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현모
요즘 오디오 기기의 성능이 과거에 비해 매우 좋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중요해지는 것이 케이블이다. 과거엔 액세서리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오디오 시스템의 일부로 주목받고 있다.
오디오 애호가라면 1983년에 창립한 네덜란드의 실텍에 대해서 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만큼 실텍은 케이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체이다. 실텍은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등 세계 여러 곳의 전문 연구 시설을 활용해 전문적인 컨덕터 개발을 위한 물리적, 전기적 연구를 해 오고 있다. 또한 그라운딩과 실딩 기술, 신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한 연결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고의 오디오 케이블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첨단 소재를 적극적으로 자신의 제품 제작에 활용해 더 나은 제품으로 오디오 마니아의 요구에 대응해 오고 있다. 이런 노력이 쌓여서, 창립 이후 실텍의 케이블들은 세계적으로 고급 제품으로 자리 잡아 왔고, 수많은 잡지와 리뷰어로부터 찬사를 받아 왔다.
실텍 케이블의 전체 시리즈는 익스플로러, 클래식 애니버서리, 로열 시그너처, 트리플 크라운으로 총 4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이번에 시청한 스피커 케이블이 속한 클래식 애니버서리 시리즈는 아래에서 두 번째에 해당된다. 클래식 애니버서리 시리즈의 스피커 케이블을 살펴보면, 330L, 550L, 770L 세 종류가 있는데, 770L 스피커 케이블이 이 시리즈의 상위 기종이다. 그리고 선재는 실버-골드 합금을 쓰고 있는데 G7이라 명명되어 있다. 즉, 동사의 7세대 도체를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단자 연결 부분의 선재는 꼬아져 있고, 단자는 자사 제품 외에도 WBT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리뷰 제품은 WBT의 바나나 단자를 채용한 것이다.
실텍의 클래식 애니버서리 770L 스피커 케이블을 시청하기 위해서 플리니우스의 마우리 CD 플레이어와 카이타키 프리앰프, P10 파워 앰프를 동원했다. 스피커는 다인오디오 익사이트 X44를 연결했다. 그리고 시청실에 비치된 중·저가의 다른 스피커 케이블과 비교하면서 시청했음을 미리 밝혀 둔다.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이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3악장 장송행진곡(Hyperion)을 들어 보았다. 피아노의 배음이 더 풍부하게 들리면서 명료하고 사실적으로 들린다. 정트리오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피아노 트리오 ‘위대한 예술가를 회상하며’(EMI)의 앞부분을 들었다. 첼로는 부드러우면서도 까칠한 질감을 잘 드러내고, 바이올린 역시 촉촉한 음색이 잘 살아난다. 전체적으로 명료한 가운데 사실적인 묘사가 뛰어나다. 조수미가 부른 비발디의 ‘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RV630’ 중에 나오는 ‘라르게토’(Warner Classics)에서 반주 악기인 저음 현악기의 생생한 에너지, 조수미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부드럽고 정밀하게 연출한다.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EMI) 4악장 합창 부분에서는 관현악의 각 악기 소리와 솔로 가수의 목소리, 합창단의 목소리가 정확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들린다.
실텍의 클래식 애니버서리 770L 스피커 케이블에서 전형적인 실버 골드 선재의 특징이 잘 살아남을 알 수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하고 명료함, 사실적인 느낌이 충만하다. 한마디로 고급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하이엔드 케이블이 지향하는 바가 자연스러운 묘사력을 통해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에 무엇인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이 스피커 케이블은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워 줄 것이다.
수입원 (주)소리샵 (02)3446-7391
가격 740만원(3m)
<월간 오디오 2018년 7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