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쿼드의 이 신 기종은 기존 아르테라를 하나의 섀시로 축소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그래서 한 몸체 안에 인티앰프는 물론 CD 플레이어가 내장되어 있으며, D/A 컨버터와 블루투스 입력까지 포함되어 있는 올인원 기종이다. 젊은 세대를 위한 편리함과 최신 기술 대응력을 갖춘 간편 기종인 셈이다. 본격 오디오 애호가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다소 마뜩잖은 점이 있겠지만, 사실 이런 올인원이야말로 현재 오디오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도 그렇고, 앞으로 오디오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측하기도 쉽지가 않다. 지난 2000년 초만 해도 현재와 같은 디지털 음악 듣기가 일반화되리라고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앞으로 음악은 디지털과 LP로 대별되리라는 예상도 있다. 시청기와 같은 올인원은 그 중간 지대에서 아마 마지막 절충 제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쿼드는 현재 대규모 다국적 기업인 IAG 그룹으로 합병되었는데, 그럼에도 회사 설립자인 피터 워커의 ‘고전적인’ 하이파이 브랜드로 계속 전진한다는 방침. 다소 달라진 것은 정통 쿼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을 것 같은 본 시청기 같은 현대적인 디지털 라인을 계속 확충하면서도 정통적인 사운드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차후 본격 디지털 기종으로 뛰어난 제품의 출현이 기대된다.
쿼드는 1936년에 런던에서 설립된 영국 오디오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브랜드다. 초창기 앰프도 유명했지만 무엇보다 1957년에 처음 선보인 정전형 스피커 ESL 시리즈로 지금도 전 세계 오디오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금은 헤드폰인 ERA-1까지 출시, 왕성히 신세계로 속도를 높여 가고 있는 참이다.
현재 올인원 시장을 본격 노크하고 있는 기종은 별로 숫자가 많지 않다. 다소 빈약해 보이는 기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시청기는 올인원이 아니라 본격 인티앰프 같은 풍모를 지녔다. 양옆 패널에 상당한 크기의 방열판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종래 쿼드 파워 앰프의 정통을 이어받은 모양새가 역력하다. 출력은 75W(8Ω). 무게도 12kg 정도로 묵직하다. 연결 단자는 막강. 디지털 입력으로 2개의 동축, 2개의 광 및 USB B가 있다(후면 패널에서 볼 수 있는 USB A 단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용이다). 디지털 출력으로는 1개의 동축, 1개의 광 단자가 있다. 아날로그 입력은 2조의 RCA, 아날로그 출력은 1조의 RCA, 1조의 XLR 단자가 있다. apt-X를 지원하는 블루투스 입력도 제공하며, 헤드폰 출력도 있다. 모든 디코딩은 ESS의 ES9018 32비트 DAC를 통해 이뤄지며, PCM 32비트/384kHz, DSD256까지 지원한다.
자칫하면 올인원 제품의 경우 형식 요건만 갖춘 싸구려 깡통처럼 보이기 쉬운데, 시청기는 외모에서부터 오랜 역사를 지닌 메이커의 혈통이라는 것이 한눈에 드러나고 있다. 뒷면 이외의 다른 각도에서 볼 때, 전체적인 제품 디자인은 기존 아르테라 플레이와 흡사하다. 섀시는 하나의 거대한 강철로 가공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흔한 알루미늄의 냄새가 나지 않으며, 엄청나게 견고하게 보인다. 고가의 하이엔드에 필적할 만한 만듦새이다. 그리고 톱니 모양의 금속 섀시 상부에는 제거 가능한 유리판이 덮여 있는가 하면, 전면에는 돌출된 어떠한 조절 장치도 없고 물리적인 볼륨 컨트롤이나 입력 실렉터가 없어 불편해 보이지만 실은 직관적인 터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한 리모컨으로 모든 것이 조절되며 리모컨은 아주 사용하기가 쉽다.
내장된 CD 플레이어를 사용, 아날로그 형식으로 구동해 본다. 연결한 스피커는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하이든 그랜드 심포니 에디션. 잘 만들었고 감도가 다소 낮은 소형 시스템이다. 본 기는 올인원이긴 하지만 유감없이 귀에 익은 쿼드 사운드의 장점이 울려 나온다. 그 장점이라는 것은 결코 거친 면이 없이 상당히 우아하며 클래시컬한 맛을 의미한다. 비발디 사계 중 봄을 아늑하고 깨끗하게 흘려보내는 맛. 함부로 모방할 수 없는 고아한 맛의 배합이다. 아련하게도 사운드의 특징이 구분되는데, 거칠고 파워풀한 쪽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온화하며 담백한 인상.
프리·파워 분리형 앰프에 D/A 컨버터와 CD 트랜스포트 역시 분리형, 그런 절차를 거쳐 음악을 듣는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에 부담이 걸린다. 가볍게 한두 곡 듣고 싶을 때도 얼른 그런 마음이 우러나오기 쉽지 않은 것이다. 기기의 중압감이 음악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이런 괜찮은 올인원이 한 대 있다면 참 여유로워질 것이다. 가볍게 짧은 시간에도 잠깐잠깐씩 얼마든지 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본격파 오디오 사용자들에게도 이런 정도의 올인원은 쉽게 권장할 수 있겠다. 음악이 항상 정밀하고 호방해야 한다는 관념만 조금 누그러뜨린다면 얼마든지 이 쿼드 사운드로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260만원 실효 출력 75W 디지털 입력 Coaxial×2, Optical×2, USB B×1(384kHz) 디지털 출력 Coaxial×1, Optical×1 DAC ESS ES9018 32비트 아날로그 입력 RCA×2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DSD 지원(64/128/256) 출력 레벨 4V(RCA), 8V(XLR) 헤드폰 출력 지원 블루투스 지원(apt-X) 크기(WHD) 32×10.5×32cm 무게 11.8kg
<월간 오디오 2018년 7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