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첫 시작부터 아스텔앤컨은 혁신을 보여주었다. 당시 DAP라는 개념조차 낯설었지만, 그들은 포터블 음원 플레이어에 최초로 울프슨 WM8740을 담아냈고, 24비트/192kHz의 고음질 음원을 재생하는 스펙을 보여주었다. 아이리버 특유의 디자인 감각 역시 눈길을 끌었다. 당시 경쟁 제품들이 투박한 디자인에 스펙만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는데, 감각적인 미니멀 디자인의 고성능 DAP는 확실히 주목을 이끌어냈다.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볼륨 노브가 특히 매력적이었는데, 이후 이들의 아이덴티티처럼 지속적으로 채용되기도 했다. 바로 아스텔앤컨의 시작, AK100에 대한 이야기이다. AK100은 무려 5년 전의 제품이었지만, 지금의 DAP 트렌드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고품질 DAP의 의미와 시장성을 보여주었다. 이후 하이엔드 DAP 제조사라는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며, 혁신적인 디자인 콘셉트와 최고 스펙을 결합한 제품들을 대거 선보이게 된다.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물량 투입, 극한 추구, 음질 중심을 강조하듯, 아스텔앤컨 역시 최고 품질의 DAP 생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아스텔앤컨의 정점을 보여주는 AK380부터, AK320, AK300, AK240, AK120Ⅱ, AK100Ⅱ, AK70, AK Jr 등을 발표하며, 하이엔드 DAP로서 전 세계 매체와 유저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또 하나의 주목 모델을 출시했는데, 아스텔앤컨의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매력기 칸(KANN)이다.
칸은 기존 AK 시리즈의 제품들과 제법 다른 디자인을 보여준다. AK 시리즈가 예술품 같은 여러 각도의 각진 모습이 중심에 있었다면, 칸은 그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이미지들이 강조되어 있다. 그 때문인지 모델명에도 ‘AK’가 최초로 빠져 있다. 아마 AK 시리즈와는 다른 독립적인 구성을 강조하고자 한 듯하다. 특히 최초로 물결무늬 패턴이 첨가되어 더욱 유니크한 면모를 보여주며, 빛에 따라 색상이 묘하게 바뀌는 느낌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물론 단순히 디자인적인 접근이 아니라, 불필요한 진동 노이즈를 잡고, 발열 해소와 그립감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설계이다. 섀시는 알루미늄 압출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고, 슬라이딩 방식으로 조립되어 디자인적인 면모와 내구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볼륨 노브도 변화되었다. 듀퐁 라이터가 생각나는 휠 타입을 새롭게 채용했는데, 한 손으로 돌릴 수 있다는 편리함과 무한히 돌리게 되는 묘한 중독성은 특별하다. 색상 역시 블루와 실버를 새롭게 선보였는데, 아스트로 실버(Astro Silver)와 에오스 블루(Eos Blue)라는 제법 근사한 이름이 붙어 있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디자인과 색감, 칸만의 시각적인 매력은 확실하다.
제품 콘셉트도 변화했다. 아스텔앤컨은 그동안 고급화 전략에 치중해 있었다면, 이번 제품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시도를 보여준다.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플래그십 제품을 선보이고, 하위 라인업에 그 기술들을 투입하며 코스트 퍼포먼스를 높인 경우가 많은데, 칸 역시 상위 제품의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이어받았다. 더구나 기존 DAP 콘셉트에 아날로그 앰프까지 포함시키며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별도 앰프 추가 없이 고 임피던스 헤드폰 제품들과 매칭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전에 액세서리 개념의 분리형 앰프로 출시된 것이 하나의 섀시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대신 두께는 더 커졌다. 참고로 아스텔앤컨의 기본 출력 레벨이 대략 2V 수준이었다면, 칸은 하이 게인 설정으로 최대 7V(밸런스)까지 확보하고 있다. 그 외 노멀 모드 2V(언밸런스/밸런스), 하이 게인 모드 4V(언밸런스)로 설정되어 있다. 배터리 용량 역시 대폭 확대, 6,200mA를 담아내어, 고 출력에서의 부담을 줄였다. 재생 시간은 최대 15시간이다.
상단에는 일반적인 언밸런스(3.5mm)와 왜곡 및 노이즈 개선으로 정평 나 있는 밸런스(2.5mm) 헤드폰 출력단을 갖추고 있다. 역시 기존 아스텔앤컨에서 보여주었던 표준적인 구성이기도 한데, 그 옆에는 특이하게도 라인 출력을 추가로 장착하고 있다. 역시 앰프부가 추가된 덕분인데, 라인 출력단도 언밸런스(3.5mm)와 밸런스(2.5mm) 구성이다. 라인 출력이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앰프와 연결할 수 있고, 옵션으로 0.75V, 1V, 1.25V, 2V까지 4단계 설정이 가능하다. 역시 앰프부를 거치지 않는 독립적인 소스기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꽤 유용한데, 실제 하이파이 앰프 매칭과도 좋은 성과를 보여주었다.
