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현태
그래험 오디오는 영국 남서부의 데번 주의 작은 도시인 뉴턴 애벗에 위치한 작은 스피커 브랜드이다. 20년 이상 영국 방송 관련 사업과 프로 오디오 부문에 줄곧 일해 온 폴 그래험이 설립한 곳. 특히 그래험은 현 시점에서 가장 전통적인 BBC 스피커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으며, 새롭게 BBC 라이선스를 획득한 브랜드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든 부분에서 전통을 강조하고 올드 이미지의 느낌과 부품들을 최대한 반영하여, 전통적인 BBC 사운드에 집중된 모니터 스피커를 생산하고 있다. 그래험은 스펜더 스피커 창업자의 아들인 데렉 휴즈와 함께 오리지널 LS 시리즈들을 재조명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제품의 사양과 부품들을 보면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BBC 모니터 스피커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 준다. 가장 놀란 것은 지난 30년 가까이 유지해온 BBC 모니터의 계보와 기술적인 히스토리를 철저히 고증하고, 오리지널에 입각하여 소재와 사운드까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 이번 특집에서 소개하는 LS5/9는 가장 인기 있었던 모델로 1983년에 소개된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렸던 베스트셀러 모니터 스피커이기도 하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채용된 트위터는 34mm 소프트 돔 타입으로 오닥스 사의 올드 버전 HD13D34H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오리지널 BBC 모니터의 마지막 버전이기도 하다. 미드·베이스는 200mm 사이즈의 폴리프로필렌 콘 재질로 오리지널 우퍼의 개발에도 참여했던 볼트 오디오의 특주품이 적용되어 있다. 네트워크의 경우도 과거 부품의 개량형이 적용되었으며, 전면에 노출된 점퍼 타입 트레블 선택 단자는 더욱 고풍스런 이미지를 부각시켜 준다. 캐비닛은 9mm 두께의 얇은 자작나무 합판을 사용하여 통 울림을 유도하고 있다. 상단에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를 설치하여 저역 울림은 더 효과적으로 컨트롤된다. 캐비닛 내부에 사용된 흡음재는 전통적으로 사용되고, 정재파 제거에 탁월한 락울을 적용하였다. 크로스오버의 결정과 네트워크 개발은 우퍼의 특성을 가장 잘 아는 볼트 오디오를 통해 튜닝되었고, 이를 통해 낮은 Q값을 가진 풍부하고 깊이 있는 저음을 완성시켰다. 확실히 우퍼와 트위터, 캐비닛의 조합을 가장 잘 이해한 설계이다. 전통적인 LS5/9의 스펙과 물리적인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흔적들을 제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사운드는 자연스러운 고역과 포근한 중역, 풍부한 저역을 모두 반영해 주고 있어, 전통의 BBC 모니터 스피커의 성향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특히 방송용 니어필드 모니터가 요구하는 근거리에서의 중역을 중심으로 한 정확한 윤곽과 자극 없는 자연스런 고역, 그리고 통 울림이 강조된 풍부한 저역이 잘 어우러져 있는데, 이는 BBC 모니터의 개성을 잘 드러낸 면모이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그래험 오디오의 LS5/9는 전통의 고증을 통해 완벽히 재현해 낸 모델인 만큼, 제품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BBC 방송용 스피커의 히스토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젠 오리지널 제품을 쉽게 접하기 힘든 만큼, 최근 제품들 중 LS5/9의 오리지널 버전을 찾고 있다면, 그래험 오디오의 LS5/9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660만원(로즈우드), 600만원(체리)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0cm, 트위터 Son Audax HD13D34H 재생주파수응답 50Hz-16kHz(±3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7dB/2.83V/m 크기(WHD) 28×46×27.5cm 무게 14kg
<월간 오디오 201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