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현태
오디오의 변방 에스토니아에서 태어난 에스텔론은 그들만의 명확한 개성이 반영된 스피커로, 전 세계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독특한 디자인이 기본이며, 사운드에 대한 만족도가 더해짐으로써 오디오 애호가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한 장점이 돋보인다. 여기에 하이파이 사용자들의 기호를 정확히 읽어낸 콘셉트까지 겸비함으로써, 변방의 브랜드가 어느덧 하이엔드 오디오의 중심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리고 에스텔론의 중심에는 30년 넘게 유럽에서 제작자로 활동하며,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스피커 디자이너 알프레드 바실코프가 있다. 그는 에스텔론을 2006년에 창업하며, 스피커에서 중요한 캐비닛의 소재 연구와 공학적인 해석, 그리고 독특한 사운드 철학을 결합하여 에스텔론만의 콘셉트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첫 모델부터 플래그십 버전인 XA를 발표했고, 파격적인 디자인과 개성 강한 사운드로 하이엔드 시장에서 크게 어필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곧바로 XB까지 소개하며, 디자인과 사운드의 일체감으로 하이파이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지난 XB 리뷰에 이어, 이번에는 동사의 보급형 모델로 불리는 YB를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는 지난 리뷰를 통해 XB의 장점들을 충분히 설명했던 기억이 있는데, 특히 아큐톤 유닛의 중심적인 역할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YB는 어떨까? 한마디로 ‘탈아큐톤’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제품의 사운드를 경험해 본다면, 이는 이유 있는 콘셉트이며, 아큐톤 스타일과는 다른 YB만의 사운드를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격적으로 YB의 장점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첫 번째로 살펴볼 부분은 역시 캐비닛 디자인이다. 기존 모델과 패밀리 디자인으로, 아름다운 곡선미와 화려한 마감이 어우러진 세련된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물론 단순히 디자인적인 요소라기보다 음향 공학을 통한 최적의 사운드 재생을 위한 결과물로, 짤록한 허리를 가진 E-lon 캐비닛으로 완성되었다. 소재로는 합성 인조 대리석을 사용, 높은 밀도를 통한 무진동 인클로저로 제작되었다. 고품질 광택제와 멀티 코팅을 통한 고급스러운 마감이 돋보인다. 또한 저역 유닛과 미드레인지 및 트위터와의 거리가 크게 떨어져 있는 것이 독특한데, 이는 철저히 대역 재생 능력을 부각시켜 중·고역의 분해력과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설계다.
두 번째로 살펴볼 부분은 유닛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상급 기종에서 사용했던 아큐톤 유닛을 과감히 탈피했다. 저역용 우퍼는 8인치 시어스 알루미늄 콘 타입이며, 페이즈 플러그가 콘과 연동되지 않는 분리형으로 콘의 동작 거리가 크고 빠르다. 기존 모델의 우퍼가 전면을 향했던 것과 달리, 측면과 전면 사이에 각도를 주어 스피커 중앙 앞쪽으로 저역이 재생되도록 장착, 간접 저음을 유도하고 있다. 사운드적으로도 크기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실제 10인치 이상의 우퍼와 맞먹는 저역을 경험할 수 있다. 중역을 담당하는 미드레인지는 5.25인치 타입으로 스캔스픽의 표준 미드·우퍼를 채용했으며, 회오리 무늬 콘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고역용 트위터는 베릴륨 멤브레인으로 마감된 1인치 돔 타입을 채용했다. 이 3가지 유닛이 조합된 3웨이 구성을 통해, 기존 아큐톤 드라이버를 채용한 상위 모델과는 차별화된 특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사운드의 차별화다. 이미 예상되겠지만, 아큐톤의 사운드 컬러를 가진 XB와는 사뭇 다른 사운드 콘셉트이다. 고역은 화려함이나 과장이 없고, 저역에 불필요한 부밍이 없다. 아날로그적인 부드러움과 쾌감을 잘 반영한 대역 밸런스가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중역대는 스캔스픽의 골격이 잘 갖추어진 특유의 질감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며, 측면의 저역 유닛을 통해 기대 이상의 에너지와 반응을 만날 수 있다. YB만의 색깔을 잘 완성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XB와는 다른 독립적인 모델의 의미를 잘 부여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탄탄한 중역 재생과 함께, 응집력과 절제력까지 보여주며 모니터적인 스피커 성향도 갖추고 있다. 또한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사운드가 중심에 있다.
