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오디오를 국적별로 보면 대충 윤곽이 그려진다. 워낙 다국적화되고, 또 최근 대량의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가 국내 최대 가전사의 M&A를 통해 국산이 된 지금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미국산은 특유의 느끼함, 영국 제품은 특유의 단정함이 있고, 일본산은 특유의 세밀함이 있다. 대충 이와 같은 성향이 맞기는 하는데, 의외로 북유럽 제품은 차갑고 냉정할 것 같은데 부드럽고 온도감이 높은 소리를 만들어 냈었다. 추운 나라라는 이미지 외에는 딱히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했다. 2L 더 노르딕 사운드는 내가 생각하는 일반화에 딱 맞아떨어진다. 매우 차갑고 냉정한 사운드로, 대중적인 곡의 녹음이 아닌 자국의 작곡가나 연주자의 다소 실험적인 음악을 매우 하이테크적인 기술로 고음질 녹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음반 회사로는 다소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최근으로, DSD 음원이나 24비트/192kHz PCM 음원을 찾게 되면서 떠오른 음반사 중 하나이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음질 샘플을 제공하고, 또한 음원 파일 판매 사이트에 24비트/96kHz조차 희귀하던 시절에 극한의 고음질 파일들을 선보였고, 음악 애호가보다는 미디어 PC를 활용하는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더 익숙하며, 이렇게 SACD 또는 블루레이 형식의 디스크로 우리에게 소개되기 훨씬 이전부터 익숙한 음반사이기도 하다. 낮은 레벨의 볼륨으로 송 서커스의 앨범을 틀고는 플레이 상태를 확인·점검했다. 매우 적막한 시작, 존 케이지가 연상되는 곡들로, 5명의 노르웨이 성악가가 만드는 이 공간의 음악은 매우 자연스럽다. 녹음 수준은 프로젝트 이름 그대로 <Anatomy of Sound>, 즉 해부학적인 정밀함을 가지고 있어 지금 이 소리가 생활 소음인지 오디오에 나오는 소리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의 정교함을 만들어 낸다. 곡의 취지와 같이 거대한 공간이라는 팔레트 위에 작곡가가 인간의 목소리를 가지고 2L의 치밀한 묘사를 통해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 음반은 1장의 DSD 사운드의 SACD가 있고, 블루레이에는 DTS부터 MP3까지 다양한 파일로 재생 가능하다. 5.0채널 구성의 평범한 수준의 필자 AV 시스템에 연결해 선택해 보니 각 포맷의 미세한 차이도 재미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묘사가 흥미를 끈다. 다음으로 소개할 라세 토레센의 <Sea of Names>은 북구권 특유의 민속적 리듬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해 피아니스트와 플루트의 부부 연주자가 음악을 만들어 낸다. 오슬로의 소피엔베르그 교회에서 녹음되었고, 앞선 앨범과 달리 SACD의 DSD 2.0과 DSD 5.0 버전 한 장만 있어 가격 부담 없이 2L의 정밀한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2L의 다운로드 파일 가격도 만만치가 않아 이와 같이 디스크 형태로 다양한 음원을 보유함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른 CD와 비교할 때 약간 비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음질 차이는 종전과는 다른 차원을 들려주고 있다. 2L의 소비자 타깃이 확실하듯, 이 두 장의 앨범 역시 다른 2L 음반처럼 음악 애호가보다는 오디오 애호가를 위한 것으로, 특히 좋은 AV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권할 만하다. 글 | 신우진
송 서커스
<Anatomy of Sound>
2L-117-SABD 녹음
★★★★★
연주 ★★★★
라세 토레센
<Sea of Names>
마이켄 마티상 샤우(플루트)
트론드 샤우(피아노)
2L-127-SACD
녹음 ★★★★★
연주 ★★★★
<월간 오디오 2017년 1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