는 것이다. 기능이 많아 다소 복잡하게 여길 애호가도 있겠지만, 최소한 다른 제품들과 비교하면 7인치의 커다란 디스플레이에 보이는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쉽다. 혹시 음반으로만 음악을 듣던 애호가라면, 그리고 음원 재생을 하고 싶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던 애호가라면 CA-X50D를 사용해 볼 것을 강력히 권한다. 이미 DAC를 포함해 오디오 시스템을 완비하고 있는 애호가들은 오디오 랙에 CA-X50D만 추가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그 후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평등의 시대’를 기쁘게 즐기는 일만이 남는 것이다.

 


문의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가격 220만원

  <월간 오디오 2018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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