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아마도 진공관 애호가들 사이에 영원한 로망이라고 한다면, 3극관을 사용한 앰프일 것이다. 특히 트라이오드 모드로 구성된 순 클래스A 방식의 설계에 대한 기대감은 각별하리라 본다. 하지만 전설적인 300B의 경우, 출력이 고작 8W밖에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출력 트랜스에 대한 보강이나 여러 고안이 이뤄질 경우, 출력보다 더한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이 보장되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아무튼 3극관 중 가장 리니어리티가 뛰어나고, 음색도 좋으며, 밸런스가 빼어난 845의 존재는 여러모로 희망적이다. 원래 라디오 방송의 전송용으로 개발되었으나, 지금은 어엿한 출력관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TRV-845SE라 명명된 본 기는, 가장 정공법으로, 일체의 타협 없이 꼼꼼히 만든 인티앰프다. 제조사인 트라이오드로 말하면, 1994년에 일본에서 창업한 회사로, 창립자인 주니치 야마자키 씨의 성가는 해가 갈수록 높아가는 상태다. 그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본 작이다.
본 기의 구성을 보면, 입력단엔 6SN7, 드라이브단엔 2A3, 그리고 출력관으로 845를 쓰고 있다. 또한 본 기의 프리단에 약간 불만이 있다고 생각하면, 별도의 프리를 걸 수 있는 단자가 있으므로, 양질의 진공관 프리앰프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본 기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맛볼 수 있다. 관도 관이지만, 무엇보다 출력 트랜스를 제대로 감았고, 덕분에 무게가 상당하다. 무려 40kg이나 나가는 괴물이 된 것이다. 거기에 니폰 케미콘이나 문도르프의 부품들을 아낌없이 투입해서, 무척 고품위하고, 빼어난 음질을 자랑한다. 그간 여러 회사에서 845를 장착한 모델을 선보였지만, 가격이라든가 내구성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다면 본 기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도 된다.
이번에 에메 스피커의 뉴 베타를 걸고, 플리니우스의 마우리 CD 플레이어를 연결해서 들어보니, 여러 면에서 845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 우선 요요마와 무터가 참여한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를 보자. 일단 스피커 장악력이 뛰어나, 특히 저역부의 까다로운 음성 신호들이 일목요연하게 전달된다. 다채로운 악기군의 하모니도 감동적이지만 3개의 솔로 악기가 더해져서, 여기서 표현되는 극한의 해상도는 정말 발군이다.
이어서 마틴 그루빙거의 ‘Introitus’는, 중세의 교회 음악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작품이다. 특히 다채로운 퍼커션의 등장이 이채로운데, 정말 공간 여기저기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타격감이나 진동 등이 뛰어나, 이게 과연 3극관이 맞나 싶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팻 매스니와 브래드 멜다우의 ‘A Night Away’. 과연 엄청나게 쏟아지는 음성 정보도 대단하지만, 팻과 브래드의 개성이랄까 서정성을 결코 놓치지 않는 점이 뛰어나다. 계속 기타와 피아노 음이 뇌리에 남을 정도다.
수입원 다웅 (02)597-4100 가격 750만원 실효 출력 20W(8Ω) 사용 진공관 845×2, 2A3×2, 6SN7×2
주파수 응답 10Hz-50kHz(0, -1dB) S/N비 89dB THD 0.1% 입력 감도 900mV 입력 임피던스 100KΩ
크기(WHD) 46×26×44cm 무게 40.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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