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현모
요즘 오디오 기기가 성능이 좋아지면서 케이블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더 커지고 있다. 그런데 케이블 값이 웬만한 기기 값보다 더 비싼 것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케이블에 큰돈을 들이지 않고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오디오 애호가들에겐 정말 희소식이 아닐까?
필자가 이번에 시청한 오디오 액세서리는 케이블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그런 제품으로, 크라이나의 헬카1이다. 1978년에 창업한 크라이나는 ‘입체 음향 장비’를 지향하는 일본 업체이다. 현재 오디오 케이블과 각종 액세서리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이번에 시청한 헬카1은 일본에서 ‘2018 오디오 액세서리 명기상’을 수상했다.
헬카1은 옛날 유선 전화기의 선처럼 생긴 굵은 나선형 튜브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를 직접 케이블에 감거나 씌워서 사용한다. 전원 케이블, 스피커 케이블, 인터커넥트 케이블, 디지털 케이블, USB 케이블, LAN 케이블, 심지어는 헤드폰 케이블에도 사용할 수 있다. 즉, 직경 20mm 이하의 케이블에는 다 사용할 수 있다. 이 헬카1의 튜브 안에는 수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절연체로 사용되는 점성 용액이 봉입되어 있다. 이로 인해, 감싸고 있는 케이블의 내·외부 진동을 제어한다. 또 케이블 내·외에서 발생하거나 간섭하는 각종 전자파 노이즈에 대한 차폐 효과도 뛰어나다고 한다.
데논의 DCD-1600NE CD 플레이어와 PMA-1600NE 인티앰프, 스피커는 다인오디오 익사이트 X18을 동원해 이 액세서리를 시청했다. 헬카1을 CD 플레이어의 파워 케이블에 감아서 시청했고, 헬카1을 투입하기 전과 후를 비교 시청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3악장 장송행진곡(Hyperion)을 최고의 기교파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이 연주하는 것으로 들어 보았다. 더 정숙한 배경에 전보다 명료해진 피아노 소리가 스피커 주변에서 울려 나온다. 정트리오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피아노 트리오 ‘위대한 예술가를 회상하며’(EMI)의 앞부분에서는 진동과 전자파 노이즈를 상당히 억제한 덕분에 더 높아진 해상도가 인상적이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질감과 음색이 더 차분하면서도 사실적으로 살아난다. 조수미가 부른 비발디의 ‘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RV630’ 중에 나오는 ‘라르게토’(Warner Classics)에서는 시작 부분의 저음 현악기의 에너지는 더 생생하게 느껴지고, 조수미의 목소리는 더 부드럽고 명료하게 들린다.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EMI) 제4악장 합창 부분에서는 더 입체적인 음향 무대에서 오케스트라의 악기 소리, 솔로 가수의 목소리와 합창단의 목소리가 명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들린다.
크라이나 헬카1을 연결하면 악기 소리에 생동감이 더 생긴다. 즉, 힘이 있게 들린다. 음악 신호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는 진동과 전자파가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또 악기의 잔향처럼 느껴졌던 군더더기가 제거되어 입체적인 음향 무대가 더 정밀하게 그려지고, 악기의 음색과 질감이 더 선명해진다. 헬카1은 자꾸만 음악을 듣게 만들고, 빼고 나면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들게 하는 액세서리다.
수입원 장오디오 (010)4714-1489
가격 16만원
<월간 오디오 2018년 2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