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최근에 서울의 오디오 페어에서 강연 비슷한 것을 하면서, 새삼 오디오에서 소스가 얼마나 중요한가 실감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오디오파일은 스피커에 집중하고, 많은 예산을 여기에 쏟아붓는다. 그러나 정말 좋은 음을 듣고자 한다면, 소스 쪽에 투자하는 게 좋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만난 플리니우스의 마우리는 꽤 인상적이다.
일단 우리가 CDP라고 할 때 생각하는 아주 기본적인 포맷을 고수하고 있다. 즉, 일체의 디지털 인, 아웃 단자가 없이, 오로지 아날로그 출력 두 개만 제공할 뿐이다. 그냥 CD를 듣는 데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일본에서 이야기하는 일품 요리가 연상된다. 단 하나의 메뉴만 제공하고, 거기서 최상의 퀄러티를 보여주는 전략인 것이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외관을 보면 동사 특유의, 양옆에 라운드 처리가 된, 두툼한 알루미늄 섀시가 일단 믿음을 준다. 전체적으로 10kg이라는 무게는 꽤 적절한 것 같다. 특히, 뒷면의 푸른색 마감 처리는, 동사가 위치한 뉴질랜드에서 바라보는 수려한 태평양의 풍광을 연상케 한다. 시원시원하면서, 뭔가 동경심을 품게 한다.
본 기의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은 유럽산 슬롯 방식을 채용했다. CD를 삽입하면 콱 움켜쥐고, 정속 주행으로 구동된다. CD를 요즘은 디지털 바이널이라고 하는데, 마치 LP를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 이 메커니즘을 보완하기 위해, 특별히 전압 컨트롤 관련 부분을 새롭게 설계했다고 한다. 더 안정적인 회전을 보장한다고 하겠다.
DAC는 버 브라운제를 썼지만, 역시 개량이 이뤄졌다. 아날로그 서킷부를 보완하고, 내부 배선의 길이를 최소화하며, 단자부도 최고급을 투입했다. 전체적으로는 동사 창립 30주년 기념작인 애니버서리 및 CD-101을 계승하고 있지만, 착실한 개량과 튜닝을 통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사실 스트리밍이다, 다운로드다, 디지털 진영이 복잡하긴 하지만, 역으로 그런 상황에서 순수하게 CD의 가능성을 최대한 추구한 본 기의 존재는 이색적이며 또 귀중하다. 특히, 상당량의 CD를 이미 소장하신 분들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제품이라 하겠다.
수입원 태인기기 (02)971-8241
가격 790만원 아날로그 출력 XLR×1, RCA×1 최대 출력 레벨 2V 주파수 응답 20Hz-20kHz(±0.2dB) 디스토션 0.01% 이하 험 & 노이즈 -100dB 크기(WHD) 45×10.5×40cm 무게 10kg
<월간 오디오 2017년 4월 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