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그간 수많은 인티앰프를 섭렵했던 것 같다. 손바닥만큼이나 작은 제품도 있었고, 도시락통만한 것도 있으며 의외로 사과 궤짝만한 것도 있었다. 무엇을 사용하던, 그 나름의 쓰임새가 있기 때문에, 애호가의 현명한 선택이 필수다. 때론 분리형 못지않은 만족감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인티앰프가 가진 매력은 거의 무한하다고 본다.
이번에 만난 트라이곤의 에필로그라는 제품은, 사실 회사에 대한 내력이나 물건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음 하나만큼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인티앰프라 할 때의 성능이나 관념을 완전히 뛰어넘어, 잘 만들어진 분리형 제품에 필적하는 퀄러티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프리·파워 한 세트의 가격이 1억대를 돌파하는 요즘, 거의 그런 내용에 필적하는 성능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므로 인티앰프로서의 가격이라고 하면 좀 부담스럽지만, 그 음에 있어서는 무척 경제적인 제품이라 하겠다. 에필로그라는 모델명이 마치 인티앰프라는 장르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뜻처럼 보일 정도다.
트라이곤이라는 회사는 1996년 랄프 콜름세와 라이너 레데만 두 사람에 의해 독일에서 설립되었다. 혁신적인 설계와 아이디어를 모색하면서도 독일 장인 정신에 입각한 완벽주의로 만들어진 제품의 높은 퀄러티는 이미 정평이 난 터다. 특히 본 기는 동사의 프리미엄 라인에 속해 있으며, 최상의 퍼포먼스를 구현하기 위해 다채로운 고안이 들어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듈 방식이다. 6개의 입력단은 일체의 상호 간섭이 없이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자체가 하나의 모듈로 프리단을 구성한다. 파워단 역시 듀얼 모노 방식으로 풀 밸런스 설계. 좌우 채널이 완전히 독립된 모듈이며, 이것은 450VA급 전원 트랜스로 백업이 된다. 특히, 알루미늄과 크롬을 적절히 쓴 외관이 무척 인상적인데, 사이드에 가지런히 자리한 방열핀과 리어 패널의 손잡이 등은, 전문적인 프로페셔널 오디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음을 들어보면, 일단 해상도가 무척 빼어나다. 스피커 구동력도 뛰어나 출력을 봤더니 8Ω에 200W다. 이 정도 실력이면 아주 큰 대형기를 빼고는 대부분 커버할 수 있다고 해도 좋다. 현부터 여성 보컬, 재즈, 록, 대편성을 두루두루 들어봤는데, 어디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전체적으로 전망이 좋고, 골격이 튼실하며, 음 자체에 고급스런 질감이 배어나온다. 상당한 경지의 제품이라 해도 무방하다. 옛 녹음은 옛 녹음대로 정취가 깊이 깔려 있고, 새 녹음은 새 녹음대로 신선하고 생기발랄하다. 음악과 오디오에 무척 조예가 깊은 팀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1,300만원 실효 출력 200W(8Ω), 330W(4Ω) 주파수 대역 2Hz-200kHz(-3dB) 디스토션 0.02% 이하 크로스토크 -80dB 이하(1kHz) S/N비 -96dB 이하 크기(WHD) 44×18×40.5cm 무게 2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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