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dy New H88A Signature
이제야 진짜 멜로디의 실력을 확인하다!
글. 이종학(Johnny Lee)
시청실에 들어서자 눈에 확 들어오는 스피커가 하나 보였다. 원래 진공관 앰프의 시청이었지만, 이 스피커의 음을 꼭 듣고 싶어졌다. 큼지막한 인클로저에 빼어난 마무리의 스탠드. 좋은 제품은 이렇게 한눈에 들어온다. 알고 보니 이번에 KEF에서 야심적으로 만든 레퍼런스 1이라고 한다. 그럼 그렇지.
물론 이번에 들을 멜로디의 뉴 H88A 시그너처와는 밸런스가 맞지 않을 것이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대개 스피커와 앰프는 비슷한 가격대에 맞춰야 양질의 음을 들을 수 있다. 더 나은 음을 들으려면 앰프 쪽에 더 비중을 두면 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완전히 거꾸로다. 하지만 나는 이미 멜로디의 음과 친숙한 터이고, 그 높은 퍼포먼스와 퀄러티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격을 떠나 과감히 매칭해 본다. 매칭 전부터 일종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 그리고 그 음은 누구나 납득할 만한 내용을 갖추고 있었다.
뉴 H88A 시그너처에서 출력관으로 사용하는 것은 KT88. 이것은 한때 대출력 진공관 파워의 대명사였고, 숱한 명관도 배출했다. 그러나 다소 멜랑콜리하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약하다는 평도 아울러 들었다. 하지만 본 기는, 그런 KT88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약점이 잘 보완된 경우에 속한다.
우선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 카라얀 지휘에 젊은 날의 요요마와 소피 무터가 참가한 작품이다. 일단 저역의 움직임이 다르다. 승용차로 치면 마력이 좋은 엔진으로 미는 형태라고나 할까? 심지가 있으면서, 응집력이 좋은 저역이 기분 좋게 나타난다. 그 위로 펼쳐지는 다양한 악기들의 눈부신 앙상블이라니! 이어서 첼로, 바이올린, 그리고 피아노가 등장할 때마다 극적인 전개가 이뤄진다. 마치 각각의 악기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듯하다. 그러면서 오케스트라와의 협주가 눈부시다. 일단 스피커가 제대로 노래하려면 앰프에서 제대로 밀어줘야 한다. 그래야 퀄러티니 뭐니 논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본 기의 높은 실력에 감탄하고 말았다.
이어서 맥코이 타이너 트리오의 ‘Satin Doll’. 오른쪽 채널에 브러시로 스네어를 긁는 대목이 나온다. 그 해상력이 눈부시다. 브러시의 결이 아낌없이 드러난다. 왼편의 피아노는 제대로 힘을 줘서 치는 느낌이다. 물론 힘만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사뿐하게, 때로는 젠틀하게 터치한다. 그 부분이 명료하다. 한편 중앙에 우뚝 서 있는 베이스 라인의 깊고, 튼실한 음향은 무대 전체를 꽉 채운다. 힘과 디테일 양쪽에서 별 불만이 없는 재생이 이뤄지고 있다. 이 정도 음이면 어지간한 공간은 너끈히 커버할 기세다.
마지막으로 포리너의 ‘Waiting for a Girl Like You’.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라 여러 조합에서 들었지만 한 번도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녹음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한 오판이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신디사이저의 슬픈 음향을 배경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보컬이 나타난다. 완전히 무대를 장악한 모습이다. 여기에 킥 드럼의 어택감이나 백 보컬의 분명한 존재감 등, 이 곡에 이렇게 많은 음성 정보가 있었나 놀라고 말았다. 이제야 본 기가 제대로 실력 발휘하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그러므로 저렴한 예산으로 높은 퀄러티의 음을 지향한다면, 본 기에 필적하는 경쟁자가 그리 많지 않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수입원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가격 305만원 사용 진공관 KT88×4, XF184×2, 6BAⅡ×4
[Monthly Audio] 2015.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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