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현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 14, 23, 26번>
루돌프 부흐빈더. 그의 이름만으로 베토벤 피아노곡들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그 이유는 그가 베토벤 스페셜 리스트로 알려진 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는 체코 출신으로, 어느 누구보다 베토벤 탐구에 몰두했고, 전통 독일인이 아니면 인정받기 어려운 독일과 빈에서 제대로 인정받은 베토벤 피아노 음악의 거장이다. 그는 유수히 많은 베토벤 녹음을 남겼다. 특히 소니 레이블을 통해 2010년과 2011년 총 9장의 CD로 전집을 녹음했었는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 중에서도 명연주로 손꼽힌다. 이번에 소개하는 앨범은 가장 인기 있는 3대 소나타인 8번 ‘비창’, 14번 ‘월광’, 23번 ‘열정’과 추가로 26번 ‘작별’을 별도로 담아냈다. 소나타 전집에서 가장 돋보이는 4곡만을 간추려 놓은, 한마디로 엑기스와 같은 앨범이다. 그의 베토벤 소나타는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정갈함과 강건함을 간직하고 있으며, 화려한 기교를 부릴 만도 하지만, 그는 기교를 중심에 내세우기보다는 베토벤 소나타마다의 충실한 해석에 집중하고 있다. 그의 연주는 듣는 순간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들며, 건반의 에너지가 넘치는 터치와 조금의 허점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연주를 통해 진정한 이 시대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 리스트의 면모를 고스란히 전달해 주고 있다. 또한 녹음으로 건반의 질감과 리얼한 터치가 잘 전달되어 음악에 더욱 빠져들게 만들어 주고 있으며,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연주를 통해 베토벤 소나타의 묘미는 바로 이것이라고 분명히 들려주고 있다. 글 | 장현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 14, 23, 26번>
루돌프 부흐빈더(피아노)
S80328C/88765425522
녹음 ★★★★★
연주 ★★★★★
비발디
<사계 & 플루트 협주곡 1, 3번>
소니 레이블에서 최근 한국 연주자 음반들이 자주 소개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비발디의 사계를 출시했다. 비발디의 사계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은 각 계절이 3악장으로 이루어진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실제 공연에서도 가장 많이 연주되는 비발디의 대표곡이기도 하다. 이번 음반에서는 특이하게 사계의 바이올린 파트를 플루트로 연주하고 있다. 바이올린의 경우도 웬만한 기교로는 소화하기 힘든 곡인데, 플루트를 통한 연주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만큼 이 음반은 색다른 의미와 독특한 재미를 부여해 주는 녹음이다. 이번 음반에서는 플루티스트 양혜숙 씨의 연주로 만날 수 있는데, 양혜숙 씨는 올해로 데뷔 45주년을 맞이한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연주자이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했고, 다양한 연주 활동과 함께 한국 플루트계 발전과 후배 양성에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 플루트 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지휘는 최용호 씨가 맡았는데,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클라리넷 전공자이며, 현재 아마데우스 쳄버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을 맡고 있다. 아마데우스 쳄버 오케스트라는 2004년 한국과 케냐 수교 4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를 계기로 창단되어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발디의 사계와 함께 플루트 협주곡 F장조 ‘바다의 폭풍’과 D장조 ‘홍방울새’를 함께 음반에 담고 있다. 이 음반은 연주의 완성도를 논하기 이전 한국 원로 연주자의 열정과 도전을 엿볼 수 있는 녹음이며, 한국 클래식 음반의 활성화를 보여 주는 의미 있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글 | 장현태
비발디<사계 & 플루트 협주곡 1, 3번>
양혜숙(플루트)
최용호(지휘)
아마데우스 쳄버 오케스트라 서울
S80323C/80358118323
녹음 ★★★★☆
연주 ★★★★☆
<월간 오디오 2017년 10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