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현태
낙소스 뮤직 그룹이 창립한 지 벌써 30년이 되었다. 필자가 학창 시절인 오프라인 음반 매장이 인기 있던 시기에 대형 음반 매장의 한쪽 부스 가득 낙소스로 채워진 낙소스 전용 코너가 생생히 기억난다. 지금은 보기 드물지만, 그때는 이동형 간이 의자에 앉아 염가의 낙소스를 컬렉션하는 풍경들이 꽤 흔한 모습이었다. 초기에 낙소스는 염가판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긴 했지만, 지금은 단순히 가격적인 매력을 벗어나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확고한 메이저 레이블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신예의 발굴, 클래식 음악의 고전에서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곡들의 초연에 이르기까지 낙소스가 이루어 놓은 성과는 크다. 30주년을 기념하는 박스 세트 역시 지난 세월 동안의 베스트 컬렉션을 모아 놓은 30장의 CD들로 채워져 있다.
30주년을 기념하며 낙소스의 발자취를 살펴보면서 크게 세 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싶고, 이번 특별판 박스 세트 역시 동일한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첫 번째는 다양한 레퍼토리다. 1987년에 출발한 낙소스는 그동안 30개 국 이상의 예술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기록하면서 세계 최고의 클래식 레이블 중 하나가 되었으며,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레이블이기도 하다. 낙소스는 연간 200개의 새로운 타이틀을 출시해 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약 9,000여 개의 타이틀을 만들어 왔다. 과거 명연주자 시리즈였던 낙소스 히스토리컬 시리즈부터 최신 클래식과 블루레이 타이틀까지 광범위하게 제작되었다.
두 번째는 세계 최초의 녹음을 상당히 많이 소개했고, 신예 연주자의 등용문이 되었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근·현대 음악 작곡가들의 곡들은 낙소스에서만 만날 수 있었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와 오케스트라, 떠오르는 젊은 스타 연주자들에 이르기까지 신예들의 소개의 장이 되었다.
세 번째는 가성비의 절대 강자다. 염가반이란 인식이 강하긴 하지만, 실제 음반을 들어 보면 연주와 음질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특히 최근 블루레이 퓨어 오디오 음반까지 출시하면서 고음질 시대 전문 레이블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리고 낙소스는 전 세계 음반 레이블의 네트워크를 통해 카프리치오, 다이내믹, 온딘, 오르페오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많은 레이블도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30주년을 맞아 기획한 30장이 담긴 특별한 박스 세트는 오랜 시간과 레퍼토리를 망라한 낙소스만이 만들어 내었던 클래식의 역사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음반이며, 엑기스란 단어가 어울리는 음반으로, 낙소스 레이블의 돋보이는 신보가 아닐 수 없다. 글 | 장현태
<Naxos - The Anniversary Collection>
8.503293
녹음 ★★★★★
연주 ★★★★★
<월간 오디오 2017년 6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