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흔히 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문과계와는 달리 스스로를 자신의 전공에 국한시키려는 좋지 않은 경향이 있다. 예컨대 전기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자신들을 ‘전기장이’라고 부르며 다른 전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전기장이니까…’ 하면서 뒤로 물러선다. 하지만 전기나 화학, 토목이나 기계 또는 재료와 같은 전공은 대학교 때 나눈 것이 아닌가. 회사는 결국 제품을 만드는 곳이고 제품에는 전공의 구별이 없다. 부연하자면 자동차를 제작하는 회사에 다니는 ‘전기장이’들이나 ‘재료장이’들도 자신의 전공에만 치우치지 말고 항상 ‘자동차’에 대해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 10년쯤 되었을까? ‘통섭’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요즘에는 ‘융합’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은데, 학문이 고도화됨에 따라 다른 학문과의 괴리감이 커져 가고 있는 것을 우려해 학문 간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융합시킴으로써 여러 학문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뜻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명성 있는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의 역사를 보면, 한 명의 기술자와 한 명의 경영자로부터 출발한 경우가 많다. 이 한 명의 기술자를 ‘르네상스형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는 자신의 전공만을 고집하지 않고 전기 공학과 전자 공학, 그리고 기계 공학과 물리학 등에서 오디오에 관한 지식을 뽑아 융합해 낸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전공을 갖고 있는 수십, 수백 명의 직원을 가진 회사보다도 우리가 열광하는 훌륭한 제품들을 만들 수 있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소통’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슈지만 우리가 보아 온 것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엔 오디오를 보면서도 ‘융합’에 대해 생각할 때가 많다. 오디오에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도입되면서 ‘융합’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성과들은 오디오에 고스란히 첨가되었다. 2000년대에 스위칭 전원부와 D급 증폭 앰프가 도입되기 시작했고, 전통적인 것을 선호하던 애호가들은 고주파 간섭과 노이즈를 우려하며 이에 반발했다. 사실 초기의 제품들은 문제가 있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오디오 시장에는 보급기뿐 아니라 하이엔드 제품에도 스위칭 전원부나 디지털 증폭 방식의 앰프들이 즐비하다. 새로운 기술이 오디오에 성공적으로 ‘융합’된 것이다.
 

2010년 이후로 네트워크 기술이나 블루투스가 오디오에 포함되면서, 나아가 컴퓨터의 강력한 기능이 오디오에 이식되면서 소프트웨어는 오디오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초기에는 엉성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도 참 많았다. 한글 지원도 중요한 이슈였고, 사용하기 어렵거나 불편한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기능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에서 아직도 가장 뒤처져 있는 부분은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한다. 더욱 꾸준히 개선되고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시대의 오디오는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융합’ 중이다. 앰프가 내장된 스피커, 튜너와 CD 플레이어가 포함된 앰프 등은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제품들은 주로 초보자가 선택하는 제품으로 폄하되어 왔는데, 공간의 부족 때문에 간소화된 회로 또는 빈약한 회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면 실장 기술(SMT)이 개발된 후부터 작은 기판에 훨씬 많은 수의 소자들을 담을 수 있게 되면서 - 핸드폰이 얇아진 것처럼 - 많은 기능을 ‘융합’한 올인원 기기들이 급속하게 발전하게 되었다.
‘융합’에 있어서 최근 가장 돋보이는 브랜드를 꼽자면 칵테일 오디오를 들 수 있다. 칵테일 오디오는 국내의 IT 업체 노바트론 산하의 오디오 브랜드다. 칵테일 오디오는 DivX와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기술력을 충분히 축적한 후 오디오 시장에 진출했고 애호가들의 인기 속에서 순탄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의 라인업 CA-X35, CA-X45, CA-X50D, N15D는 모두 훌륭한 제품들이지만 ‘융합’과 어울리는 - 또는 가장 많은 기능을 담은 CA-X35를 소개하고 싶다.
CA-X35는 CA-X30의 후속기로서 음악을 듣기 위해 필요한 오디오의 모든 기능을 하나의 몸체에 담아 놓은 ‘혁신적인’ 올인원 기기라고 할 수 있다. 내장되지 않은 것은 오로지 스피커뿐이다. 우선 소스로서 FM 튜너와 CD 플레이어가 탑재되며, 트랜스포트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광, 동축, AES/EBU(밸런스) 디지털 출력을 제공하고 아날로그 출력까지 제공한다. 또한 수준 높은 DAC를 내장하고 있으며 역시 광, 동축, 밸런스 단자를 통해 디지털 입력을 받을 수 있다.
 

