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우광
재생 기기를 하나의 브랜드와 그중에서도 같은 시리즈로 통일한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장점이 있다. 하나의 통일된 콘셉트를 가지고서 설계된 것인 만큼 음의 개성이 뚜렷하고 기기 간의 연결에서도 최적의 상태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기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줄 수 있는 것이 된다.
음악을 저장하고 재생하는 과정에는 많은 단계의 절차가 필요하다. 최초의 저장, 재생 시스템이 발명되었을 시기에는 단순하게 소리의 진동을 물리적으로 저장하고 이 과정을 다시 되풀이하여 재생하였기 때문에 그 절차는 매우 단순하였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여 점점 좋은 음을 재생 기기에서 얻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재생 장치는 점점 복잡해지고 급기야는 일반인들이 그 과정을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세분화되어 버렸다. 그 결과 과거의 사람들은 전혀 들어볼 수 없었던 훌륭한 음이 가능해졌고 요즈음에는 일반적인 보급기기를 통해서도 이러한 음의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처럼 눈부시게 발전하는 오디오 산업의 첨병 역할을 해온 회사 중에서 에소테릭의 경우는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모회사인 티악의 방대한 오디오 기기 제조의 경험을 토대로 하이엔드 컴포넌트의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온 것이 벌써 30년 가까이 되었다. 1953년에 설립된 티악은 음향 기기 산업의 기초를 다지는 기기의 개발에 주력하여 왔고,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오디오 컴포넌트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에소테릭 브랜드를 1987년에 출범시키면서 처음 발표한 것이 분리형 CD 플레이어인 P-1과 D-1이었다. 그 당시까지 하이엔드 오디오파일 사이에서 CD의 음은 아날로그 음반의 음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는데, 당시의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이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정교하고 뛰어난 품질을 가진 이 제품의 출현으로 CD 포맷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지고, 새로운 세대의 재생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무한히 열어주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에소테릭 제품의 뛰어남은 이후 거의 모든 하이엔드 플레이어 제조 회사들이 이들의 구동 메커니즘을 채택하여 사용하게 되면서, 이제는 대안이 없는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아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 Grandioso D1
▲ Grandioso P1
처음의 모델은 CD를 기본으로 한 것이었는데, 이후 디지털 음반의 새로운 포맷인 SACD가 발표되었고, 이를 수용하는 구동 메커니즘과 표준화되지 않은 DSD 신호의 전송 체계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X-01이 2003년에 발표된다. 이후로부터 확장된 음악 정보의 수용과 재생은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에소테릭의 존재는 단연 독보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진보는 이후 더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에도 적용되기 시작하여 많은 수의 제품이 판매되어 새로운 음원의 재생 표준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이후 10여 년간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오디오 기기의 환경의 변화는 음반을 매체로 하는 음악 시장이 온라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음원 시장에 밀려나서 점차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에소테릭은 음반 매체의 재생 기술에 종지부를 찍는 듯한 제품을 발표하게 된다. 그란디오소 시리즈라고 이름 지어진 이 제품은 그때까지 개발된 오디오의 기술력을 모두 쏟아 부어 만들어진 제품으로, 육중한 알루미늄 블록을 절삭 가공하여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한 외부의 모습은 기능 중심의 오디오 기기가 아니라 음악이라는 예술 매체를 수용하는 기기로서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오디오 기기의 최정상에 위치한 기념비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 음반이 CD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 가면서 대중성을 잃어가던 시기에 절정의 아날로그 플레이어가 발표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디지털 음반도 이제 대중성을 잃어가면서 극상의 제품들이 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의 제품이 발표된 것이 2013년 12월이었는데, CD/SACD 트랜스포트인 P1과 D/A 컨버터 D1, 그리고 메인앰프인 M1이었다. P1은 독립된 전원부를 갖고 있었고, D1은 좌·우의 채널이 분리된 모노블록형인데다가 메인 앰프마저도 모노블록이었기 때문에 시리즈를 갖추게 된다면 모두 여섯 개의 블록이 겹쳐지는 거창한 것이 되었다. 여기에 1년 후인 작년 가을에 드디어 프리앰프인 C1이 추가됨으로써 모두 8개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의 시리즈가 완성되게 된 것이다.
▲ Grandioso C1
▲ Grandioso M1
이번의 시청에서는 매지코 스피커가 제공되었다. 메인앰프의 출력이 8Ω에서 300W인데다가 높은 댐핑 팩터를 가지고 있어 매우 울리기 힘든 저 임피던스의 스피커 시스템도 구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제품답게 울려나오는 소리는 힘차고 당당했다. 매지코의 스피커는 비교적 쉽게 소리가 울려나오는 제품이기도 하지만 우퍼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절제 있게 끊어주는 저음역의 해상도는 이 제품의 특성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극한의 정교함을 가진 플레이어는 음반의 사소한 부분의 변화도 그대로 음에 반영시켜주고 있기 때문에 다른 시스템에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던 음반의 결점도 낱낱이 드러내어주기도 한다. 사용하는 내내 지극히 높은 수준의 만족감을 전해주는 것이었다.
재생 기기를 하나의 브랜드와 그중에서도 같은 시리즈로 통일한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장점이 있다. 하나의 통일된 콘셉트를 가지고서 설계된 것인 만큼 음의 개성이 뚜렷하고 기기 간의 연결에서도 최적의 상태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기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줄 수 있는 것이 된다. 이제까지의 원 브랜드의 제품은 기기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비교적 보급기 가격대의 제품이 주류를 이루어 왔지만, 에소테릭의 경우에는 각각의 컴포넌트가 도달할 수 있는 최정상의 위치에서의 연결을 해주기 때문에 다른 컴포넌트와의 연결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극한의 음을 실현해 주고 있는 것이다.
▲ Grandioso M1, C1
▲ Grandioso M1
수입원 극동음향 (02)2234-2233
Grandioso C1
가격 3,250만원 아날로그 입력 RCA×2, XLR×3 아날로그 출력 RCA×2, XLR×2
입력 임피던스 10KΩ 출력 임피던스 47Ω(RCA), 66Ω(XLR) 최대 입력 레벨 12V
주파수 응답 1Hz-200kHz(-3dB) S/N비 116dB 게인 +12dB
크기(WHD) 44.5×13.2×45.7cm, 44.5×13.2×45.1cm(전원부) 무게 21kg, 29kg(전원부)
Grandioso M1
가격 3,550만원 실효 출력 300W(8Ω), 600W(4Ω) 주파수 응답 5Hz-100kHz(+0dB, -3dB)
S/N비 122dB THD 0.006% 게인 28dB 댐핑 팩터 1000 크기(WHD) 49.1×22.1×53.5cm
무게 62kg
Grandioso P1
가격 3,500만원 디지털 출력 ES-LINK×2, AES/EBU×2, i.LINK 6핀×1, i.LINK 4핀×1, Coaxial×1
마스터클록 입력 BNC×1(10MHz), BNC×1
크기(WHD) 44.5×16.2×44.8cm, 44.5×13.2×45.2cm(전원부) 무게 27kg, 24kg(전원부)
Grandioso D1
가격 3,500만원(페어) 아날로그 출력 XLR×1, RCA×1
디지털 입력 ES-LINK×1, AES/EBU×1, i.LINK 6핀×1, i.LINK 4핀×1, Coaxial×2, Optical×1, USB×1 USB 입력 32비트/384kHz, 2.8MHz·5.6MHz DSD
마스터클록 입력 BNC×1(10MHz), BNC×1 마스터클록 출력 BNC×1
크기(WHD) 44.5×13.2×44.8cm 무게 24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