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LP-2
한은혜 2017-11-04 18:13:13

글 김기인

 


요즘은 저조한 경제 상태와 더불어 LP를 포함한 오디오 소스 시장이 말이 아니다. 특히 CD는 제작량 자체가 적고 소량으로 수입해 슬쩍 배포하고 마는 등 모든 것이 침체되어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 없어서 못 파는 음원이 있다. 바로 가요 LP가 그것이다. 애호가층이 많은 희귀 가요 소스는 구하지 못해 복사반까지 나오고 있는데, 물론 마스터 음원을 구해 리이슈반을 찍는 것도 있지만, LP to LP로 LP반을 마스터로 한 허가된 복사반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전자든 후자든 그 음질은 옛날 초반에 비하면 어림없을 뿐 아니라 초기 재반에도(2nd - 리이슈반 말고)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가요 재반의 경우 알판(내부 바이닐 레코드 자체)을 잘 다루지 못해 재킷에 넣는 과정에서 때가 묻거나 손상된 경우가 있어 가뜩이나 음질이 열화되어 심상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까지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제조 측에서 그만큼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점차 개선 일로에 있다. 어떻든 대부분의 인기 가요 LP의 경우 보관 상태도 안 좋고 절대적 수량 측면에서 턱 없이 부족한 것이 실상이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킹 레코드 KL-7035

신중현 사단을 중심으로 한 Add 4, 액션스 밴드, 신중현과 엽전들, 김정미, 임아영, 박인수 등은 100만원을 호가하는 LP들이 수두룩하고, 그 외에 양병집, 서유석, 오세은, 에보니스, 양희은, 방주연, 김광석, 김두수 등의 포크송 싱어들의 판도 귀하고 비싸다. 그 외에 나훈아, 남진, 손시향, 배호, 남인수, 황금심, 이난영, 이미자, 패티김 등 고전 가요의 팬 층도 두껍고, 그 외 희귀 가요의 경우는 값도 없어 그야말로 부르는 것이 값이다. 이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며, 그 뒤를 이어 국악을 포함하는 국산 판 자체의 가치가 점차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중에도 오래된 국내 가요 음반은 그 가요사적 가치뿐 아니라 생활사적 가치, 영화사적 가치까지 포함해 그 자료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일제 강점기 하에서 제작된 국악, 가요 SP 음반과 6.25 전후로 발매된 국내 국악, 가요 SP 음반도 모두 희귀성이 높아져 특정 음반은 수천만원이 넘게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 있는 SP 음반이 윤심덕의 사의 찬미, 그리고 김창룡, 정정렬, 이동백 등의 판소리와 민요 등이다.
 


프린스 레코드 SM-7119

이번에는 가요 LP 중 옛날 정서가 듬뿍 묻어나는 음반들을 소개한다. 물론 쉽게 구할 수 있는 음반은 아니지만 이 가을 그 정서에 흠뻑 빠져 보기 바란다.


수많은 가요 음반 중에 무엇을 고를지 망설여진다. 그러나 리이슈반 말고 그래도 가치가 있는 6장을 골라 소개한다. 맨 먼저 고른 음반은 신중현의 The Action's 밴드의 국내 가요 연주 음반이다. 물론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신중현의 음반이 많지만 소위 그의 손맛을 흠뻑 맛볼 수 있고 잘 소개된 적이 없는 음반이어서 선택해 본다. 잘 알다시피 신중현의 음반은 연주 음반이 가장 고가이다. 이 음반은 유명한 히키 신, Add 4 등 쟁쟁한 음반보다는 떨어지지만 희귀 음반에 속한다. 멤버들의 나열한 모습이 재미있다.
 


신향 레코드 DG-1034

두 번째 음반 역시 신중현 사단의 간판스타 김정미의 희귀 음반 <아니야>다. 프린스 레코드 제작 음반으로 신중현 반주로 김정미, 주현, 민아, 바니걸즈가 노래하고 있다. 음질도 대단히 훌륭해서 ‘당시 음반 맞아?’ 할 정도로 녹음이 잘 되었다. 김정미의 ‘아니야’, ‘만나고 헤어진다면’, ‘오솔길을 따라서’, ‘고독한 마음’, ‘대합실의 여인’ 모두 다 주옥같은 곡이다. 김정미의 깊은 보컬 발성이 잘 살아 있다. 김정미의 <Now> 앨범과 쌍벽을 이루는 고가 LP.
 


오아시스 레코드 OL-12439

세 번째 디스크는 김상희의 최고가 앨범 <어떻게 해>다. 역시 신중현 작·편곡집으로 그가 반주하고 있다. 김상희 보컬의 또 다른 면목을 보여 주는 희귀 LP. 신향 음반 제작으로 김상희를 키워 보려는 신중현의 의도가 가득 담긴 중요한 디스크다.
 


지구 레코드 LM-120078

네 번째 디스크는 국내 최초 학사 가수로 통하는 우수 깊은 여성 보컬 최양숙의 앨범이다. 이 디스크는 오아시스 제작으로 그녀의 유명한 ‘황혼의 에레지’와 번안 샹송이 수록된 음반이다. 대도 레코드에서 나온 <꽃 피우는 아이>보다는 덜 치지만 그녀의 젊었을 때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수록된 귀한 음반이다.


다섯 번째 음반은 옛 여배우 김지미 주연의 <불나비> 영화 음악 수록 디스크로 지구에서 발매된 음반이다. 김상국이 부른 ‘불나비 사랑’이 수록되어 인기가 높다. 그 외에 ‘송이낭자’, ‘숙부인’ 등 영화 주제가가 녹음되어 있다.
 


서울음반 SPDR-331

여섯 번째 음반은 김민기의 1990년대 초 제작 음반이다. 서울음반에서 4장 시리즈로 발매되었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귀한 LP가 되어 버렸다. 물론 금지곡 시대의 그의 ‘아침이슬’이 수록된 초반은 더욱 구하기 힘들다. 이 녹음은 김민기가 좀 나이가 있을 때 녹음한 음반으로 초기 음반과는 그 녹음 자체와 창법 자체가 다르지만 음질, 음악성 면에서 탁월해 아날로그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 음반도 4장이 다 모이면 40만원이 후딱 넘어간다.


다음번에도 각 분야별로 중요한 6장의 레코드를 선정해 선보일 예정이다. 필자의 소유 음반 중에서 골라야 되기 때문에 깊은 의미는 없고, 그냥 LP 소개 실전 정도로 알고 참고해 주기 바란다.

 

<월간 오디오 2017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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