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1949년 창립된 독일 하이파이 스피커의 노포, 헤코의 65주년을 기념하는 콘체르토 그로소(Concerto Grosso)는 합주 협주곡이라는 모델명처럼 개성 강한 하이파이의 유산을 4웨이 라우드 스피커 속에 조화시킨 역작이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SABA와 Graetz 드라이버의 현대적인 오마주인 콘체르토 그로소의 제안자는 동사의 기술 책임자 산드로 피셔. 계보학적으론 알니코 중역 드라이버의 헤코 50주년 기념작 스테이트먼트와 60주년 기념작 뉴 스테이트먼트를 잇고 있으며, 형태적으로는 설계자 자신이 20년 전 마그낫에서 선보였던 대형기 빈티지 990을 모방했다. 이만하면 독일 하이파이 스피커의 역사와 전문 설계자의 열정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콘체르토 그로소는 현대 하이파이 플로어스탠딩 제품과 상이한 설계상의 특징을 보인다. 우선 앞서 SABA 드라이버를 재해석한 17cm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에 알니코 자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독일 빈티지 유닛을 비롯 1940-70년대 스피커들을 뜯어보면 넓적한 페라이트 자석과 달리 원기둥 모양의 마그넷이 달려 있는데, 바로 이것이 알니코다. 알니코는 알루미늄과 니켈, 코발트로 구성된 삼원계 합금인데, 코발트 공급이 줄어들어 1970년대를 거치면서 불가피하게 페라이트로 대체되었다. 자력이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알니코 마그넷을 채택한 스피커는 농밀하면서 매력적인 음색으로 빈티지 오디오 애호가들의 눈독을 받는다. 일례로 구형 탄노이나 알텍 604, 스펜더 BC1의 가치를 규정하는 척도가 알니코 자석이 사용되었는지 여부일 정도. 영국 와피데일과 같은 몇몇 유서 깊은 브랜드들이 소수의 고가 클래식 모델에 이 희토류 광물을 사용한 예스러운 스피커를 선보이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미드레인지만 별도 쳄버에 담아 후면 개방형으로 처리했다. 어쿠스틱 서스펜션과 베이스 리플렉스 혹은 TL(Transmission Line)이 등장하기 전 고색창연한 클랑필름이나 웨스턴 스피커들에서 보이는 방식이다. 다만, 순전히 고답적인 계승이라기보다는 풍압의 방해 없이 중음기가 원활하게 작동하면서 강력한 공진 흡수, 클리어한 과도 특성, 일관된 반응 특성 및 다이폴 작동 효과를 고려한 설계다.
위와 같은 영화롭던 과거의 유산에 더해 사이드 파이어링 베이스 드라이버와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장착, 동일 체적의 스피커 중에선 발군의 초 저역을 기대할 수 있다. 본 기를 청음했던 어떤 리뷰어는 두 발의 12인치 멤브레인이 가져다주는 자연스럽고 깊은 저역은 초 하이엔드 스피커에서나 맛볼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심수봉의 느직한 트로트 ‘미워요’에서부터 줄리아노 카르미뇰라가 활을 잡은 비발디 사계와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까지 들어본다. 펄프 콘 재질을 사용하면서도 특유의 높은 중역의 존재감은 새김이 강한 음을 조형한다. 알니코 중역 드라이버의 구수하면서 칼칼한 질감이 서린 존재 영역(어퍼 미드레인지)은 콘체르토 그로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보컬의 호소력이 대단한 데다, 저역의 튼실한 백업 덕분에 규모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만큼의 저역을 뿜어낸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가격 1,280만원 구성 4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30.4cm, 패시브 라디에이터 30.4cm, 미드·우퍼 20.3cm, 미드레인지 17cm, 트위터 3cm 재생주파수대역 16Hz-52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110Hz, 580Hz, 3.1kHz 임피던스 4-8Ω 출력음압레벨 92dB 권장 앰프 출력 30-550W 파워 핸들링 325W 크기(WHD) 32.4×135.2×61.7cm 무게 63.1kg
<월간 오디오 2017년 9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