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현태
실내악곡으로 글렌 굴드의 피아노 연주,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선곡해 보았다. 소니 리마스터링 음반 특유의 가벼운 건반 느낌보다는 오히려 SME V와 그라도 레퍼런스 1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두께감 있는 건반의 울림이 강조된다. 화려함보다는 중후함을 강조한 깊이 있는 중·저역 재생 능력이 돋보이는 사운드다.
일본의 대표적인 오디오 브랜드인 럭스만은 1925년에 창립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디오 전문 기업이다. 그동안 많은 명기들과 오디오 장인들을 배출했으며, 축척된 기술과 노하우를 통해 꾸준히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진공관 앰프에서 디지털 기기까지 다양한 라인업들을 발표하여 여전히 활발히 하이파이 시장에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제품의 퀄러티와 만듦새는 딱 보아도 ‘럭스만’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정갈하고 잘 가다듬어진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특히, 동사 제품에서 느낄 수 있는 은백색의 화려한 제품 이미지의 콘셉트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럭스만의 가치를 더해 주고 있다.
아날로그 오디오 전문 브랜드로서의 인식이 강한 만큼, 아날로그 플레이어 부문에서도 오래 전부터 전문 브랜드의 입지를 갖추어 성능을 인정받고 있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아날로그 플레이어 모델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현재 럭스만의 턴테이블은 톤암 장착 유무에 따라 PD-171A과 PD-171AL 두 가지 모델로 구분된다. 이 중 PD-171A은 젤코 톤암이 장착된 모델이며, PD-171AL은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톤암을 구비하여 장착할 수 있도록 만든 모델이다. 장단점이 있지만, PD-171AL은 더욱 고급 톤암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는 모델이다. 동사가 최고의 턴테이블로 완성하기 위해 투입된 물량과 만듦새만으로도 럭스만의 자부심이 느껴지는데, 좀더 자세히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견고한 베이스와 엄청난 무게의 플래터가 압권이다. 베이스의 경우 15mm 알루미늄 상판으로 견고하게 제작되었고, 하단을 우드로 마감하고 있다. 이런 외관은 마치 동사의 클래식 버전이 추구하는 전통적인 진공관 앰프의 디자인과 일체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다음으로 플래터는 고강도 알루미늄 재질로 30mm 두께로 제작되며, 무거운 플레터를 통해 중후한 사운드와 안정적인 회전을 보장한다. 그리고 회전부에는 베어링과 함께 마모 저항과 하중을 고려하여 폴리에테르 케톤 소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고강도 알루미늄 스핀들을 장착했다.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속도 제어를 위해 하이 토크 AC 싱크로너스 모터를 채용하였는데, 모터의 제어는 32비트의 마이크로 프로세스를 통해 정밀한 회전 속도를 완성하였다. 그리고 LED 타입의 스트로보스코프를 통해 손쉽게 속도 조정이 가능하다. 추가로 LED 라이팅 바를 설치하여 어두운 환경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며, 외부 더스트 커버는 4mm 두께의 고강도 아크릴로 고급스럽게 제작되었다. 물론 AC 인렛을 통해 파워 케이블의 교체도 자유롭다.
SME Series V Detachable
특별히 이번 리뷰 제품에는 SME V 신형 톤암이 장착되어 있었다. SME V 암은 최고의 톤암 중 하나로 평가받은 명기인 만큼 신형 버전의 적용은 럭스만 171 제품의 품격을 더욱 높여준다. 물론 이 제품이 의도하는 톤암의 선택의 자유에 부합되는 구성이기도 하다. 톤암 가격만 해도 제품 가격에 육박하는 정도인데, 특히 신형 SME V 톤암은 특이하게 헤드셸 분리 타입을 채택하였다. 일반적인 결합 방식과는 다른 볼트 체결 방식이 적용되어 카트리지 교체가 용이하다. 여기에 장착된 카트리지는 그라도의 레퍼런스 1인데, 이 모델은 그라도 레퍼런스 시리즈의 대표 모델이며, MI 타입으로 설계되었다. 10Hz에서 30kHz 재생 능력이 돋보이며, 높은 출력 레벨도 장점이기에 포노 앰프와의 매칭도 수월하다.
보컬 곡은 아델의 ‘Hello’를 선곡해 보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구슬프게 들린다. 적당히 어두운 사운드 성향이 더해져 있기 때문에 곡의 분위기와 일체감을 주고 있으며, 호소력과 에너지 넘치는 아델의 보컬 성향을 고스란히 반영해 주었다.
재즈곡으로는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를 선택했다. 콘트라베이스의 깊은 저역의 울림이 가장 돋보였다. 피아노 건반도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터치와 함께 드럼은 오히려 간결하고 짧은 잔향을 강조하며, 무대 뒤 쪽 공간에 물러서 있다. 이는 트리오 구성의 본 모습을 잘 드러내주는 스테이지이기 때문에 기억할 만하다.
톤암 베이스 OPPD-AB1
실내악곡으로 글렌 굴드의 피아노 연주,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선곡해 보았다. 소니 리마스터링 음반 특유의 가벼운 건반 느낌보다는 오히려 SME V와 그라도 레퍼런스 1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두께감 있는 건반의 울림이 강조된다. 화려함보다는 중후함을 강조한 깊이 있는 중·저역 재생 능력이 돋보이는 사운드다.
전체적인 사운드를 정리해보자. 우선 견고한 베이스와 SME V 톤암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묵직한 저역을 중심으로 무게감 있는 사운드를 기반에 두고 있다. 그리고 그라도 카트리지도 이런 사운드 성향과 일체된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젤코 톤암이 기본으로 장착된 PD-171A를 통해 카트리지의 성향을 여과 없이 반영해 주었다면, 반대로 SME V 톤암을 장착한 PD-171AL은 톤암의 성향을 맘껏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으로 사운드가 전개되었다.
마치 턴테이블의 무게와 사운드의 성향이 비례하듯 무게감 있는 사운드를 만날 수 있었으며, 잘 만들어진 베이스와 플래터를 통한 견고하고 안정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PD-171AL 턴테이블은 럭스만의 오랜 아날로그 플레이어 노하우가 잘 스며든 제품이라는 생각이다. 톤암을 별도로 장착 가능한 모델인 만큼, PD-171AL과 SME V 톤암의 조합이 만들어낸 아날로그적인 향기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Luxman PD-171AL
가격 490만원(톤암 베이스 OPPD-AB1 : 별매, SME Series V Detachable : 별매)
구동 벨트 드라이브
크기(WHD) 49.2×14×40.7cm
무게 23.8kg
Grado Reference Series Reference 1
가격 195만원
<월간 오디오 2016년 9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