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트라이곤의 여러 제품을 접하면서,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운 브랜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왜 그런가 하면, 실제 재생하는 음의 퀄러티를 생각할 때, 그 가치가 아직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덩치가 작다. 그래도 외제 명품을 쓰는데, 요만한 사이즈라니. 또 생각보다 가격이 높다. 물론 음질 중심으로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가격표는 아니지만, 이 부분이 묘하게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요즘엔 조금씩 작고 알찬 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널리 알려진 브랜드보다 실속이 있는 메이커를 찾는 분들도 있어서, 트라이곤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그 와중에 만난 본 기 에너지는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우선 메이커에 따르면, 그간 콧대 높은 제품 철칙을 깨고, 파격적으로 가성비를 중심으로 런칭했다. 아무래도 요 시점에서 뭔가 브랜드를 널리 홍보할 제품의 필요성을 절감한 모양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전통적인 트라이곤의 제조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즉, 원가 절감을 위한 고안 같은 것이 별로 없는 것이다. 따라서 거의 이문 없이, 오로지 홍보 효과만 위해서 만든 제품이 아닌가 판단이 된다.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선 사면 이득이다.
본 기의 출력은 8Ω에 70W. 하지만 에너지라는 제품명이 말하듯, 스피커 구동력은 기대 이상이다. 단, DAC니 블루투스 등 일체 부가 기능 없이, 오로지 라인단만 제공하는 오리지널 인티앰프 사양이다. 여기서 동사의 자존심 같은 것을 읽을 수 있다. 충실한 재생 능력에 완벽한 테크니컬 솔루션, 투명하면서 애호가 친화적인 음에 전통적인 트라이곤 스타일의 외관까지, 자세히 살펴보면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개인적으로 이 회사의 오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일체 가식이 없이 오로지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마케팅이니, 디자인은 뒷전이었던 것이다. 숨은 맛집의 요리사를 만난 기분이랄까? 아마 본 기의 출시를 통해, 조금씩 트라이곤의 진가가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수입원 SP-오디오 (02)2156-7590
가격 450만원 실효 출력 70W(8Ω), 100W(4Ω) 주파수 응답 2Hz-150kHz(-3dB) 디스토션 0.02% 이하 채널 분리도 -80dB 이하 S/N비 -96dB 이하 입력 임피던스 47㏀ 크기(WHD) 44×8.9×36cm 무게 14kg
<월간 오디오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