CA-X35는 내부에 음악 재생용으로 특화된 컴퓨터를 내장하고 있다. 전작 CA-X30에 사용되었던 CPU와 램을 최신 고성능 제품으로 변경해 속도를 더욱 끌어 올렸고, 모니터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도 7인치로 대형화되어 눈이 시원해졌는데, 뒷면에 HDMI 단자를 통해 외부 모니터를 연결하거나 USB 단자에 외부 키보드를 연결할 수 있다. CA-X35는 내부에 하드 디스크를 장착할 수 있고 CD를 리핑하거나 네트워크를 통해 음악을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다. USB 메모리나 외장 디스크의 음원을 재생할 수 있으며, 다른 USB D/A 컨버터로 음악 신호를 출력할 수도 있다. 출력 전용 USB 단자는 전원 라인이 포함되지 않아 잡음의 우려를 없앴다.
CA-X35를 네트워크에 연결하면 다른 모바일 기기나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음악을 전송할 수 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기능은 당연히 갖고 있으며, 다른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에 저장된 음원 파일을 불러와 재생할 수 있다. 즉, CA-X35는 칵테일 오디오의 다른 기기들처럼 음악을 전송하거나 받을 수 있는 양방향의 전송 특성을 갖는다. 이를 활용하면 음원을 한 곳에 저장해 놓고 여러 방에서 재생되는 음악을 제어할 수 있다. 음원 파일은 종류를 가리지 않으며 DSD256까지 지원한다.
이에 더해 CA-X35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포노 앰프’까지 탑재된다. 컴퓨터가 내장되므로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칵테일 오디오는 굳이 MM형 포노 앰프를 제작해 장착하고 있다. 물론 이런 비용의 효과는 음질이다. 또한 턴테이블을 연결해 음을 듣는 것은 물론, 고해상도의 디지털 음원 파일로 녹음할 수도 있다. 다양한 디지털 입력과 함께 최신 디지털 기기에서 찾아보기 힘든 아날로그 입력이 두 개나 장착되어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채널당 100W의 디지털 파워 앰프가 듀얼 모노 방식으로 탑재된다. 이는 전작 CA-X30의 두 배에 해당하는 출력으로 소리가 훨씬 다이내믹하고 선명해졌다. 오디오 시장의 피드백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다.
 

한편 칵테일 오디오는 새로운 디지털 오디오에서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는 모바일 기기용 앱 - 뮤직X뿐 아니라, 데스크톱 PC나 노트북을 포함한 모바일 기기에서 제품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웹서버 기능에서도 두드러진다. 그리고 CA-X35에는 애호가들의 최신 트렌드를 제품에 반영해, 룬-레디 인증을 받았고 타이달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도록 했다. 소프트웨어는 항상 개선되고 있으며 펌웨어는 네트워크를 통해 자동으로 업그레이드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많은 기능들이 CA-X35에서 소프트웨어와 함께 유기적으로 매끄럽게 ‘융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모듈들만 구입해 조립한 제품들은 사용할 때 분명히 ‘덜그럭’거리는 느낌이 들게 마련인데, CA-X35는 칵테일 오디오가 추구하는 뚜렷한 목적 아래 설계되고 제작된 제품답게 모든 기능이 - 하나의 장치로서 원활하게 동작하는 것이다. 여럿이 힘을 합쳐 만들었지만, 마치 한 명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만든 것과 같은 완성도를 지닌 제품, 최신 기술이 오디오를 얼마나 발전시켰는지 경험해 보고 싶은 애호가라면 망설일 것이 없다.
 

문의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가격 245만원   실효 출력 100W(8Ω)   디스플레이 7인치 TFT LCD(1024×600)   CPU 듀얼 코어 ARM Cortex A9   메인 메모리 DDR-1066 1기가   EMMC 8기가   디지털 입력 AES/EBU×1(24비트/192kHz), Coaxial×1(24비트/192kHz), Optical×1(24비트/192kHz), USB A×3   디지털 출력 AES/EBU×1(24비트/192kHz), Coaxial×1(24비트/192kHz), Optical×1(24비트/192kHz), USB×1, HDMI×1   아날로그 입력 RCA×1, Aux×1(3.5mm), Phono(MM)   헤드폰 출력 지원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CD 재생 지원   지원 DSD 64/128/256, DXD 24비트/352.8kHz, HD WAV(24비트/192kHz), FLAC(24비트/192kHz) 등   온라인 뮤직 서비스 Tidal, Deezer, Qobuz, Spotify Connect   튜너 FM, DAB+   크기(WHD) 44.1×11.1×33cm

 

<월간 오디오 2018년 4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