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호사가들에게는 즐겁게도 자비안의 칼리오페(Calliope)는 적지 않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이탈리아 북부의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비범한 오디오 설계자(바를레타는 원래 앰프 설계자였다!)가 얼마간의 현장 수련 기간을 거쳐, 어떤 낭만적인 이유로 체코의 프라하에 이주한 뒤 설립한 자비안의 탄생 배경부터, 근래엔 오디오바를레타라는 자체적인 드라이버를 탄생시켜,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족적인 설계·생산 사이클을 완성한 것까지….
칼리오페엔 인클로저를 원목으로 만들기 위한 나무 재료의 숙성 과정처럼 제작자의 노하우와 아이디어들이 하나로 녹아들어 있다. 흔히 보이는 대리석이 아니라 특정한 질감과 컬러를 지닌 이탈리아산 트래버틴석을 스피커의 베이스 플레이트로 발굴한 것은 제작자의 까다로운 취향의 소산이다.
크로스오버 회로는 단순히 예리한 주파수 슬로프의 구현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페이즈 제로라는 조합형 토폴로지는 드라이버 간의 위상차와, 안정적인 임피던스 곡선을 정교한 대역 분할과 조화시키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자비안 입문기에서 보이는 특유의 달달한 롤 오프를 대신한 풍부한 뉘앙스는 29번 도장한 자체 설계 소프트 돔 트위터의 역할이다.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엔 뾰족한 원뿔형 페이즈 플러그가 채택되었고, 방향성이 없는 베이스 드라이버와 패시브 라디에이터는 일반적인 더스트캡 형태다.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이지만 저역 포트의 역할을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대신하여 밀폐형 스피커의 단단한 저역과 농밀한 음향 텍스처를 풍부한 양감과 양립시켰다. 이렇듯 칼리오페는 엄격한 기술적인 토대 위에 제작자의 심미적인 관점을 투영하였다. 몇 년간 점진적으로 진행된 자비안 자체 드라이버와 독자적인 인클로저의 개발이 칼리오페에서 일단락되고 있다.
덴센 B-475 슈퍼레게라 CDP, B-200 Plus·B-330 Plus 프리·파워 앰프 조합으로 들어본 소리는 충분한 펀치력과 양감을 확보한 스피커에서 흔히 느껴지는 전체적인 진중함에도 불구하고 골든 버블 모스카토와 같은 꾸밈없는 스위트함과 상큼한 고역을 지녔다. 대형 플로어스탠딩 제품을 오래 듣다 보면 때론 너무 진한 맛에 물리게 되는데, 칼리오페의 신선한 촉감은 담백한 생선 스테이크를 연상시킨다. 숙성 원목 마리나 마감 인클로저, 트래버틴석, 페이즈 제로 크로스오버와 오디오바를레타 드라이버라는 독특한 재료를 분자 요리마냥 완전히 자기만의 색채로 버무려낸 바를레타의 득의만면한 미소가 여기까지 전달되는 듯하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가격 1,630만원 구성 3웨이 4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7.5cm AudioBarletta, 미드레인지 17.5cm AudioBarletta, 트위터 2.9cm AudioBarletta, 패시브 멤브레인(2) 21cm 재생주파수대역 33Hz-3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50Hz, 3.5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0dB 권장 앰프 출력 50-400W 크기(WHD) 23.6×105×28.2cm 무게 49kg
<월간 오디오 2018년 8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