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코드(Chord)라고 하면, 아마도 스위칭 전원을 쓴 거대한 앰프부터 연상할 것이다. 아니면 볼록한 뚜껑을 장착한 CDP도 떠올릴 것이다. 무엇이 되었건, 정통적인 하이엔드 제품의 연상선상에서 바라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코드는 모바일이나 휴대용 디지털 플레이어 쪽에 대한 진입도 과감히 시도 중이다. 그러니까 한쪽은 하이엔드, 또 한쪽은 포터블로 나눠서, 두 개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략은 꽤나 적절하다고 본다.
덕분에 후자의 시장에서 휴고(Hugo)라는 제품이 가진 위상은 상당하다. 이쪽 시장에서 전문적인 하이엔드 메이커가 진입한 예가 없으니, 그 퀄러티에 대해선 새삼 토를 달 필요도 없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휴고의 주니어 버전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휴고가 되었든, 그 주니어 버전이 되었든, 실은 그 태생이 하이엔드다. 그러므로 일반 하이파이용으로 써도 무방한 퀄러티를 갖고 있다. 굳이 포터블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번에 만난 큐티스트(Qutest)는, 놀랄 정도로 콤팩트하다. 휴고만 해도 약간 작은 느낌이었는데, 본 기는 더 심하다. 자체 무게만 해도 770g에 불과하니, 채 1kg도 되지 않는다. 이것은 포터블이 아닌 일반 하이파이에도 어울릴까 싶지만, 실제 음을 들어보면 전혀 무리가 없다. 코드 특유의 나긋나긋하면서 정교한 음이 충분히 나온다. 그러므로 집에서 본격적으로 들어도 되고, 여행 갈 때 갖고 나가도 되는, 일석이조의 미덕을 지닌 제품이라 하겠다.
실은 본 기의 전신이 있다. 바로 2Qute라는 제품이다. 이것은 수많은 저널과 오디오 쇼에서 상을 받았다. 가격 대비 높은 퀄러티를 인정받은 것이다. 여기에 최근 휴고 2를 개발하면서 쌓아올린 노하우를 아낌없이 담았다. 그러기 위해선 휴고 2의 기능 일부를 없앴다.
사실 휴고 2는 포터블을 지향하면서 별도의 헤드폰 앰프도 달았다. 따라서 소스기와 헤드폰만 있으면 어디에서도 즐길 수 있다. 물론 그 소스기라는 것이 주로 스마트폰이 되겠지만. 그런데 본 기는 원가 절감과 필요 없는 기능의 삭제라는 측면에서 과감히 헤드폰 앰프를 생략했다. 또 배터리 내장도 없애서, 오로지 전원을 직접 공급받는 형태로 했다. 그런 면에서 휴고 2보다 크기는 작지만, 내용 면에서는 알차다고 하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음질. 이 부분에서 전가의 보도 역할을 하는 디바이스가 있다. 형번은 XC7A15T이고, Xilinx Artix 7로 불린다. 이 FPGA 칩에 자체 알고리듬을 담아 놓았다.
또 하나 언급할 것은, 잘 알다시피 코드를 주재하는 메인 디자이너 존 프랭스는 앰프 쪽 전문가다. 아무리 재능이 출중해도 갑자기 디지털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뛰어난 파트너가 필요한데, 그 인물이 바로 롭 와츠. 즉, 디지털 쪽은 롭이 담당하고, 제품 외관이나 메커니컬 디자인은 존이 처리하는 것이다.
여기서 메커니컬 디자인에 대해 좀더 설명해야 할 듯싶다. 실제로 본 기는 항공기급 알루미늄을 절삭 가공한 섀시를 쓴다. 그 안에 단단히 PCB를 고정시켜서, 내·외부 진동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했다. 워낙 미세한 신호를 다루고, 적은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진동 대책은 매우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존의 솜씨가 톡톡히 발휘된 것이다. 또 출력되는 아날로그부는 클래스A로 꾸몄고, 매칭되는 디바이스의 성격에 따라 출력되는 전압도 1, 2, 3V 중에 선택하도록 했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여러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PCM, DSD 모두를 포괄한다. PCM은 32비트/768kHz까지 지원하며, DSD는 512까지 포괄한다. 이 부분은 현존하는 최상의 사양을 모두 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또 USB B, BNC 동축, 광 단자 등 여러 개의 디지털 입력이 달려 있어서 높은 편의성을 갖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시청에 대한 평가이다. 첫 곡은 얀센 연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심지가 곧고, 빠른 스피드가 무척 상쾌하다. 포르쉐 같은 스포츠 카를 탄 듯하다. 특히, 중간 중간 오케스트라가 치고 빠지는 순발력이 좋다. 전체적으로 음성 신호의 손실이 보이지 않고, 특유의 미음도 잘 살아 있다. 작지만 알차다고 새삼 절감한다.
이어서 페기 리의 ‘Black Coffee’. 자지러지는 트럼펫 솔로로 시작해서, 다소 과격하고, 거친 백업이지만, 모노 녹음 특유의 에너지가 잘 살아난다. 특히, 보컬 저 뒤로 트럼펫이 위치해서 가끔씩 포효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무대의 폭은 좁지만, 대신 안길이가 길다. 이 부분은 모노 녹음이라 어쩔 수 없고, 오히려 거기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스탄 게츠의 ‘Desafinado’. 기분 좋게 셰이커가 찰랑거리는 가운데, 여유만만, 벨벳 터치의 게츠가 기분 좋게 나온다. 적절한 볼륨에 유연한 프레이징. 절로 미소가 나온다. 백업을 맡은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킹도 흥겹지만, 중간에 나오는 솔로에서 역시 마스터의 솜씨를 실감하게 된다. 너무 작다고 깔봤다간 한 방 먹을 제품이다.
수입원 다빈월드 (02)780-3116 가격 190만원 칩셋 Xilinx Artix 7 디지털 입력 Optical×1, BNC×2, USB B×1 지원 PCM 768kHz, DSD64-DSD512 아날로그 출력 RCA×1 주파수 응답 20Hz-20kHz(±0.2dB) 출력 스테이지 클래스A THD 0.0001% 이하 채널 분리도 138dB 크기(WHD) 16×4.1×7.2cm 무게 770g
<월간 오디오 2018년 5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