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에는 좀 역사가 있다. 아무래도 인기가 높은 KT88을 출력관으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표적인 5극관인 KT88은, 일명 황제의 관으로 알려질 정도로, 강력한 스피커 구동력과 뛰어난 다이내믹스를 자랑한다. 선이 굵고, 시원시원하며, 또 호방하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본 기의 원형은 TRV-88SE로 발매 당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는데, 동사를 대표하는 모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이를 다시 개량해서 TRV-88SER 버전을 만들었다. 물론 단순한 형번의 변화만은 아니다.
일단 음질 향상을 위해 이곳저곳을 손봤고, 원격 제어 기능도 추가했다. 따라서 편의성이 더 높아졌다. 게다가 요즘 LP 르네상스의 유행에 맞춰 과감하게 포노단을 추가했다. 즉, MM 카트리지를 연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만일 MC형을 고집한다면 여기에 승압트랜스 정도를 추가하면 된다. 어쨌든 무척 고무적인 내용이다.
본 기는 채널당 35W를 낸다. 이것은 단순히 출력의 양이 아닌, 퀄러티를 중심으로 제작했음을 뜻한다. 실제로 KT88을 푸시풀로 구성할 경우, 75W 정도도 무난하다. 그런데 그 절반 정도로 출력을 줄인 것은, 다시 말해 음의 순도와 퀄러티를 중요시한 설계가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KT88에 간혹 지적되는 디테일 부족이나 투명도의 문제 등이 말끔히 개선되었다.
음의 성향을 보면, 반응이 빠르고, 대역이 넓어서,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메이커에서도 좀 까다로운 저 능률 스피커를 물려도 좋다고 한다. 즉, 진공관 앰프니 무조건 빈티지나 혼 타입 스피커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 부분이 무척 매력적이다. 클래식뿐 아니라, 팝, 재즈 등을 두루두루 커버하는 만능형 스타일. 메이커가 트라이오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신뢰감을 준다고 하겠다. 개인적으로 이런 깔끔한 디자인이 좋다. 사이즈에 욕심내지 않고, 필요 없는 군더더기는 몽땅 제거했다. 가격대도 적절해서, 여러 모로 관심이 간다.
수입원 다웅 (02)597-4100
가격 320만원
사용 진공관 KT88×4, 12AU7×2, 12AX7×1
실효 출력 35W(8Ω)
주파수 응답 10Hz-100kHz(-1, -4dB)
S/N비 90dB
입력 감도 400mV, 2.5mV(포노)
입력 임피던스 100㏀, 47㏀(포노)
출력 임피던스 6Ω, 8Ω
크기(WHD) 34.5×18.5×32cm
무게 17kg
<월간 오디오 2018년 11월호>