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현태
소니 레이블에서 반가운 재발매 음반들이 소개되었다. 재발매인 만큼 의미 있는 두 명의 피아니스트의 앨범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먼저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과 독일을 대표하는 젊은 스타 피아니스트인 마틴 슈타트펠트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음반이다.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백건우 씨는 1990년대에 가장 왕성한 연주와 녹음 활동을 이어 갔다. 이 앨범은 1998년 발매되었던 앨범을 20주년 기념으로 재발매한 친숙함이 느껴지는 반가운 음반이다. 3장의 CD에서 백건우 씨의 열정이 돋보이는 연주를 시종일관 만날 수 있으며, 더할 나위 없는 명연주가 녹음되어 있다. 특히 피아니스트 백건우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 사이클 녹음으로, 가장 러시아적인 색채가 강한 1번과 서정성이 짙은 2번, 피아노 협주곡의 테크닉의 한계를 보여 준 3번과 반전이 돋보이는 4번까지 그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다. 특히 2번과 3번은 가장 사랑 받는 피아노 협주곡으로 불리며, 익숙한 선율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전곡을 한 번에 수록해 놓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음반이기도 하다. 특히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가 지휘하는 모스크바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하고 있기에 피아노와 관현악의 조화가 만들어 낸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1946년생으로 이제는 노년의 피아니스트가 되어 원숙미가 돋보이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지만, 당시 20년 전 만해도 가장 왕성한 활동으로 에너지 넘치는 건반의 터치와 뛰어난 기교를 만날 수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무엇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의 명성을 돌아보게 하는 재발매 앨범이면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한 번에 수록해 놓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음반이다.
슈타트펠트는 1980년생의 젊은 피아니스트다. 그는 1997년 루빈스타인 콩쿠르 우승, 2001년 부조니 콩쿠르 1위, 2002년 라이프치히 국제 바흐 음악 콩쿠르에서는 독일인으로는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처럼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현재 독일을 대표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놓칠 수 없는 스타 피아니스트다. 특히 2004년 소니 레이블에서 발매된 데뷔 앨범이었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통해 바흐 해석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며 제2의 글렌 굴드로 불리기도 했다. 바흐의 음악을 넘어 그의 낭만시대의 슈베르트, 슈만의 작품들도 정통성을 바탕으로 한 명철한 해석이 돋보이는 빼놓을 수 없는 연주들이다. 이번에 소개할 앨범은 2007년 출시했던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D. 960과 18번 D. 894의 녹음이다. 먼저 피아노 소나타 21번 D. 960은 슈베르트가 죽기 2달 전 작곡한 유작으로 잘 알려진 작품으로, 슈타트펠트의 연주는 장엄함과 함께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피아노 소나타 18번 D. 894는 4악장의 피아노 소나타로, 전통적인 소나타의 틀을 벗어난 슈베르트적인 향수를 만끽할 수 있는 곡인데, 그는 각 악장의 특별함보다는 낭만파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이끌어 낸 연주로 이어 가고 있다. 두 곡 모두 피아노 소나타로는 대곡에 가까운데, 독일의 젊은 스타 피아니스트인 마틴 슈타트펠트가 추구하는 슈베르트 곡의 해석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4번,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백건우(피아노)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지휘)
모스크바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S80374C/09026688672
녹음 ★★★★★
연주 ★★★★★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D. 960, D. 894>
마틴 슈타트펠트(피아노)
S80377C/88697135902
녹음 ★★★★★
연주 ★★★★★
<월간 오디오 2018년 6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