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기인

지금까지 필자는 수많은 MM형, MC형 카트리지를 접해 왔다. MM은 MM의 특징적 사운드와 기계적 단순함으로 인한 진동계, 즉 바늘 교환이 용이한 점이 있지만 섬세함과 예술성에서는 MC에 뒤진다. MC는 섬세하고 깊이 있는 음 디테일을 선사하지만 바늘 교환이 용이치 않아 본사로 보내 수리해야 하는 바 수리 비용이 만만치 않다.
MM과 MC의 최장점만 적용해 새로 설계한 신개념 카트리지가 이웃 나라 일본 탑 윙의 특허로 새로 출시되었다. 이 카트리지 설계의 중심에 있는 엔지니어는 바로 그레이스 사에서 카트리지를 설계하고 발전시켰던 메구로 히로무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MC 카트리지가 자기회로 내에서 코어에 감긴 코일을 진동시킴으로 생기는 발전 얼룩으로 인해 중심축이 확실하지 않은 것과 코어재에 의한 왜곡 현상이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극도로 안정된 발전계의 설계에 집착했다. 결과적으로 코어재가 없이 발전 코일을 카트리지 바디에 V자로 홈을 파서 양쪽에 고정시키고 순수한 자기 발전 진동계를 리니어하게 V 홈에서 진동시켜 발전하는 코어리스 스트레이트 플럭스형 카트리지를 완성시켰다.
 

이런 구조는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카트리지 역사를 뒤엎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코일을 고정시킴으로 순수 진동계 교환이 쉬워지는 바 MM처럼 저렴한 가격으로(카트리지 본체의 1/10 정도 가격) 바늘 교환이 가능한 쾌거를 이루었다. 중요한 것은 대단히 순도 높은 초정밀 자기회로 개발과 자력선 평행 밸런스와 고정 코일과의 정확한 좌우 간격을 항시적으로 유지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중앙 스타일러스 종단을 손목시계 이상의 정밀도로 가공해 나사 고정함으로써 완수했다. 바늘 교환이 쉽게 가능한 바 진동계의 업그레이드나 새로운 진동 이론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 취미성도 대단히 좋아졌다.
카트리지를 엎어 놓고 보면 고정 코일이 내부 V 홈에 촘촘히 감겨 특수 접착제로 접합되어 있는 것을 사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청색 바디는 두랄루민을 아노다이징 처리한 것이며 전용 헤드셸 역시 동일한 재질로 초정밀 가공한 모습이 견고한 느낌을 준다.
 

코일 임피던스는 12.3Ω으로 중·저 임피던스에 해당하나 일반 MC형에 비해 승압 트랜스나 헤드 앰프와의 매칭이 까다롭지 않고 대단히 무난한 장점이 있다. 출력 역시 일반 MC 카트리지와 비슷한 0.2mV(5cm/sec at 1kHz)로 이상적이다. 카트리지 무게는 코일 임피던스 숫자와 동일한 12.3g으로 개발자 스스로 어떤 의도적 계산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12.3을 강조하고 있는 인상이다.
세이류의 소리는 정말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들어 왔던 여타 카트리지와는 다른 느낌의 한 단계 윗급 사운드라 말하고 싶다. 가장 큰 특징은 발전 얼룩이 전혀 없어 음의 중심축이 확실한 대단히 안정된 사운드라는 것이다. 무음 그루브를 운행할 때 울렁임이 없이 수면 위를 주행하는 듯 고요함이 인상적이다. 이 안정된 발전 축에서 동요됨 없이 어떤 소리든 정확하게 주파수를 그려 낸다. 스피드도 대단히 빠르고 왜곡도 없다. 음의 골격이 대단히 굳건해 음의 에지와 고역 디테일을 생략됨 없이 그려 낸다. 그러면서도 음의 추진이 경질이 아니고 연질의 성격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온화한 성격의 득도한 고승이 멋있게 격투기를 하는 것 같은 연상에 빠지게 한다. 힘과 유연성, 마음의 고요를 모두 겸비하고 있는 문무겸장을 보는 듯하다. 현의 디테일은 하나씩 하나씩 섬세한 올까지 풀어내되 온도감을 끝까지 유지하며 끌고 나간다. 피아니시모의 사라지는 데크레셴도에서는 디테일과 온도감을 여운으로 남기며 허튼 부분이 없이 끝까지 해석해낸다. 오케스트라의 총주 부분에서도 다이내믹하며 정보량이 놀랄 만큼 충실한데, 투명성과 온도감을 동시에 유지하면서도 스케일이 확장된 시원함을 안겨 준다.
 

이 카트리지가 일본 내의 유수 아날로그 상을 휩쓸고 있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구나 하는 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정확한 스테이징과 음악성, 다이내믹과 온도감, 속마음을 숨기지 않는 솔직한 표현력 등을 고루 갖춘 명작이다. 오랜만에 가슴이 뻥 뚫리는 사운드를 접해 쌓였던 스트레스까지 단숨에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이제 아날로그는 옛날의 아날로그가 아니다. 무엇인가 새롭게 재탄생되고 발전하는 오디오의 블루오션이다. 과거보다 새롭게 발전된 자리에서 혁신적인 아날로그를 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부풀게 하는 좋은 시청이었다.

 

문의 아날로그사운드 (02)706-3999
가격 730만원(바늘 교환 가격 80만원)
형식 코어리스 스트레이트 플럭스 고정 코일형
임피던스 12.3Ω
무게 12.3g
출력 0.2mV(5cm/sec at 1kHz)
침압 1.75-2.0g
캔틸레버 특수 두랄루민

<월간 오디오 2018년 4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