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독일을 대표하는 스피커 메이커 마그낫의 주가가 국내에서도 서서히 올라가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가성비가 좋은 북셀프와 작은 톨보이가 런칭되더니, 점차 사이즈가 큰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번에 만난 것은 동사의 레퍼런스 시리즈에 속한 시그너처 1105다. 현재 시그너처 1100 시리즈에는 1109와 1105 두 종만 있는 상태라, 한참 개발이 진행 중인 셈이다. 그중에 1105를 이번에 만나게 되었다.
사실 외관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과연 레퍼런스급답게 아낌없는 물량 투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이번에는 원 없이,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든 것이다. 사실 이 제품과는 안면이 있다. 지난번 뮌헨 하이엔드 쇼에서 직접 부스에 들러 음을 듣고, 수석 엔지니어와 대화도 나눴다. 점차 하이엔드 쪽 제품도 관심을 갖는 메이커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던 바, 본 기가 그 출발점에 있다 하겠다.
본 기는 3.5웨이 방식이다. 전면 배플의 위 아래에 부착된 두 개의 6.5인치 구경 드라이버 중 상단이 미드·베이스, 그리고 하단이 우퍼다. 즉, 일정 대역만 우퍼가 더해져서 양감을 더한 형상인 것이다. 이것은 한정된 공간에서 드라이버의 수를 늘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광대역을 실현할 때 매우 유용한 수법이다.
여기서 중앙에 놓인 두 개의 드라이버가 흥미를 끌 것 같다. 이것은 트위터 칼럼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바, 트위터와 슈퍼 트위터를 결합한 방식이다. 즉, 이왕 만드는 것, 최대한 광대역을 실현시키고자 한 디자이너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상단에 있는 것은 1.9cm 구경의 슈퍼 트위터고, 하단이 3cm 구경의 트위터다. 이로써 무려 55kHz에 달하는 초 고역대까지 커버하고 있다. 두 드라이버는 ‘fmax’ 방식의, 마그낫 자사 제조의 돔 방식 트위터로, 여기에 강력한 네오디뮴 마그넷을 붙여서 다이내믹스를 한껏 높이고 있다. 고역의 개방감은 전적으로 이런 설계 방식에 기인한다고 풀이해도 좋다.
한편 미드·베이스와 우퍼는, 전문적인 알루미늄 바스켓에 담겨 있다. 이것은 원치 않은 터뷸런스를 효과적으로 컨트롤하여, 뒤로 빠지는 음, 이른바 배면파를 적절히 감쇄시키고 있다. 또 마그넷 시스템을 충실히 설계해서, 디스토션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보이스 코일도 특이 성향이 일체 없어서 맴돌이 전류의 발생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멤브레인은 플렉싱 콘을 이용하는데, 역시 자사 제조의 드라이버다. 세라믹과 알루미늄을 적절히 샌드위치한 진동판으로, 내부 댐핑력이 특히 좋다. 센터에 있는 더스트 캡을 역으로 달아서, 이 또한 효과적인 진동판 컨트롤을 유지하고 있다.
인클로저는 여러 겹의 MDF를 적층한 소재인데, 강도가 상당히 높다. 또 눈을 확 사로잡는 모던한 디자인은 일단 보기에도 좋다. 시청용으로 온 것은 하얀색 마감인데, 무척 럭셔리하다. 시청실 분위기가 화사하게 바뀐 느낌을 준다. 실크 매트 래커를 칠한 마감으로, 통상적인 피아노 마감보다 더 고급스럽게 보인다. 또 스파이크는 통 알루미늄을 절삭 가공한 것으로, 무척 튼실하다. 이것이 4개의 발(Foot) 구조로 본체를 떠받치고 있어서, 내·외부의 진동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크로스오버는 오디오파일용 부품을 다량 투입했고, 내부 배선재도 하이 퀄러티한 것으로 골랐다. 본 기의 클래스를 생각하면 당연한 조치라 본다. 또 바이와이어링 터미널을 제공해서, 이 부분을 잘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본 기의 담당 주파수 대역은 22Hz-55kHz. 어지간한 대형기 못지않다. 또 93dB라는 높은 감도를 갖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 및 소스기는 골드 노트의 올인원 앰프인 IS-1000 하나로 해결했다.
첫 곡은 칼 뵘 지휘, 모차르트 레퀴엠 중 ‘Kyrie’. 스산한 기운이 밀려오는 가운데, 비극적인 분위기가 압도적으로 재현된다. 다양한 악기와 합창단이 첩첩산중으로 펼쳐져 있는데, 이 부분을 절묘하게 분해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화사하고, 투명하며, 빠른 반응을 보여준다. 절대 무겁게 질질 끌지 않는다. 또 4개의 드라이버가 통일된 음색을 갖고 있어서, 확실히 이 부분에서 마그낫의 장점이 잘 발휘되고 있다.
이어서 다이애나 크롤의 ‘The Look Of Love’. 화려한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감촉이 좋은 보컬이 나온다. 매우 감미롭고, 영롱하다. 잔잔한 보사노바 리듬이 넘실거리면서,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하다. 상당히 고급스러우면서 품위가 있다. 이런 음악을 듣고 있으면 어디 남국의 멋진 바에서 감미로운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소니 롤린스의 ‘You Don't Know What Love Is’. 크롤과 정반대의 분위기인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마치 하드 보일드 영화를 보는 듯한 야멸찬 느낌이 잘 살아 있다. 테너 색소폰의 근육질적인 돌진에 느긋한 미디엄 템포를 연출하는 리듬 섹션. 기본은 발라드지만 실은 흉폭할 정도의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 면에서 소스 대응력이 뛰어난 제품이라 해도 좋겠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가격 424만원 구성 3.5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7cm, 미드·우퍼 17cm, 트위터 3cm, 슈퍼 트위터 1.9cm 재생주파수대역 22Hz-5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90Hz, 2300Hz, 18500Hz 임피던스 4-8Ω 출력음압레벨 93dB/2.8V/m 권장 앰프 출력 30W 이상 크기(WHD) 22.5×105×35cm 무게 27.8kg
<월간 오디오 2018년 7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