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사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한은혜 2016-10-06 18:48:15

글 이종학(Johnny Lee)

 


한자로 노포(老鋪)라는 말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라는 뜻이다. 아마 고전사를 묘사할 때, 이 단어처럼 적합한 것은 없으리라 본다. 과연 우리의 오디오 역사를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논란이 많겠지만, 40년 이상 점포를 꾸려간 곳이 극히 드물다는 점은 인정할 것이다. 특히, 고전사로 말하면, 현 사장인 조남형 씨가 무려 30년 이상이나 근속한 내력을 갖고 있다. 스펙을 위해 대기업 취업에 목숨을 걸거나, 조금만 성에 차지 않으면 박차고 나가는 요즘 세태에 비춰볼 때, 이 분의 경력은 뭔가 교훈적인 면도 있다. 그간 하이엔드 중심에서 이번에 바쿤을 런칭하면서 또 다른 비상을 준비하는 요즘,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상당히 일찍 이쪽 업계에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 특별히 오디오에 관련된 체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특별한 체험은 없습니다. 일반 고교생들처럼 팝송 좋아하고, 가요 듣고 하는 정도였죠. 그러다 우연히 친구 집에서 인켈 세트로 재생되는 음을 듣고 상당히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시스템으로 나도 집에서 듣고 싶다’라는 욕구가 생기더군요.


남들보다 매우 일찍 이 업계에 들어왔습니다. 특별한 사연이 있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운명이라고나 할까요? 당시 <고전사>를 이끌던 강기덕 사장님과 교분이 있는 분을 통해 연결이 되었습니다. 고교 졸업 무렵이었죠. 사실 음악이니, 오디오니 잘 모르던 상황에서, 세운상가에 있는 이 숍을 가보니 여러모로 흥미가 가더군요. 특히, 수입 오디오의 가격표를 보고 정말로 놀랐고요. 그런 호기심이 크게 작용해서 일을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려 30년이 넘게 같은 숍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겠군요.
맞습니다. 중간에 군대에 다녀오고 하는 공백기가 잠시 있었지만, 그 외에는 줄곧
<고전사>에서 일했으니까요.


80년대 중반의 세운상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때부터 90년대까지, 오디오 업계는 대단한 호황이었습니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죠. 출근하자마자 출장을 가는 게 일이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브랜드로 뭐가 있을까요?
저희 숍에서는 산스이, 켄우드를 많이 취급했습니다. 당시는 일종의 세트 개념으로 판매되었습니다. 물론 JBL, 탄노이, 매킨토시 등도 인기가 있어서 숍에 들어오자마자 나갔고요.


이미 그때에도 <고전사>는 상당한 브랜드 네임을 갖고 있었죠?
네.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강사장님이 1960년대부터 이쪽 일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즈음엔 단골도 많았고, 장사도 무척 잘 되었습니다. 잘 나갈 땐 직원이 무려 6명이나 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세운상가에서 용산으로 이사를 왔죠? 그게 언제쯤인가요?

1989년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러 면에서 세운상가와 달랐습니다. 공간도 넓고, 주차 시설도 잘 되어 있고…. 하지만 처음엔 빈 방이 많을 정도로 썰렁했습니다. 차츰 고객들이 찾아오면서 하나둘씩 채워져 갔죠.

그러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라는 1990년대가 옵니다. 오디오 업계도 수입 자유화 바람이 불어서 바다 건너 먼 나라의 명 브랜드가 많이 상륙하게 되죠. <고전사> 상황은 어땠나요?
아마도 강사장님 개인적인 기호가 반영되었을까 싶은데, 주로 뮤지컬 피델리티와 인피니티를 많이 취급했습니다. 세트로 해서 정말로 많이 판매했죠.


그러다 <고전사>를 2008년경에 인수하게 되죠? 아무래도 강사장님에게 배운 것들이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보는데요.
맞습니다. 영업이라던가, 고객 관리, 세팅 등, 여러 면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세팅이나 매칭은 저희가 갖고 있는 큰 노하우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고객들 집에 가서 일일이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이 있다면 뭘까요?
저는 약간 타이트하면서, 해상도가 좋은 음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버메스터, 마크 레빈슨, 윌슨 오디오 등을 오랫동안 취급했죠.

그간 하이엔드 중심에서 바쿤이라는 브랜드를 과감히 선택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우선 중급기 정도를 찾는 고객분들이 저희 숍에 오면 딱히 추천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또 음을 들어보면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도 좋고, 매칭도 가리지 않으면서, 가성비도 뛰어납니다. 그렇게 울리기 힘든 ATC를 쉽게 구동하는 모습에서 과감히 선택을 했습니다.


그간 하이엔드만 취급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큰 변신을 한 거군요.
개인적으로 집에다 이것저것 가져다가 들어보는 편입니다. 거기서 만족스럽지 않으면 취급하지 않죠. 제 개인적으로도 바쿤은 크게 기대하고 있답니다.

요즘 오디오 업계가 불황입니다. 불행하게도 많은 분들이 오디오를 통한 즐거움을 자꾸 잊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을 듯싶은데요.
오디오가 주는 미덕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음악을, 좋은 음으로 들을 때, 당연히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오디오를 통해 그 즐거움을 더욱 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문의 : 고전사 (02)3272-6200

 

<월간 오디오 2016년 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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