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yric Audio Ti 200, 독일에서 온 또 하나의 강자, 리릭 오디오
한은혜 2018-03-07 18:43:02

글 이종학(Johnny Lee)

 


보컬의 신선함이나 다양한 악기들의 적절한 콤비네이션, 특히 드럼의 강력한 어택은 진짜 눈이 부실 정도. 무슨 스튜디오에 들어온 듯 중립적이고 정확한 음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덕분에 스피커의 잠재력이 다 발휘되어, 진짜로 신이 나서 즐겁게 노래하는 부분이 확실히 드러난다.

요즘 복사티브(Voxativ)의 기세가 무섭다. 풀레인지라는, 스피커로서는 이상향이지만, 정작 현실에선 구현하기 힘든 소재를 갖고, 평생을 바치다시피 해서 드디어 하나의 스피커로 완성시킨 홀거 아들러 씨의 집념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를 비롯한 여러 저널에서 동사의 제품을 ‘올해의 제품’ 리스트에 올려놓은 것은 결코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이다.
마침 복사티브에서 추천하는 진공관 앰프가 있었던 바, 이번 기회에 국내에 런칭되었다. 제대로 된 짝이 드디어 나타난 셈. 그 브랜드명은 리릭 오디오(Lyric Audio)이고, 모델명은 Ti 200이다.
기본적으로 본 기는 클래스A 방식을 추구하면서, 푸시풀이 아닌 패러 싱글 방식을 구현하고 있다. 패러 싱글? 원래는 ‘Parallel Single’의 약자로, 쉽게 말해 한 채널에 두 개의 싱글 엔디드 출력 방식을 넣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푸시풀보다 출력은 떨어지지만, 싱글 엔디드가 갖고 있는 순수성과 적절한 힘을 함께 얻을 수 있다. 말하자면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포획하는 방법인 것이다.
 


물론 말은 쉽지만, 이런 방식이 널리 보급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설계 방식이 좀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히, 노이즈 처리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동사는 ‘제로 크로스 커런트 컨트롤’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쉽게 말해, 전원부에서 공급되는 전압과 음성 신호가 담긴 전류 사이의 간섭을 극력 배제한다는 것이다. 거의 순수한 싱글 엔디드에 접근할 정도의 퀄러티를 실현시키고 있는 셈이다.
본 기는 상단 왼쪽에 노브가 하나 설치되어 있다. 그 주변으로 EL34, KT88, KT120, 그리고 KT150이라는 마크가 보인다. 즉, 무려 네 종의 출력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전원을 끈 상태에서 출력관을 교체하고, 노브를 돌려 해당 마크에 맞추면 끝. 너무나 간단하다. 또 같은 5극관이라고 해도 서로 개성과 맛이 달라, 하나의 앰프로 무려 4개의 개성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비교적 구성은 간단해서, 입력단에 12AX7을 쓰고, 드라이버단에 6V6을 썼다. 12AX7은 다이내믹스가 뛰어나고, 담당 대역폭이 넓어 현대적인 음을 만들 때 유리하다. 한편 6V6은 그 자체로 출력관이 될 만큼 음질이 좋으며, 매우 파워풀하다. 출력 임피던스도 낮아, 드라이버관으로도 유능한 것이다. 거기에 정류 다이오드를 세심하게 선별, 투입해서 매우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또 S/N비도 높다. 그 결과, KT150에선 40W, KT88에선 16W라는 출력을 얻고 있다. 숫자 자체는 낮지만, 스피커 구동력은 상상 이상이다.
 


애초에는 KT150을 넣어 복사티브의 제품을 시청하려 했었다. 그러나 역시 KT150의 힘은 차고도 넘쳤다. 아마 출력이 더 낮은 KT88이나 혹은 EL34로 교체했을 때, 더 좋은 매칭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었다. 한편 본 기의 하위 기종인 Ti 100 MK2의 경우, 순수한 싱글 엔디드 방식이어서 출력이 본 기의 절반이다. 오히려 이 기종에서 더 재미를 보지 않을까 싶다. 결국 스피커는 드라이빙 능력을 더 필요로 하는 그래험 오디오의 LS5/8을 걸었다. 사실 이 사이즈의 스피커들이 좀 애매하긴 하다. 로하스 계열에서도 이런 용적의 제품들이 의외로 구동에 애를 먹는다. 이럴 경우, 본 기는 아주 좋은 해결책이라는 것을 이번 시청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CD 플레이어는 아큐페이즈의 DP-720.
 

 


Ti 140 MKⅡ

첫 곡은 치메르만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무대 안쪽에 정위한 피아노의 타건이 점차 거세지면서, 웅장하면서 스산한 오케스트라의 출현. 전체 분위기는 광활하면서 우수에 젖어 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피아노의 영롱한 터치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일단 40W라고는 해도, 힘을 최대한 억제한 출력. 스피커를 말 그대로 갖고 논다. 투티에서의 폭발력을 들어보면 깜짝 놀랄 정도.
 


이어서 셸비 린의 ‘I Only Want To Be With You’. 몇 개 안되는 악기지만, 무대가 빈 구석이 없다. 보컬은 수수하면서 담백한 느낌으로 부른다. 일체의 기교가 없다. 반주도 차분하고, 정치하다. 대신 공간감과 잔향이 좋다. 고역의 에너지가 잘 살아 있고, 베이스의 음은 바닥을 두드릴 정도. 대역도 넓고, 힘도 좋다. 확실히 사용성이 뛰어난 앰프임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스틸리 댄의 ‘Aja’. 보컬의 신선함이나 다양한 악기들의 적절한 콤비네이션, 특히 드럼의 강력한 어택은 진짜 눈이 부실 정도. 무슨 스튜디오에 들어온 듯 중립적이고 정확한 음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덕분에 스피커의 잠재력이 다 발휘되어, 진짜로 신이 나서 즐겁게 노래하는 부분이 확실히 드러난다. 이렇게 보면, 브리티시 계열의 중형기 정도는 본 기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 같다. 시장에 이 정도의 퀄러티와 힘을 갖춘 진공관 인티앰프가 귀하다는 점에서, 큰 메리트를 갖고 있는 모델이라 하겠다.

 


수입원 탑오디오 (070)7767-7021
가격 1,800만원
사용 진공관 KT150×4, 12AX7×2, 6V6×2
실효 출력 40W
주파수 응답 15Hz-35kHz(-1dB)
THD 3% 이하
출력 임피던스 4Ω, 8Ω
S/N비 96dB
크기(WHD) 44×22.3×38.2cm
무게 32.5kg

 <월간 오디오 2018년 3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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