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덴센의 미니멀리즘 제작 철학은 섀시에서 시작되지만 소리로 마무리된다(또는 그 역도 성립한다). 전설적인 DM-10 인티앰프의 깔끔한 저역은 쉽사리 퍼지기 쉬운 영국제 궤짝 스피커들과의 궁합이 좋아 초창기 덴센의 명성을 드높였다. 아마도 인티앰프로 세상에 첫선을 보였던 덴센 앰프의 극단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앰프가 B-175 플러스가 아닐까 한다. 디자인의 차이와 크기로 앰프의 레벨을 구별 짓는 타 브랜드와 달리 덴센에서는 섀시 상단의 모델명을 제거하면 아무도(심지어 제작자도 전원을 넣어서 전면 LED 패널에 모델명이 뜨기 전까지는) 그 앰프가 어떤 모델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덴센의 자칭 헤드 혼초(Head Honcho, 대장) 토마스 실레센은 솔리드스테이트 소자는 단순히 공간을 절약하고 왜율을 줄이며 재생 대역을 신장시키기 위한 무심상한 소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극히 현대적인 표면 실장 기판에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15개의 덴센 특주 하늘색 커패시터가 대칭인듯 비대칭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전체 용량은 무려 130,000㎌에 달하지만 매머드급 출력은 아니다. 코드의 레퍼런스 인티앰프 역시 비슷한 경향의 설계 이념을 따르는 것으로 보아서 강력한 전원부에 잘게 쪼갠 다량의 커패시터와 적당한 출력의 앰프는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잘 설계된 TR 앰프는 깊고 잘 정돈된 베이스 라인과 정확한 박자, 깨끗하고 디테일한 해상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해외의 어느 논자가 긍정적인 맥락에서 묘사한 ‘Earthy’한 중역은 고역까지 이어진다. 필자가 덴센을 들으면서 느끼는 바에 따르면 이걸 구수하다라기보다는 까슬까슬한 텍스처라고 옮기고 싶다. 그것은 배음의 부재가 아니라 연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더하지도 덜지도 않는 리얼한 소리에 다름 아니다. 연주의 아름다움은 앰프가 꾸며주는 것이 아니라 연주 자체가 구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B-175 플러스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이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덴센은 풍부한 향신료에 의존한다기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려는 요리사의 태도에 가깝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가격 1,200만원 실효 출력 125W(8Ω), 250W(4Ω) 주파수 응답 2Hz-500kHz(+0, -3dB) THD+N 0.05% 이하 크기(WHD) 44×6.4×31cm 무게 16kg
<월간 오디오 2018년 6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