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현태
2년만에 새롭게 DSD 관련 특집을 쓰게 되었다. 그 당시는 ‘DSD 재생, 새로운 시대의 화두를 던지다’란 제목으로 DSD에 대한 기본 개념, DSD 음원의 정의와 재생 방법, 그리고 환경 등을 정리를 해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DSD가 너무 낯설었고, DSD 재생을 지원하는 DAC는 손에 꼽힐 정도로 대중화되진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24비트/192kHz 샘플레이트 재생에 중점을 두어, 이른바 192kHz DAC의 춘추전국시대였다. 반면 지금은 DSD 지원의 DAC가 또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는 DSD64는 기본이고, DSD128 재생까지 지원되는 시스템들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DSD 재생을 지원하는 DAC나 플레이어의 경우도 이제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포진되어 있고, 브랜드마다 기술력과 사운드의 성향이 차별화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의 선택이 중요할 것이다.
DSD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히 정리해 보자. CD 재생 시에는 PCM(Pulse Code Modulation) 방식이지만, DSD의 경우는 PDM(Pulse Density Modulation) 방식이다. 이는 아날로그적인 재생에 근접한 형식이며, 1비트만 있으면 구성이 가능하다. DSD64의 의미는 일반적인 CD 표준의 44.1kHz의 64배에 해당되는 2.8224MHz의 샘플레이트를 의미한다.
지난 특집에서 DSD의 기본적인 개념들을 소개했고, DSD 음원과 고음질에 대한 이해가 한층 높아져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트렌드를 중심으로 글을 전개해 보고자 한다.
초기 DSD 재생을 지원하는 제품들을 주도적으로 개발하였던 대표적인 브랜드인 마이트너(Emm 랩스)와 플레이백 디자인스, 에소테릭의 모델들을 포함하여 신진 브랜드인 엑소갈, 대중적인 브랜드인 오포, 마란츠, 야마하, 그리고 국내 제조의 올닉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살펴보겠다. 리뷰에 앞서 현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아보며 제품들의 달라진 점과 환경의 변화를 몇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는 DSD 재생을 위한 전송 방식의 정착이다. USB 2.0을 통한 새로운 DSD 전송 방식이 규정되었다. 이는 DoP(DSD over PCM) 방식으로 현재 대부분의 제품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의미는 단어 그대로 PCM 데이터 프레임에 DSD 데이터를 실어 보내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24비트 PCM 신호에서 16비트는 DSD 신호로 쓰고, 나머지 8비트는 DSD라고 인식되도록 해주는 것인데, DSD와 PCM의 구분용 신호로 쓰는 방식이다. 2년 전만해도 DSD 전송 방식에 대한 정립이 잘 되어 있지 않았고, 퓨어 재생에 대한 논쟁도 많았지만, 이렇게 USB를 통한 새로운 DoP 방식이 표준적으로 적용되면서, USB를 통한 DSD 데이터 전송의 길이 열린 것이다. 참고로 당시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수석 엔지니어인 안드레아스 코치가 DoP 전송 방식의 정립에 앞장서 자사의 제품에 가장 먼저 적용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DSD를 지원하는 DAC 칩의 다양화와 안정적인 디지털 전송의 정착이다. 한동안 ESS사 사브레 칩이 독점하다시피 했었는데, 이제는 시러스 로직과 울프슨, 아사히 카세이, 버브라운 등 전문 오디오 칩 브랜드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이른바 DAC 칩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덕분에 여기에 대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DSD가 지원되는 DAC 칩의 단가도 낮아져 오디오 제조사들도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이는 가격 경쟁력 높은 다양한 제품 출시로 이어졌는데, 사용자 입장에서 매우 좋은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USB 오디오 전송의 길을 열어준 XMOS 칩의 대중화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USB 2.0에 대응하는 최적의 칩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독자적인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한 재생 플레이어들의 성장이다. 특히 자사 제품을 위한 전용 어플리케이션들이 더욱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J-River, 푸바, 아마라, MAC 전용의 오디르바나의 포지션이 중심에 있었지만, 지금은 오디오 제조사가 직접 전용 플레이어를 개발 및 제공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특히 일본 브랜드들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에소테릭, 야마하, 럭스만, 온쿄 등에서 자사의 플랫폼으로 완성한 DSD 전용 재생 프로그램들을 제공해주고 있다. 물론 브랜드마다 제품의 성향과 성능이 다양하고, 알고리듬에 따라 성능이 결정되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프로그램의 사용이 중요할 것이며, 재생 소프트웨어들의 오디오 디코더 품질 차이가 많기 때문에 전문가의 리뷰들을 통해 이를 재확인하고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대량 생산을 하는 메이저 제조사들이 본격적으로 고음질 시장에 뛰어 들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빠른 기술 발전으로 이어졌고, 핵심 부품들의 가격 인하까지 만들어냈다. 하이엔드 플레이어에서만 들려주었던 지금의 DSD 재생을 중·저가 제품까지 확대, 이른바 고음질에 대한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용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더욱 좋은 음질과 아날로그적인 재생을 기대하는 상황에 다다랐기에, 오디오 브랜드들 역시 여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수 없는 시기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DSD 포맷은 새로운 포맷이 아닌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며, 더욱 많은 브랜드들이 여기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제는 PC 파이뿐만 아니라 헤드 파이 제품들의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소형 플레이어에 DSD 재생을 지원하는 제품들도 제법 눈에 띈다.
끝으로 메이저 레이블에서도 자사 사이트를 통해 마스터 음원을 제공하고 있는 시점이기에 향후를 전망해 본다면 퓨어 오디오 포맷은 더욱 성장할 것이고, DSD 음원 역시 차별화된 영역을 꾸준히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이번 특집에서는 원조 브랜드와 메이저 브랜드, 보급형 브랜드까지 실력 있는 DSD 지원 제품들을 골고루 리뷰할 것인데, 브랜드 별 특징과 성향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참고로 이번 리뷰에서는 맥북 프로에서 오디르바나를 통해 시청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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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