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요즘 평창 올림픽이 한창이다. 쇼트 트랙이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우리 선수들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하는 모습은 이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썰매나 컬링과 같이 생소한 종목에서 선전하는 것은 정말 놀랍다. 이 종목들은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순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단시간 내에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었을까?
문득 우리 민족에게는 유별난 순발력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빠르게 적응하고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참으로 기분 좋은 순발력이다. 한 가지 더 기분 좋은 것은 오로지 금메달만을 중시하던 우리의 의식 변화다. 즉, 이제는 은메달을 따고서도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인터뷰를 하는 선수들이 사라졌고, 선수들의 선전을 보는 우리도 더 이상 메달의 색깔에 집착하지 않는다. 다만 선수들이 좋은 팀워크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바랄 뿐이다. 우리의 국민 의식이 눈에 띄게 성숙한 것이다.
우리의 유별난 순발력은 국토 면적이 109위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 끌어올렸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는 몹쓸 습관을 가지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놀랍지 않은가? 우리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화학, 조선, 철강, 자동차, 전자 및 IT 외 수많은 부분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컴퓨터 보급률과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1위이고 1인당 인터넷 접속 시간도 가장 길다. 네티즌 참여율은 1위, 닷컴 보유량은 2위다. 이렇게 IT 관련 산업이 발달하면서 CNN은 우리나라로 여행 추천을 하는 기사에서 ‘미래의 모습을 보고 싶으면 한국으로 가라’는 표현을 썼다.
그렇다면 우리가 음악을 듣는 방식도 분명히 ‘첨단적’이고 ‘미래적’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다. 우리는 일찍이 MP3 플레이어로 세계를 석권한 적이 있다. 이후 스마트폰에 MP3가 밀리며 자취를 감추자, 우리는 음질을 특화시킨 포터블 미디어 플레이어로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게다가 우리는 스마트폰에 듀얼 DAC나 쿼드 DAC를 처음 도입해 음질을 향상시키기도 했다.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과 IT 시장에서 우리가 이렇게 기술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가 가진 순발력 때문이다.
오디오 분야에서 우리의 순발력을 드러내는 대표 주자로는 칵테일 오디오를 꼽고 싶다. 음원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상황은 오디오에서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매우 크게 부각시켰다. 즉, 디지털 기술은 매우 빨리 변화하므로 칵테일 오디오는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조금만 방심하면 선두의 자리를 놓치는 위태로운 시장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DivX 플레이어로 세계를 주름잡던 칵테일 오디오는 DivX 플레이어의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곧바로 오디오 사업에 뛰어들었고 시제품들을 개발한 뒤, 오디오 전문가 그룹과 협업해 신속하게 CA-X30이라는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 냈다.
CA-X30은 CD를 리핑해 내부 하드 디스크에 음원 파일로 저장해 재생하는 뮤직 서버일 뿐 아니라, 네트워크 플레이어로서 외부 컴퓨터의 음원을 불러올 수 있었다. 게다가 FM 튜너, CD 플레이어 및 D/A 컨버터, 인티앰프를 포함해 스피커만 연결하면 모든 것이 완성되는 혁신적인 올인원 기기였다. 이 제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고, 일찍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CA-X30의 성공에 고무된 칵테일 오디오는 발 빠르게 CA-X40, CA-X50을 출시하며 제품 라인을 구축했고 기술도 축적해 나갔다.
CA-X40은 기능 면에서 CA-X30의 파워 앰프 부분을 제거한 것이지만, 두 제품 간의 변화는 매우 컸다. CA-X30 시절에 중요하지 않았지만 점차 인기가 높아지던 DSD 파일의 재생이 CA-X40에서 가능하게 되었고, 단자들도 고급화되었다. 그리고 수준급의 포노 앰프를 장착해 턴테이블을 직결하고 LP의 음을 24비트/192kHz의 고해상도 음원으로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신제품에 급변하는 디지털 분야의 기술과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은 CA-X50에도 이어졌다. CA-X50은 기능 면으로는 CA-X40에서 DAC 부분을 뺀 순수 디지털 기기이지만,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키웠으며, 최신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채용해 속도를 향상시켰고 램의 용량도 증가시켜 사용자가 더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했다.
