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트라이곤의 에필로그로 말하면, 이번이 두 번째 대면이다. 첫 대면에서 워낙 인상이 좋았다. 별 기대 없이 대했다가 빼어난 퀄러티를 감상할 수 있었으므로, 혹, 내가 착각한 게 아닐까 라는 느낌도 있었다. 그러나 다시 만나서 들어보니, 역시 대단하다는 말만 나오게 된다. 과연 무엇이 좋을까?
일단 하이엔드급이라 할 만큼 뛰어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입력된 소스의 성격에 따라, 때로는 다이내믹하게 또 때로는 부드럽게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혀 허덕이거나 힘들어하는 부분이 없다. 이런 대목은 단순히 출력만 높인다고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또 그 음색이나 내용에 있어서도, 매우 고품위하며, 감촉이 좋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달콤하거나 실키하지 않고, 적절히 귀를 즐겁게 하는 개성이 있다. 이런 부분은 요즘 하이엔드 제품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으로, 상당한 물량 투입과 세심한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그런 경지를 이런 인티앰프가 달성했다는 부분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만듦새를 보면, 입력단을 모듈화해서 상호 간섭을 극력 억제한 대목이 돋보인다. 왜율이 0.02% 이하로 낮으면서도 2Hz-200kHz라는 광대역을 실현한 것은, 빠른 반응과 뛰어난 다이내믹스 구현과 더불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그리고 출력은 8Ω에 200W. 상당히 안정적이고, 준수한 스펙이다.
이번 시청에선 카스타의 모델 A 스피커와 에소테릭의 K-01X SACD 플레이어를 동원해서 들었다. 첫 곡은 로스트로포비치와 브리튼 콤비의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2악장. 과연 아날로그 전성기에 녹음된 데카만의 독특한 개성이 잘 살아난다. 음상이 약간 굵은 듯하면서 힘이 넘치고, 공간감의 묘사가 좋다. 마치 LP를 듣는 듯한 생생함이다. 특히, 이 첼로 비르투오소의 세심한 테크닉이 한 치의 오차가 없이 재현되고 있어서, 시청이라는 사실을 잊고 푹 감상에 빠지고 말았다.
안네 소피 무터의 카르멘 판타지에서 주목한 것은, 4현으로 구성된 바이올린의 성격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중역이 두툼하고, 상대적으로 고역이 가냘프게 나오는 현상이 일체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무터의 연주를 들을 때 주목하는 포인트 중 하나인데, 여기서 확실히 빼어난 묘사력을 들려준다. 특히, 빠른 패시지가 전개될 때 기민하게 대응하는 부분에서, 하이 스피드라는 덕목을 멋지게 구축하고 있다고 평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플리트우드 맥의 ‘Need Your Love So Bad’. 피터 그린의 리드 기타와 보컬을 맛볼 수 있는 70년대 초의 트랙이다. 왼쪽엔 피터를 위시한 밴드가 포진하고, 오른쪽엔 화려한 스트링스가 착석하고 있다. 이 두 악단의 대립과 조화가 절묘하게 펼쳐진 가운데 중앙에 맛깔 나는 피터의 보컬과 기타 연주가 느긋하게 전개된다. 확실히 이런 트랙엔 정취와 에스프리가 있다. 눈을 감고, 살며시 미소 짓게 만든다. 분명 빼어난 분석과 해석을 자랑하지만,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일체 놓치지 않는다. 들으면 들을수록 잘 만든 앰프라 하겠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1,300만원 실효 출력 200W(8Ω), 330W(4Ω)
주파수 대역 2Hz-200kHz(-3dB) 디스토션 0.02% 이하 크로스토크 -80dB 이하(1kHz)
S/N비 -96dB 이하 크기(WHD) 44×18×40.5cm 무게 25kg
<월간 오디오 2015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