기본 내장 메모리는 64기가인데, 하단에 SD(512기가)와 마이크로 SD(256기가) 슬롯이 채용되어 용량을 확장시킬 수 있다. USB는 2가지로 C 타입과 일반적인 마이크로 타입의 구성이다. 특히 USB C 타입 채용으로 고속 충전과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진 것은 꽤 경쟁력 있다. 마이크로 USB 단자를 통해 USB DAC로도 활용할 수 있는데, 역시 32비트 PCM 음원이나 고용량 DSD 파일들을 구동할 수 있다. DAC는 AK300에서도 활용했던 AKM AK4490인데, 역시 같은 싱글 구성이지만, 지원 스펙이 더 높아진 것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PCM 32비트/384kHz, DSD 64/128/256을 지원, DAP로서 최고 스펙을 담아내었다.
무선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네트워크 지원은 물론이고, 블루투스 4.0 버전에 고음질 apt-X HD 코덱까지 담아냈다. 전용 AK 커넥트 앱을 활용하면, 동일 AP 네트워크에 연결된 PC나 NAS의 고음질 음원들을 더욱 쉽게 즐길 수 있다. 아스텔앤컨 주력 제품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피아노 음원에서는 아스텔앤컨의 특징들이 잘 드러난다. 자연스럽고 깨끗한 무대를 펼쳐내는 능력이 무엇보다 뛰어나다. 과장되지 않는 접근이 음악을 오래 듣게 한다. 기존 AK300에서 느꼈던 것처럼 소리의 담백함이 중심에 있다.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자극보다는 모나지 않은 부드러움으로 음악을 표현해낸다. 앰프가 열을 받고 따뜻해질 때면, 음의 윤기마저 살아난다. 빌헬름 켐프나 알프레드 브렌델의 피아노를 들으면, 이 제품의 매력을 쉽게 캐치할 수 있는데, 순백의 아름다움을 그야말로 운치 있게 표현해낸다. 특히 극도로 깨끗한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확실히 제품에 물량 투입을 한 효과가 드러나는 것이다. 노이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대편성 클래식 음원으로 넘어가면, 앰프부의 힘을 느껴볼 수 있다. 스피드와 다이내믹을 부각시키며, 수많은 악기와 큰 무대를 넓은 전망으로 연출해준다. 므라빈스키의 쾌속 질주도, 첼리비다케의 느린 선율도, 클라이버의 리듬감도 그 어떤 경쟁 제품들보다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확실히 아스텔앤컨 제품은 클래식 음원에 장기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디지털 특유의 날카로움보다는 아날로그적인 부드러움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에, 악기 재생과 배음의 자연스러움에서 탁월함을 과시한다.
기타 위주의 어쿠스틱 음원에서도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기타 현의 떨림과 자연스러운 통울림이 일품이다. 경쾌한 스트로크의 질감, 가볍게 발을 굴리는 소리, 연주자의 미묘한 움직임 등 고음질 음원 특유의 해상력을 남김없이 재생한다. 또한 공간감 표현에도 칭찬하고 싶은데, 소편성의 매력을 그야말로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소편성 음원이 어느 한 쪽이 비어 있는 듯한 인상을 받을 때가 많은데, 칸은 그 부족한 부분들까지 정확히 메워주는 실력을 보여준다. 또 한 번 DAP 시장을 뒤흔들 매력의 제품이다.
제조원 아이리버 1577-5557 가격 129만원 바디 소재 알루미늄 DAC AKM AK4490×1 디스플레이 4인치 WVGA(480×800) 터치스크린 오디오 포맷 지원 WAV, FLAC, WMA, MP3, OGG, APE(노멀, 하이, 패스트), AAC, ALAC, AIFF, DFF, DSF 샘플레이트 지원 PCM 32비트/384kHz, DSD 64/128/256 출력 레벨(폰 아웃) 2V(Unbalance/Balance), 4V(High, Unbalance), 7V(High, Balance) 출력 레벨(라인 아웃) 2V(Unbalance/Balance)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블루투스 지원(Ver4.0, apt-X HD) 크기(WHD) 7.1×11.5×2.5cm 무게 278.7g
<월간 오디오 2017년 5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