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AudioT-1800
당당하고 힘차고 또 아름다운 진공관 앰프
글. 이종학(Johnny Lee)
올닉에서 나온 인티앰프 T-1800에 대해선 이미 본지에서 수차례 소개된 바 있으므로, 새삼 스펙이나 기술적인 내용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런데 예전에 본 기를 역시 올닉에서 나온 스피커와 연결해서 들을 때 뭔가 제대로 듣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제대로 예열되지 못한 상태에서 들었고, 또 시청 환경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번에 새롭게 듣게 되면서, 아예 시청 공간을 오디오 멘토스로 했다. 아무래도 음향 환경을 고려한 곳에서 제대로 세팅해서 듣는다면 이런 의문점이 해소되리라 봤기 때문이다. 이 의도는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고, 실제로 앰프와 스피커 모두 최고의 실력으로 환상의 소리를 들려준 것이다. 이래서 제대로 본 기를 들어봤다고 본다. 참고로 이번 시청에 쓴 스피커는 S7000이라는 모델로, 꽤 당당하고 알찬 포름이다. 아마 일반 주거 환경에 갔다 놨을 때엔 약간의 압박감을 느낄 만한 사이즈다. 그런데 여기서 펀치력 좋은 저역이 쿵쿵 터져 나오는 모습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아하, 이 앰프가 이런 파워도 가능했구나.
처음에 들은 것은 피에르 불레즈가 지휘한 말러의 교향곡 5번 1악장이다. 일단, 처음부터 강력하게 엄습해온다. 마치 거인이 기지개를 켜듯, 시청실 가득히 음향이 감싼다. 이윽고 퍼커션이 가미되어 두드리기 시작하자 거인이 성큼성큼 걷는 듯하다. 그러다 중간에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면서 현의 아름다움이 극적으로 펼쳐진다. 이 세기말의 퇴폐미와 노스탤지어가 충만한 로맨티시즘이라니! 하지만 말러는 당연히 이렇게 끝내지 않는다. 그 아름다움이 서서히 파탄을 일으키며 점차 분위기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옮아간다. 그리고 터지는 광대한 스케일의 투티! 바닥이 쿵쿵 울리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고, 그 무서운 에너지가 이 인티앰프로 가능하다. 그 부분에서 더 놀랐다.
이어서 다이애나 크롤이 부르는 ‘S' Wonderful’을 듣는다. 전혀 딴판의 분위기다. 이제는 어깨의 힘을 빼고 더 편안하고 진솔하게 다가오는 크롤을 볼 수 있다. 특히, 녹음 당시에 그녀는 사랑에 빠진 터라, 그 행복감이 노래 안에 무척이나 즐겁게 반영되었다. 무엇보다 정보량이 많고, 다양한 악기의 어우러짐에 일체 흐트러짐이 없다. 그러면서 진공관 특유의 진득하면서, 사실적인 표현은, 크롤의 볼에 혈색이 약간 돌아 더욱 멋지게 보인다.
마지막으로 콜트레인과 하트만이 만나서 벌인 ‘My One & Only Love’다. 테너 색소폰과 바리톤 보이스의 조합인데, 이 느긋하면서도 빈틈이 없는 세션은, 중년 남성의 댄디한 느낌이 잘 살아 있다. 특히, 스네어를 긁는 브러시의 결이 다채롭고, 테너 색소폰 특유의 남성적인 고독감이 물씬 풍겨 나오며, 보컬의 여유만만한 노래엔 소파에 가만히 몸을 파묻게 한다. 그렇다. 이런 게 어떻게 보면 진짜 어른들의 재즈인 것이다. 또 이런 다채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본 기의 높은 퍼포먼스는 강한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이 가격대에 별다른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큰 강점이라 하겠다.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550만원
[Monthly Audio] 2015. 5월호
www.audio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