이렇게 라인업이 완성되고 나서도 칵테일 오디오는 멈추지 않았다. 라인업에서 발매된 지 가장 오래된 CA-X30의 후속기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CA-X35로 명명된 기기에는 이전 CA-X40과 CA-X50에서 개선된 내용이 모두 포함되었다. 즉, DSD를 지원하게 되었고 포노 앰프를 포함하게 되었으며, 단자들이 고급화되었다. 그리고 더 빠르고 강력한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증강된 램,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갖추게 되었다. 특히, 내장되어 있는 앰프의 출력을 두 배로 향상시켜 채널당 100W를 낼 수 있도록 했고, 디지털 앰프 모듈을 두 개 사용해 좌우 채널의 간섭을 배제했다. 이처럼 칵테일 오디오의 ‘후속기’ 개념은 오디오 업계에서 관용적으로 통용되던 - 판매량을 제고하기 위해 겉모습과 내부 회로를 약간 바꾸는 - 이름뿐인 후속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오늘 소개하는 CA-X45는 CA-X40의 후속기다. 따라서 CA-X45에는 지금까지 칵테일 오디오에서 개발되고 제품화된 모든 제품들의 장점들이 취합되어 있고, 거기에 플러스알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먼저 장점들이 취합된 부분부터 보자. 우선 겉모습이다. 7인치로 커진 디스플레이는 단지 보기 좋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사용해 보면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바로 느낄 수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가 CA-X35에 적용된 최신형으로 교체된 것도 물론이다. 램의 용량도 전작에 비해 증강되었고, 따라서 DB를 관리하거나 내부 검색에서 한결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CA-X45가 이 정도로 마무리되었다면 애호가들은 앰프 부분만 제외했을 뿐 CA-X35와 동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CA-X45에만 도입된 플러스알파를 살펴보자.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DAC 회로에서 좌우 채널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사브레 ES9018K2M DAC 칩을 두 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음질은 더욱 맑아졌으며 전통적인 하이엔드 오디오를 사용하고 있는 애호가들에게도 안심하며 추천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두 번째는 USB 입력이 추가되어 PC에 직접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CA-X45는 이더넷 케이블이 연결되고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작동하면서도 PC와 USB를 통해 직접 연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사용하는 경우, 우리는 PC에서 단지 음원 파일만을 전송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컴퓨터에서 음원만을 듣지는 않는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 유튜브를 감상하면서 소리를 오디오로 보내고 싶은 경우는 얼마든지 많다. 이때 일반적인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사용자라면 별도의 USB D/A 컨버터를 준비해야 한다. 칵테일 오디오의 CA-X45는 네트워크 플레이어, 하드 디스크 뮤직 서버뿐 아니라 USB D/A 컨버터로도 사용할 수 있으므로 평창 올림픽 중계를 포함한 컴퓨터의 모든 ‘소리’를 오디오로 보내 줄 수 있는 것이다. 혹시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잘 모르는 애호가들도 CA-X45를 USB D/A 컨버터와 프리앰프로 사용하면서 천천히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HDD 뮤직 서버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칵테일 오디오 CA-X45를 보면서, 그리고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자랑스러운 ‘Made in Korea’ 마크들과 평창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국가 대표 선수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의 유별난 순발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우리가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 첨단적이고 미래적인 기기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자랑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지 말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때다. 비록 우리 사회에는 좋지 않은 모습들도 아직 남아 있지만, 우리의 국민 의식이 성숙하면서 분명히 좋아지리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문의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가격 285만원
<월간 오디오 2018년 3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