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성연진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새로운 플래그십인 MPT-8·MPD-8은 현존하는 모든 디지털 시스템의 최상위, 최외곽에 도달한 성능으로 디스크에서부터 스트리밍과 내장 뮤직 서버로 파일 재생의 퀄러티까지 최고의 수준을 이루어냈다. 자신의 흔적이 되는 MPS-5 조차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극강의 퀄러티로 하이엔드 디지털 소스기기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냈다.
두 달 전, 처음 국내에 입수된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새 플래그십 디지털 시스템 MPT-8과 MPD-8을 리뷰한 바 있다. 원고 마감일에 맞춰 진행하다 보니 수입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은 신제품을 급하게 듣고 정리했었다. 제조사가 제시한 500시간의 번-인에는 택도 없는 시간이었기에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한 달 반 이상 에이징과 함께 더 세세한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 기기에 대한 설명은 이미 지난 리뷰에서 소개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소스마다의 음질 차이와 이전 플래그십이었던 MPS-5와의 비교를 시도해보았다.
한 달 넘게 에이징을 거친 MPT-8과 MPD-8은 확실히 초기와는 많이 달라진 소리를 들려준다. 신제품에서 나타나는 약간의 경직됨과 산만함 같은 요소들이 확연하게 사라지고, 플레이백 디자인스가 자랑하는 아날로그적 사운드의 색채가 더 진하고, 더 매끄러운 질감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흔히 디지털 소스기기들이 갖는 디지털 필터가 만들어내는 약간은 강성 기조의 딱딱함 같은 요소가 이 제품에서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유려함과 온도감 높은 아날로그적 기조는 들으면 들을수록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느끼게 했다. 이러한 자기 색깔은 디스크든, 스트리밍이든, 또는 룬(Roon) 서버를 통한 자체 미디어 파일 재생이든, 큰 흐름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소스마다 약간씩의 음질적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비교 테스트를 위해 SACD와 SACD에서 추출한 DSF 파일, 그리고 같은 음원을 타이달(Tidal)을 통한 스트리밍으로 비교해보았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 마리스 얀손스가 녹음한 말러 교향곡 2번이나, 레퍼런스 레코딩스의 <Tutti> 중 불새 모음곡 피날레 같은 교향곡을 들으면 극명한 차이는 아니지만 확실히 소스에 따라 음질이 달라진다.
일단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SACD였다. MPT-8의 트랜스포트와 PLINK를 통한 연결은 디스크 재생에서 느낄 수 있는 풍부한 정보량이 주는 밀도감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음의 새김이 깊고 진하며, 노이즈 플로어가 더 내려간 듯한 정숙함과 넓고 입체적인 무대 재현 능력은 확실히 디스크 쪽이 앞선다. 게다가 DSD 소스를 처리하는 플레이백의 능력은 비교 불허인지라, 이런 대편성 교향악을 이처럼 자연스럽고 유려하며 매끄러운 현과 관의 사운드를 윤택한 색기를 입혀 들려주기란 쉽지 않다. MPT-8과 MPD-8의 탁월한 성능은 SACD에서 빛을 발한다.
한편, 추출한 파일 재생에서도 전체 사운드의 톤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디스크에 비해 약간은 느슨해진 느낌으로 단단하게 죄여져 있던 음상이나 색채가 약간은 풀린 듯한 느낌이 들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오히려 차이는 미디어 서버에 따라 달라지는 곳에 있었다. 음원을 외부 NAS를 사용할 경우와 MPT-8에 옵션으로 내장시킬 수 있는 시라 뮤직 서버로 재생할 경우를 비교할 때, 그 차이가 훨씬 도드라졌다. 아무래도 외부 NAS를 쓸 경우, 랜 케이블과 공유기, 그리고 네트워크의 상태에 따른 음질적 차이를 극복하긴 어렵다. 네트워크 오디오의 약점이기도 한데, MPT-8의 시라 뮤직 서버를 통해 재생하고, 이를 플레이백 링크로 MPD-8에 연결해주면, SACD 재생 시와 거의 비슷한,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동등한 수준의 퀄러티 사운드를 얻을 수 있었다.
타이달 스트리밍을 통해 같은 음원을 재생해 비교했다. 타이달은 16비트/44.1kHz로 앞선 음반과 DSF 파일보다는 음원이 한 단계 아래 수준의 음원이지만, 의외로 음질적 차이가 생각만큼 뒤지지 않았다. 여전히 매끄럽고 진하면서 유려한 음색과 질감은 변함이 없었고, 해상도나 입체감 또한 마찬가지였다. 약간 더 입자감이 거친 느낌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흑백 차이처럼 두드러지는 수준의 차이가 아니라 흰색과 붉은기나 푸른기가 도는 색온도감이 다른 흰색 정도의 차이였다. 영상으로 치면 HD와 SD의 비교였지만, 그 차이는 그렇게 극명한 차이가 아니었다. 이는 MPD-8에 내장된 안드레아스 코치의 90MHz 업샘플링 컨버전의 효과일 것이다. 업스케일링한 DVD가 거의 HD와 다를 바 없을 정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MPS-5와의 비교를 시도해보았다. 같은 디스크를 넣고 몇 초 지나지 않아서 금방 그 차이를 알 수 있었다. MPS-5 자체만 놓고 보면 마지막 업그레이드로 상당 부분 MPD-8에 필적하는 기능적 업그레이드가 있었지만, 두 기기의 음질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굳이 음질이 같은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당연히 MPD-8의 결과물이 모든 면에서 MPS-5를 월등하게 앞선다. 물론 플레이백이라는 브랜드의 음질적, 음향적 철학은 동일하게 느껴졌지만,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작정하고 만든 플래그십은 전혀 급수와 레벨이 다른 수준의 음을 들려주었다.
결론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새로운 플래그십인 MPT-8·MPD-8은 현존하는 모든 디지털 시스템의 최상위, 최외곽에 도달한 성능으로 디스크에서부터 스트리밍과 내장 뮤직 서버로 파일 재생의 퀄러티까지 최고의 수준을 이루어냈다. 자신의 흔적이 되는 MPS-5 조차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극강의 퀄러티로 하이엔드 디지털 소스기기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냈다. 디지털 소스의 새로운 레퍼런스를 경험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수입원 (주)다미노 (02)719-5757
MPT-8 Dream Transport
가격 2,900만원 디지털 입력 AES/EBU×1, Coaxial×1, Optical×1, USB B×1, Streamer USB×1, Server USB×2, Plink×1 디지털 출력 AES/EBU×1, Plink×1 크기(WHD) 46×13×43cm 무게 17kg
MPD-8 Dream DAC
가격 3,400만원 디지털 입력 AES/EBU×1, Coaxial×1, Optical×1, USB B×1, Plink×1, MPT-8×1 디지털 출력 Plink×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크기(WHD) 46×13×43cm 무게 19kg
<월간 오디오 2018년 6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