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무게감이 있는 소리를 좋아한다면 대형기가 필요 없이 이 앰프와 보통 소형 스피커로도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겠다. 5극관 앰프가 흔하지만 이 시청기의 소리는 결코 흔한 소리가 아니다. 정교한 맷돌처럼 묵직하면서도 매끄러운 소리가 난다.
어리스 오디오는 유럽의 신생국 세르비아의 메이커이다. 오디오 제품으로는 아직 변방이나 다름없어서 신비스러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러나 현존 최고의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 트라포매틱 제품이 만들어지는 국가이고, 소문난 트랜스포머의 명장이 있어서 그가 만든 트랜스 단품 수출이 줄을 잇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결코 오디오의 변방이 아닌 것이다.
제조사는 그 나라의 통신 회사로 출발, 여러 품목의 디지털 제품을 만들어 오다가 필연적으로 앰프까지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리스 오디오의 제품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아날로그 진공관 앰프를 비롯해 클래스D 앰프, 헤드폰 앰프, 포노 앰프, 디지털 올인원 제품 등으로 생산 품목을 넓혀 오던 차에 스피커까지 생산 영역을 확대했고, 이제 시청기인 인티앰프까지 등장했다.
발칸 반도의 중앙 평원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나라는 인구 700만 정도의 소국이지만 그 역사를 캐고 들어가면 방대하고 복잡하기 짝이 없다. 2차 세계 대전의 와중에서는 유대인처럼 국민들이 학살을 당하기도 했고, 몇 번의 부침 끝에 유고슬라비아 연방 체제가 붕괴되어 1992년에 신유고연방이 되었지만, 또 10여 년 후에 민족 갈등으로 분리가 되었고, 2006년 몬테네그로 공화국이 독립하면서 국가 연합 체제가 해체되었다. 그리고 2008년에는 다시 남부 지역인 코소보가 분리 독립을 선언해 현재의 국가로 안착된 지 10년도 안 된다. 그러나 전 국토의 4분의 1이 숲으로 되어 있고, 옛 유적지도 많아 관광 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아름다운 국가다. 이런 데서 시청기 같은 미려한 제품이 탄생되었다.
이 제작사에서 내놓은 제품들은 공통점이 있다. 스피커든 앰프든 몹시 아름답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용된 목재는 호두나무 원목이며 가죽은 인조가 아닌 천연 제품이다. 이런 식으로 오디오 제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보기 드문 제조 기술이다. 동유럽은 체질적으로 예술적 감각이 기반을 이루고 있는 터이니 이런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에 자극을 받아 세계의 오디오 기기도 한 차원 좀 고귀해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시청기는 명칭 그대로 5극 출력관의 대명사 격인 6550을 채널당 2알씩 사용해서 50W의 출력을 얻고 있는 제품인데, 일단 보기만 해도 외모에서 풍기는 맛이 남다르다. 오디오계에서 이골이 나면 제품을 한 번 째려보기만 해도 성능이 짐작된다는 말이 있다. 사람도 한 번 째려보면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은 전문 관상쟁이가 할 말이지만, 이 시청기를 한 번 째려봤을 때의 느낌은 설렘이다. 얼마나 멋진 소리를 들려줄 것인가.
이 회사는 창립자 밀로미르 트로시크(Milomir Trosic)에 의해 2013년에 설립되었다. 설립 모토는 최종 소비자의 만족을 극한으로 추구한다는 단순한 것이며, 소비자의 만족도는 단순히 소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눈과 귀가 동시에 즐거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 곁들여진다. 그러한 결과로 디자인도 매력적이지만 사용된 재료도 모두 고급스럽다. 보기만 해도 우아한 유럽의 고성이 연상된다.
특별한 제품 설명은 없다. 사용하는 부품에 있어서 동급 최고만을 고집했다는 것이 기본이며, 특별히 내세우지 않고 있으나 문도르프를 비롯해 명성 있는 커패시터가 장착되고 있기도 하다. 출력과 전원 트랜스포머의 케이스를 원통형으로 만든 것이 특이한데, 토로이달 타입은 아니며 더블 C 타입과 EI 코어 타입이다. 토로이달 타입은 전원용으로는 괜찮지만 출력 트랜스포머로는 잘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금은 지배적이다. 이 트랜스포머는 제품의 특성별로 트라포매틱 오디오에서 생산한 것과 어리스에서 직접 수작업으로 감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초단관은 물론 출력관까지 직류 점화되어 있고, 진공관은 신관 중에서 선별되는데, 성능의 편차가 큰 진공관들의 특성상 개별적인 시험과 내부 검사를 통해 완벽하게 페어 매치된 것들만 장착하고 있다. 그리고 4조의 RCA 입력 단자와 리모컨이 있다.
이번 호 시청기인 차리오 스피커와 매칭해 보니 마치 두텁고 무겁지만 잘 조각된 석조 건물의 느낌이 든다. 진중하고 펀치력이 있다. 갓 졸업한 젊은이의 체취가 아니다. 풍상을 겪고 난 잘 나이 든 중년 남자의 체취가 맡아진다. 특이하다. 무게감이 있는 소리를 좋아한다면 대형기가 필요 없이 이 앰프와 보통 소형 스피커로도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겠다. 5극관 앰프가 흔하지만 이 시청기의 소리는 결코 흔한 소리가 아니다. 정교한 맷돌처럼 묵직하면서도 매끄러운 소리가 난다. 외모에 비해 성능도 결코 뒤지지 않는 제품이다.
수입원 SP-오디오 (02)2156-7590
가격 683만원 사용 진공관 6550×4, ECC82×4 실효 출력 50W 주파수 응답 17Hz-30kHz(±1.5dB)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 아날로그 입력 RCA×4 크기(WHD) 45×27×40cm 무게 19.5kg
<월간 오디오 2017년 9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