첫 곡은 다이애나 크롤이 부른 ‘Like Someone In Love’를 선곡해 보았다. 우선 그녀의 목소리에서 풍부한 중·저역의 표현력이 느껴지며, 정확하고 중심 잘 잡힌 사운드가 전개된다. 또한 보이스는 스피커 중앙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해 주었다. 반주 악기들 중에서는 콘트라베이스의 베이스가 화려함 없이 단정하고, 깊이가 있어 쉽게 빠져든다. 악기들의 질감 표현과 분별력이 좋아 그녀의 목소리가 잘 표현된다. 재즈 보컬의 매력에 쉽게 빠져들게 만든다.
실내악곡으로 요한 슈타미츠의 클라리넷 협주곡 B플랫 장조 중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를 안드레아스 오텐잠머의 클라리넷과 포츠담 캄머아카데미의 연주로 들어보았다. 클라리넷이 선사하는 클라리온 톤이 명료하고 정확히 잘 들리며, 화려한 기교로 전달되었다. 현악 파트의 질감도 좋아 전체적인 실내악의 조화를 제대로 만날 수 있었다. 음색이 화려하진 않지만, 고역의 투명도가 좋으며, 중역대는 탄탄하고, 정확한 표현력이 강조되어 있다. 클라리넷은 어느 때보다 목관의 중후한 울림이 강조되었고, 스캔스픽만의 골격이 잘 갖추어진 익숙한 사운드도 만날 수 있었다.
재즈곡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연주로 ‘You Look Good To Me’를 선곡해 보았다. 트리오 무대 사이즈를 유지하면서도, 베이스의 깊이는 스피커 사이즈를 넘어선다. 피아노 건반의 표현력은 투명하게 잘 표현되었고, 스네어 드럼의 기분 좋은 터치와 짧은 킥, 탐 영역까지 분별력이 좋으며, 빠르고 임팩트 있는 정갈한 사운드를 선사해 주었다. 트리오 연주는 어느 때보다 활발한 움직임인데, 그만큼 스피커를 통한 사운드가 부담 없이 잘 전개된 결과다. 이곡에서는 YB의 모니터적인 성향도 만날 수 있었다.
대편성곡은 무소르크스키 전람회의 그림 중 ‘The Hut On Chicken's Legs’를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빈필의 연주로 들어보았다. 우선 넓은 스테이지의 악기 분해력이 좋다. 힘 있는 금관의 인상적인 울림과 함께 바순과 클라리넷의 표현력이 상당히 리얼하다. 그야말로 무대가 손에 잡힐 듯 눈앞에서 펼쳐진다. 무대 뒤쪽의 금관과 팀파니의 거리·깊이는 만족스러웠고, 바이올린과 첼로로 이어지는 연결까지 스테이지의 규모와 크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어느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음악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YB를 정리해 보면, 한마디로 에스텔론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는 하이파이적 감성이 충분한 모델이라는 것이다. 디자인적으로 에스텔론의 패밀리 이미지를 고스란히 반영한 플로어스탠딩 스타일을 추구하는 점, 하이파이 스피커의 감성을 놓치지 않고 만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에스텔론 스피커 중에서 가장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 등 YB만의 장점이 쉽게 드러난다. 또한 적당한 사이즈와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잘 어울린다는 점과 우리나라의 협소한 리스닝 공간에 쉽게 세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꽤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격적인 부담을 줄임으로써 만족도를 크게 높이며 다가온 효자 모델이라고 언급하고 싶다.<
수입원 ODE (02)512-4091
가격 수입원 문의 구성 3웨이 3스피커 사용유닛 우퍼 20.3cm, 미드레인지 13.3cm, 트위터 2.5cm 베릴륨 주파수 응답 30Hz-40k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6dB/2.83V 내부 배선 쿠발라 소스나 크기(WHD) 36.5×128.5×43cm 무게 40kg
<월간 오디오 2017년 11 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