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현태
최근 하이엔드 오디오 앰프를 살펴보면 진공관 앰프의 가치가 상승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가격뿐만 아니라 성능적인 면에서도 과거 빈티지와는 철저히 분리된 현대적인 사운드와 고사양의 스펙으로 완성되어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의 새로운 지표를 표방하는 듯하다. 진공관 앰프를 이야기할 때 푸시풀 방식은 주로 5극 진공관이 중심이 되어 있고, 싱글 엔디드 앰프는 3극 진공관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편이며, 3극 출력관을 싱글 엔디드로 구성할 때 관의 개성을 잘 드러난다. 그렇다면 3극관 중 가장 이상적인 출력관은 어떤 것일까? 가장 많이 알려지고 인기가 높은 출력관을 이야기한다면 누구든지 진공관의 대명사로 불리는 300B를 언급하게 된다. 하지만 300B의 경우 최대 출력이 클래스A 싱글 엔디드 기준으로 8W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 출력을 올리기 위해 흔히 출력관을 추가한 파라 싱글 방식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런 출력에 대한 단점을 극복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출력관이 있다면 바로 845다.
과거 군용 워키토키 송신관에서 출발한 845는 진공관 중 가장 큰 사이즈에 속하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도 인상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물론 다른 대형 송신관들이 있기는 하지만, 하이파이 오디오용으로 가장 이상적인 면모를 보인다. 초기에는 군용 송신관의 사용과 함께 1930년대 미국 RCA사의 845 진공관을 사용하여 하이파이 및 산업용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는데, 아쉽게 지금은 생산이 되지 않아 구할 수는 없다. 현재는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845 진공관의 물리적인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면 10V 히터 전압과 전류도 3A가 넘으며, 진공관에 공급되는 플레이트 전압도 1,000V 수준의 고압을 필요로 하는 거대 진공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출력관 하나로 최소 15W에서 최대 30W 출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고출력 3극관 싱글로 사용이 가능하다. 어마한 스펙만큼이나 845 진공관을 출력관으로 사용하는 앰프의 경우 규모와 소모 전력도 만만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파워 앰프 개발도 그리 쉽지 않으며, 웬만한 대형 파워 앰프에 맞먹는 규모와 물량 투입이 필수가 된다. 하지만 이렇게 까다롭고 많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845 제품을 기대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3극관 싱글 엔디드에서 맛볼 수 있는 중·고역의 밀도감 넘치는 매력을 높은 출력에서 뽑을 수 있는 진공관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호환관으로 211이 있긴 하지만, 211은 철저히 통신용 진공관이란 점에서 845와 태생이 다르다고 할 수 있으며, 오디오적인 감성과 음악성에서도 845가 한 단계 높은 위치에 있다.
845의 매력을 정리해 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300B와 같은 3극관이기 때문에 음색적으로 3극관 싱글의 매력을 맘껏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압도적인 대형 진공관으로서의 위엄을 함께 갖추고 있어 특유의 위용과 뛰어난 음악성, 출력을 모두 갖춘 마치 황제로 칭해도 될 만큼의 강력한 포스를 지닌 진공관이라는 것이다.
현재 런닝되어 보급되고 있는 845 출력관을 채용한 진공관 앰프는 손에 꼽힐 만큼 압축되어 있는 편이다. 아쉽게 나그라와 VPA는 참여되지 않았지만, 최근 이슈가 된 5기종의 845 앰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각 앰프의 매력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월간 오디오 2015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