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700i라 명명된 본 기에 대한 소개를 심오디오에선 ‘레퍼런스 인티앰프’라고 쓰고 있다. 하긴 동사에는 몇 종의 인티앰프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물량투입형 제품은 본 기가 유일하다. 또 인티앰프의 성격상 레퍼런스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가 뭐하긴 하지만, 정평이 난 심오디오에서 굳이 이런 표현을 쓰는 데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내부를 보면 깜짝 놀랄 만큼, 완벽한 듀얼 모노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기판을 좌우로만 구분한 데에 그치지 않는다. 전원 트랜스와 정류단, 출력단 등이 모두 좌우로 나뉘어 있고, 외부의 입력 단자 역시 정확히 나뉘어 있다. 말이 인티앰프지, 완전한 정공법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본 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볼륨단을 보자. 프리부의 핵심이라 할 이 부분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동원된 것은 M-eVOL2라는 모델로, 무려 530스텝을 자랑한다. 실제로 조작해보면 무척 예민하다. 아주 미세한 조정이 가능한 것이다. 인티앰프에 이런 볼륨단이 투입된 예를 한 번도 보지 못해서 의아할 정도다.
거기에 특별히 본 기를 위해 특주한 트랜지스터가 투입되고, 노이즈를 극력 억제한 입력단이 배치되었으며, 출력으로 말하면 8Ω에서 4Ω으로 내려갈 때 정확히 두 배가 올라간다. 이런 스펙에 심오디오라는 브랜드 밸류를 생각하면, 음은 듣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깊은 신뢰감을 안겨준다.
본 기의 시청에는 카스타의 모델 A에다가 에소테릭의 K-01X를 매칭했다. 첫 곡은 야니네 얀센 연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일단 빠른 반응이 귀에 들어온다. 특히, 바이올린의 묘사에 있어서, 세밀한 밀고 당기기에 비브라토까지 엮여서 정신없이 펼쳐지는데 하나도 놓치는 부분이 없다. 중간 중간 터져 나오는 오케스트라의 등장까지 쉴 새 없이 몰아치는데, 그 묘사가 능수능란하다. 거기에 약간 요염하면서, 매혹적인 바이올린 음색까지 표현되어, 상당히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중 행진은, 일단 안쪽 깊숙이 정위한 퍼커션의, 서서히 압박해 들어오는 타격감이 잘 살아있고, 넓게 무대를 펼친 가운데 여기저기 출몰하는 다양한 악기군의 묘사가 빼어나다. 특정 악기를 손가락으로 집어서 가리켜도 좋을 만큼 뛰어난 정위감이다. 특히, 중간에 총주로 치달을 때 에너지의 묘사도 출중하지만, 산처럼 쌓아올린 악기들을 정확히 구분하는 데에서 본 기의 실력에 거듭 감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조수미의 ‘도나 도나’를 듣는다. 비교적 단출한 소편성이지만, 그렇다고 별로 허한 구석이 없다. 조수미의 보컬로 말하면, 약간 은은하면서 달콤하게 전개되는데, 마치 따스한 봄날, 가벼운 훈풍을 만끽하며 한가롭게 시골길을 산책하는 느낌을 준다. 그 화사하고, 온화한 질감은 본 기의 기본적인 음색이 상당히 매력적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본 기는 잘 만들어진 인티앰프가 이제는 어지간한 분리형을 찜 쪄 먹는 단계에 왔음을 입증하는 사례라 해도 좋다.
수입원 헤이스 (02)558-4581 가격 1,390만원 출력 175W(8Ω), 350W(4Ω)
주파수 응답 10Hz-100kHz(+0, -0.1dB) S/N비 120dB 크로스토크 100dB 게인 37dB
게인 컨트롤 M-eVOL2 파워 서플라이 커패시터 68,000㎌ 크기(WHD) 47.6×14×46cm
무게 27kg(Shipping)
<월간 오디오 2015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